오페라 모바일 11 & 오페라 미니 6 릴리즈

그동안 5800을 쓰면서 가장 고마웠던 소프트웨어를 꼽는다면 저는 Gravity와 오페라 모바일을 꼽고 싶습니다. Gravity의 경우 혼자서 대부분의 소셜 네트워크(트위터, 페이스북, 포스퀘어 및 구글리더)를 책임지고 있는 만능형 어플인데다 어플 자체의 기능도 다양하고, 개발자 또한 부지란합니다. 빠른 업데이트에다가 업데이트마다 폭풍 감동을 보여주는 기능 추가까지. $10라는 가격이 비싸지만 정말 그 값을 생각하는 어플이었다고 생각합니다.오페라 모바일도 그에 못지 않은 폭풍 감동을 안겨주는 소프트웨어 중 하나였죠. 이른바 5800에서 아이폰을 느끼게 해주는 웹브라우저랄까요. 434Mhz라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초 저사양을 가진 5800이지만 오페라 모바일 덕분에 웹에서의 성능도 어느정도 즐거웠습니다. 특히 펌업한 이후 기본 브라우저에 버그가 있으면서부터 기본 브라우저를 대신하여 저의 주 브라우저로 완전히 자리 잡았지요. 어떤 운영체제에서든지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오페라의 목표 덕분에 심비안 버전의 오페라 모바일에서도 참 즐겁게 서핑했습니다.(하지만 Gravity와 Opera Mobile 둘 다 128램 밖에 안되는 5800에서 실행되는 램 괴물이라는 압박이..)오페라 모바일로 무거운 페이지를 보기에 압박이 있었을 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오페라 미니였죠. 오페라 모바일에 비해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원래는 빨라야 정상-_-) 오페라 모바일과 비슷한 인터페이스에 램의 압박 없이도 무거운 페이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그동안 심비안에서 오페라 모바일은 10.1, 미니는 5.1 Beta 상태에서 더이상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 윈도 모바일(윈도폰이 아닌)에서 더이상 새로운 버전이 지원되지 않는 오페라이기에 심비안도 오랫동안 새버전이 지원되지 않아 마찬가지로 버려지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요, 그래서 갑자기 중간에 베타도 없이 등장한 새로운 정식 버전이기에 더욱 놀랍고 고마운 느낌입니다.오페라 모바일은 메이저 버전 업데이트마다 인터페이스가 바뀌어왔는데요, 마찬가지로 11도 인터페이스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9에서 10으로 넘어왔을 때도 상당히 많은 진화가 있었는데, 이번엔 인터페이스가 다시 한번 진화했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건 상단 부분의 인터페이스입니다. 10.0과 달리 주소창과 상단의 바가 통합되었죠. 5800 같은 경우 화면이 좁아 가로 모드로 놓고 쓸 경우 상단바 부분이 상당히 거슬렸는데요, 이제는 주소창과 붙어있어서 상단바도 주소창과 같이 화면을 드래그하면 사라집니다.안드로이드용 오페라 모바일은 안드로이드 상단바를 남겨두지만 심비안에서는 아예 상단바를 보여주지 않는 방식입니다. 단 한줄이 아쉬운 5800의 작은 화면에서 이런 변화는 상당히 고마운 변화입니다. 이제 더이상 전체화면으로 놓고 쓰지 않아도 편리하게 볼 수 있는 것이죠^^

인터페이스 상의 또 다른 변화는 확대 축소 버튼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멀티터치도 지원되지 않는 5800의 경우 페이지 전체보기와 최적 보기 두가지 정도로 밖에 확대 축소가 되지 않아 매우 불편했었죠.

이제는 페이지를 드래그하면 평소에 나타나지 않던 확대 축소 버튼이 나타나고, 이것을 통해서 확대 축소할 수 있습니다. 멀티터치에 비해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거라도 있는게 어딘가 싶습니다.재밌는건 오페라 모바일은 사파리나 다른 브라우저와 달리 페이지 확대를 하면 텍스트를 화면에 맞게 맞춰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면을 아무리 확대해도 페이지를 이리저리 드래그할 필요없이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다만 이 과정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있어서 이 부분은 최적화가 좀 더 필요해보입니다.)

예전 상단바의 역할은 클릭하면 페이지를 맨 위로 올려주는 기능이었는데 이제는 주소창과 같이 드래그하면 사라지니 살짝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용하게 썼던 기능이었는데..(이건 UI의 특성상 상단바가 아예 사라지는 심비안만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페이지를 빠르게 내리거나 올릴 경우 화면 옆에 큰 화살표가 나타나 한번에 맨 위로 가거나 맨 아래로 갈 수 있습니다.하단의 내비게이션 바의 끝 부분에는 O 모양의 오페라 메뉴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예전엔 스패너 모양이었죠) 새롭게 등장했다고 해도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만 한가지, ‘보내기’라는 메뉴가 추가되었습니다.

저 보내기 메뉴는 Gravity의 전달(Forward) 기능과 100% 동일합니다. 현재 보고 있는 페이지의 URL을 SMS나 Mail, 블루투스를 통해 전송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미니에서는 오페라 모바일과 달리 ‘공유’라는 메뉴로 되어있는데요, 이 메뉴를 통해 현재 보고 있는 URL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 모바일에도 ‘보내기’보다는 ‘공유’ 기능을 넣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또 오페라 모바일을 종료했다가 다시 켤 경우 보던 마지막 페이지로 재 연결해주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이 부분은 아이폰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네트워크 연결이 오래걸리는 심비안에서는 재연결 방식보다는 페이지를 저장했다가 보여주는 방식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겉으로 보이는 변화 외에도 내부적으로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인터페이스 애니메이션의 프레임이 올라갔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10.0에 비해 확실히 움직임이 더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오페라 모바일의 경우 데스크탑 오페라에서도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렌더링 엔진(Presto)과 자바스크립트 처리 엔진(Cracken)이 추가되었고, 예전부터 존재하던 많은 버그들이 대부분 수정되었습니다. 특히 심비안에서는 페이지를 많이 내리면 아래 페이지에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가 다시 나타나는 버그가 사라졌습니다.특히 가장 만족스러운 내부 변화는 드디어 햅틱 피드백(진동 피드백)을 지원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장치가 지원하는 경우) 5800 같은 경우 햅틱 피드백이 터치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오페라에서만 유독 지원되지 않아 어색했는데 이제는 정상적으로 햅틱이 지원됩니다.그동안 오페라 새버전이 오랫동안 안나왔던 것도 11.0을 출시하느라 그랬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오페라 모바일 11.0과 오페라 미니 6.0은 심비안/안드로이드 버전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이제 안드로이드도 오페라 소프트웨어의 정식 지원 대열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대신 이번에도 윈도 모바일에서 새버전 소식은 없습니다.(윈폰7도 마찬가지)안드로이드에서는 스크롤이 상당히 부드러운 브라우저로 통하는 것 같던데 심비안에서는 10.1에 비해 오히려 스크롤 감은 떨어진 느낌입니다. 램도 10.1에 비해 딱히 더 많이 먹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오페라 모바일이 더 먹을 램은 없었기 때문에..) 어쩐지 동작은 확실히 무거워진 느낌이 듭니다. 안드로이드 오페라 모바일11에서 플래시를 지원하는데 비해 심비안은 여전히 플래시가 지원되지 않습니다.(어차피 광고보는거 외에 쓸데도 없는 플래시라이트 따위 있어도 안반갑지만..) 또 오페라 미니에서 인터페이스 글꼴이 너무 큰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약간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오페라 모바일 11.0(미니 6.0도 포함) 변화는 한마디로 ‘대박’입니다. 피쳐폰은 금방 지겨워져서 오래지나면 바꿀 수 밖에 없어지지만 스마트폰은 바로 이러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때문에 질리지 않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페라 모바일 11 및 오페라 미니 6의 인터페이스는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저사양이고 오래된 플랫폼이라고 하여 포기하지 않고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한다’는 오페라 소프트웨어의 원칙이 또 한번 제대로 지켜진 것 같습니다. 이런 오페라 소프트웨어의 장인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