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보고 싶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위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만화 시집 “오래 보고 싶었다”를 밀리의 서재에서 읽었습니다. 그냥 연휴 마지막 밤 자기 전 머리 식힐겸 밀리의 서재에서 만화책을 찾다가 보게 된 시집인데 앉은 자리에서 그냥 다 읽어버렸습니다.

소설도, 자기개발서도 만화로 나오는 마당에 왜 시집은 만화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낸 시집이라고 하는데 만화와 시집의 결합은 국내에서는 최초라고 합니다. 서로 이어지지 않는 시 사이에 스토리를 부여해서 그려낸 점이 참신했습니다. 기존 나태주 시인의 시에 만화와 스토리는 웹툰 작가 다홍이 그려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입니다. ‘오래 보고 싶었다’라는 슬픈 제목과 달리 할아버지는 손녀가 시집 가고 증손자를 낳을 때까지 살아계시는 행복한 이야기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물론 할아버지가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요.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 나태주, <묘비명>

원래 시집은 잘 안봤었는데 요즘은 시집을 몇가지 보고 있습니다. 시집은 행간과 행간을 느끼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읽기가 더 피곤한데, 이렇게 스토리와 함께 만화로 엮으니 감정의 전달이 훨씬 잘되는 느낌이라 덜 피곤했습니다. 물론 해석의 여지를 좀 날려버리는 감도 있지만, 시를 느끼게 해주는 도슨트나 가이드를 만난 느낌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관계에서 상처 받으셨다면 위로 받으실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오랜만에 아무런 단서 없이 추천. 덕분에 연휴 마지막 날이 좀 덜 거지 같았습니다(…

화창한 날씨만 믿고
가벼운 옷차림과 신발로 길을 나섰지요
향기로운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따라
오솔길을 걸었지요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길
막판에 그만 소낙비를 만났지 뭡니까

하지만 나는 소낙비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날씨 탓만 하며 날씨한테 속았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았노라 그마저도 아름다운 하루였노라
말하고 싶어요

소낙비 함께 옷과 신발에 묻어온
숲속의 바람과 새소리

그것도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었으니까요.

– 나태주,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