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여우의 귀환, 파이어폭스 4.0 릴리즈!


네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바로 어제(3월 22일)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11시에 파이어폭스4 정식 버전이 릴리즈 되었습니다. 파이어폭스 3.6이 2010년 1월에 나왔으니 무려 4.0이 나올 때까지 1년이 넘게 걸린 셈입니다. 크롬은 새버전이 나와도 그런가보다-_- 할 정도로 빠른 업데이트 주기를 갖고 있는데 비해 파이어폭스는 새버전 업데이트가 너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IE에 비해 빠른 속도와 빠른 업데이트 주기로 사랑 받았던 파이어폭스가 크롬에 의해 같은 이유로 역공 당하고 있는 형국이지요.그래도 크롬에 영 정을 못붙이는 저는 계속 파이어폭스를 사용해왔습니다. 사실 0.5초 정도의 속도차이는 빨라봐야 저에게는 중요하지 않고, 파이어폭스에서 잘 쓰고 있는 확장기능들이 도통 크롬에서는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더군요. 확장기능의 노예인 저는 파이어폭스가 빨리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파이어폭스 RC1이 나온 다음 RC2가 나와서 정식 릴리즈가 다시 늦춰지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요, 다행히도 RC2가 정식 버전이 되면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예전부터 RC2를 사용하고 계셨던 분들은 이미 정식 버전이나 다름 없으니 따로 업데이트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합니다^^(그 사이에 엔가젯에서 파이어폭스 정식 버전의 다운로드 경로가 유출되었다고 올리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만)파이어폭스 3.6에 비해 파이어폭스 4.0은 속도가 확연하게 빨라졌습니다. 그토록 빠르다고 하는 크롬과 비교해봐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IE9가 파이어폭스 수준의 속도를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다시 격차가 벌어지게 되었지요. 모질라 재단의 관계자도 IE와 파이어폭스는 정확하게 1년의 격차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속도 뿐 아니라 HTML5 지원 등)

1. 인터페이스의 변화

일단 파이어폭스4에서 가장 처음 눈에 띄는 변화는 인터페이스의 변화입니다.

파이어폭스는 예전과 달리 인터페이스가 오페라와 크롬이랑 상당히 비슷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바로 위로 가 있는 탭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탭이 위로 가있는 편이 더 직관적이어서 그렇게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 파이어폭스를 오래 써서 그런지 탭이 아래에 가있는게 더 익숙하더군요. 탭을 아래로 내리려면 메뉴 부분에서 오른클릭 하신 다음 “탭 항상 위로”를 해제하시면 됩니다.

위에 있는 스샷은 맥 버전 파이어폭스라서 보이지 않지만 윈도용과 리눅스용 파이어폭스에서는 파이어폭스 버튼이 추가되었습니다. 파이어폭스 버튼은 윈도나 리눅스에서 등장하는 메뉴(파일 – 편집 – 보기 등)를 숨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맥에서는 어차피 글로벌 메뉴가 상단 바에 다 있는 관계로 상관 없지만 윈도나 리눅스에서는 이로서 인터페이스에서 한 줄을 더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우분투 11.04의 경우 맥처럼 글로벌 메뉴를 지원하기 때문에 11.04 이상의 우분투용 파이어폭스에서는 이 파이어폭스 버튼이 안나타날 것 같습니다.)물론 예전처럼 메뉴가 나오는 방식이 익숙하시다면 메뉴 부분에서 오른클릭 하신 뒤 ‘메뉴 모음’ 부분에 체크해주시면 예전처럼 메뉴가 등장합니다. 메뉴 숨김 버튼 뿐 아니라 파이어폭스는 UI 프레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건 크롬의 미칠듯한 미니멀리즘(?)에서도 잘 볼 수 있지요. 특히 특정 파이어폭스 부가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하단 바가 사라졌습니다. 이 바 부분을 사용하는 확장기능이 많아서 사라질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막상 사라지고 나니 별로 불편한 점은 못느끼겠습니다.

이 하단 바를 되살리시려면 역시 아무데나 오른 클릭하신 다음 ‘부가 기능 모음’에 체크를 해주시면 됩니다.(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가요ㅠㅠ 역시 오픈소스)



2. 탭 관리의 변화

탭 브라우징의 원조는 오페라지만, 역시 탭 브라우징을 본격적으로 널리 퍼뜨리기 시작한 것은 파이어폭스였지요.(IE6이 탭없이 깡으로 버티던 시절부터) 여전히 탭브라우징으로 따진다면 파이어폭스 쪽이 크롬에 비해 역사가 더 오래되서 그런지 더 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IE야 뭐..-_- 이 부분에서만큼은 아직도 멀었지요.)4.0에서 새로 추가된 탭 관리 부분은 바로 ‘탭 그룹’과 ‘앱 탭’입니다.탭 그룹 기능은 현재 열려 있는 탭들을 한눈에 보여주고 이 탭들을 그룹화하여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저도 보통 기본으로 탭을 30개 정도 열어놓고 쓰는데요=_= 탭이 30개가 넘어가다보면 이 탭이 왜 여기있고, 또 아까 보던 탭은 어디가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는 탭 그룹 기능으로 특정 주제와 관련된 탭을 나누거나 탭을 한번에 다 볼 수 있다면 좋겠지요.

만약 Read it Later 확장기능이 설치되어있다면 옆에 > 모양의 탭으로 그룹을 이동시키면 그룹째로 모두 URL을 저장하거나 스크랩해둘 수 있습니다. 물론 탭 한개씩도 가능하지요^^앱탭(App Tab) 기능은 일종의 고정 탭 개념입니다. 특정 탭을 앱탭으로 지정하면 탭이 브라우저에 고정되고 아이콘(퍼스나콘)만 남게됩니다. 앱탭은 브라우저를 껐다가 켜도 계속 저장됩니다. 앱탭의 이름이 App인 이유는 아마도 웹 애플리케이션을 이렇게 사용하라고 만들어 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 앱탭 기능은 웹 애플리케이션을 상주시켜놓을 때 더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G메일과 페이스북, 트위터를 띄워놓고 있으면 새로운 메시지가 오면 아래에 파랗게 빛이 하이라이트 됩니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 기능이지만, 별도의 확장기능이나 애플리케이션 없이 이러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3. 하드웨어 가속

파이어폭스4 부터는 하드웨어 가속을 지원합니다.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사용하면 웹에 있는 개체(플래시 말고)의 움직임이나 애니메이션에 CPU가 아닌 GPU를 사용함으로서 더 빠르고 부드러운 웹서핑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리눅스 파이어폭스에는 이 패치가 들어가 있어서 3.6에서도 예전부터 되었던 기능이지만 다른 운영체제에서는 4.0부터 지원하게 되었지요.하드웨어 가속을 사용하시려면 환경 설정 – 고급 – ‘하드웨어 가속이 가능하면 사용’에 체크해주시면 됩니다.

하드웨어 가속의 효과를 체험해보시려면 아래 모질라 데모 센터로 접속해보시면 웹 GPU 가속을 이용한 여러가지 데모를 보실 수 있습니다^^

Mozilla 오픈 웹 세계


여우가 밭을 가로지르면서 뛰어다니는 ‘Runfield’


4. Firefox Sync

파이어폭스 3.x에서 확장기능으로 제공되던 Firefox Sync가 기본 기능으로 들어갔습니다.(혹시 확장기능 Firefox Sync를 사용중이시라면 삭제하셔도 됩니다.) Firefox 싱크는 서로 다른 기기의 브라우저의 북마크, 탭 이용 정보, 히스토리, 환경설정, 저장한 암호 등을 싱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Firefox Sync는 오페라 링크처럼 데스크탑과 모바일 간에도 호환된다고 합니다.이런 싱크 서비스는 이미 다른 브라우저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오페라엔 오페라 링크라는 서비스가 있었고, 구글 크롬에도 동기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아이디와 사용자 암호를 만들면 어디서나 쉽게 브라우저끼리 서로 싱크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이어폭스와 이런 서비스들간의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파이어폭스는 싱크 서버를 따로 설정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앞에서 말한 두 브라우저들은 북마크 같은 자료를 동기화할 때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사용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들이 전부 어떤 기업의 서버에 저장된다는 것을 뜻합니다.(물론 암호화된채로) 문제는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주체가 사용자 외에 이들 ‘기업’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나 주체가 많아질 수록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들 기업이 그럴리는 없겠지만 정보가 다른 악의적인 해커에 의해 악용될 위험도 있겠지요.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아버지이자 GNU 재단의 수장인 리처드 스톨만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정보에 접근 가능한 주체가 늘어난다는 관점에서 경고했습니다. 물론 구글과 오페라는 이런 방면에서 도가 튼 기업들이라 안심해도 되겠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서 적어도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그래서인지 파이어폭스는 아예 Firefox Sync를 이용할 때 거치는 서버를 모질라 재단의 서버만으로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원한다면(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모질라 재단의 서버를 선택할 것입니다.) 자기가 운영하는 서버를 싱크 서버로 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점은 제가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파이어폭스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웹이 어느 한 거대 회사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오픈소스이자 자유소프트웨어이고, 어느 한 거대회사의 플랫폼 확대에 이용되지 않는 세계 점유율 2위인 파이어폭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빨라진 속도

개인적으로 브라우저 경쟁에서 이제 속도는 무의미한 수준까지 왔다고 봅니다. 물론 더 빨라지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지만 사실 지금으로도 충분히 빠릅니다. 현재까지 많은 브라우저를 써왔지만 최신 버전의 브라우저들은 대부분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물론 벤치에서 나타나는 성능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봐야 2초 걸리는 페이지를 1초에 로딩하느냐 1.2초에 로딩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서 ‘브라우저의 속도’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록 점점 의미가 사라질 것입니다.(심지어 그 IE9도 빨라졌습니다.-_-)사족:동일한 의미에서 스마트폰의 속도 경쟁도 언젠간 무의미한 수준으로 갈거라고 봅니다. 브라우저랑 달리 스마트폰은 더욱 속도를 따라잡기가 쉬우니까요. 다른 것으로 차별할 시대가 된 것이겠지요.어쨌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저지만 파이어폭스4의 속도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쓰던 3.6도 사실 느리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었는데 파이어폭스4를 써보니 차이가 확연하더군요-_- 그 빠르다는 크롬에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속도였습니다.


벤치는 벤치일뿐 오해하지 말자!라고 하지만 확실히 빠르다..

오래 시간 동안 침묵을 깨고 새롭게 등장한 파이어폭스는 확실히 오랜 기다림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에이 이게 다야? 오페라 11이랑 크롬을 봐!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파이어폭스의 변화는 항상 확장기능과 함께였다는 것을 아셔야합니다. 그동안 파이어폭스는 2.x와 3.x 등을 거치며 4.0까지 왔지만 내부적인 성능의 개선이나 몇가지 변경 사항 외에 그다지 기능의 변화가 많이 있지 않았습니다. 이는 파이어폭스 자체가 너무 많은 기능을 가져버릴 경우 파이어폭스를 중심으로하는 확장 기능이 그 빛을 잃어버릴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All in One Gesture 같은 제스쳐 기능(오페라에는 기본이지만)도 끝까지 기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확장 기능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브라우저 자체가 너무 잘나서 안좋게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오페라라든지..)하지만 역시 이런 부분은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일반 사용자나 초보자 분들꼔 일종의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크롬 플러스처럼 몇가지 기능은 내장한 브라우저가 나타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메이저 버전 업그레이드도 사용자를 무덤덤하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업데이트가 자주 있는 크롬과 달리 지금까지 파이어폭스의 업데이트는 매우 느렸습니다. 빠른 업데이트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언제나 ‘최신 기능의 업데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안정버전의 브라우저’를 원합니다. 크롬의 업데이트는 비록 메이저 버전 업그레이드가 무색할 정도지만 그래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점도 있겠지요. 파이어폭스도 4.0부터는 버전업 주기를 빨리하여 올해 안에 7.0까지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하니 기대가 됩니다^^오픈소스 역사상 리눅스와 함께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파이어폭스. 이제 최대의 경쟁자이자 타도 1호였던 IE는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5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고, 크롬 같이 뒤에서 무섭게 추격해오는 경쟁자들과 경쟁해야하는 운명에도 처해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30%에 가까운 세계 2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한 떄는 IE의 대안(어떤 분은 웹을 여행하는 빨간약(매트릭스)이라고 표현하시기도)으로서 의미가 있었던 파이어폭스였지만 이제 경쟁자가 몰락하고 있는 지금 파이어폭스는 또 다른 존재의 의미가 생겼습니다. 애플이라는 대기업이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사파리와 구글 웹스토어 같이 웹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크롬을 통해 확대하려고 하는 구글. 그리고 아직도 웹에서 주도권을 잃고 싶지 않아하는 MS의 IE. 이 사이에서 유일하게 어떤 플랫폼의 확대 수단이 아닌 오픈소스 브라우저로서 파이어폭스는 다시 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웹을 되찾자!(Rediscover the Web!)

파이어폭스의 모토가 어떻게보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덧. 포스팅 맨 위의 판다는 어찌보면 이 분과 관계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파이어폭스의 실제 마스코트는 Firefox 혹은 Lesser Panda 라고도 불리는 Red Panda라고 하네요^^(하지만 로고의 여우는 실제 여우와 더 가깝지만..)


사족이지만 주변에서 저랑 닮았다고 하는 캐릭터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