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에어팟을 선택해야할까요? : 에어팟 프로 리뷰

에어팟 프로를 선물 받았던 것은 작년(2021년) 봄 쯤이었습니다. 2019년에 출시된 모델이니 한참 늦게 사용하게 되었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워낙 유명해서 관심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커널형 이어폰을 좋아하지 않아서 쓸 생각은 안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에어팟을 샀던 이유도 블루투스 이어폰 중에 유일하게 오픈형 이어폰이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사실 에어팟 프로에 대한 사용기를 쓰기엔 좀 새삼스러운 시점이긴 합니다. 에어팟 프로가 출시된지가 햇수로 3년이 되었고, 이미 많은 블로그나 유투브에서도 수 없이 리뷰를 했던 디바이스니까요. 제가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아도 훌륭한 디바이스랄까요.

하지만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은 이어폰이라 간단하게나마 사용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글은 에어팟 프로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제가 쓰면서 받았던 주관적인 인상들을 기록해봤습니다.


디자인

에어팟과 에어팟 프로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바로 디자인이죠. 참고로 전 한번도 에어팟의 디자인에 불만이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출시 초기에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전 개인적으로 유선 이어팟을 훌륭하게 계승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에어팟 프로의 디자인을 보고나니 새삼 일반 에어팟 모델의 긴 꼬리(?)가 새삼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물론 이 짧아진 꼬리는 콩나물 머리(유닛)가 더 커진 대가이긴 하지만 다시 오래된 디자인으로 회귀하기 어려운 모던한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유닛이 커진만큼 귀에 완전히 들어가는 형태의 디자인은 아니기 때문에 정면에서 봤을 때 존재감은 일반 에어팟보다 더 크긴 합니다.

노이즈 캔슬링

원래 음악이라는 매체는 모두와 함께 듣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디지털화하기 어려웠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음악은 모두와 같이 듣는 “공연”의 성격이 더 강했죠. 축음기를 통해 음악을 “저장”하는게 가능해졌을 때조차 사람들은 음악을 집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모두와 함께 들었습니다.

음악이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 오기 시작한 것은 바로 워크맨과 헤드셋이 발명되면서부터였습니다. 워크맨과 헤드셋 덕분에 사람들은 음악을 어디에 있든지 혼자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헤드셋과 워크맨이 처음 나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점차 개인주의에 빠지는 세상을 걱정했지만 어쩌겠어요. 그것이 큰 시대의 흐름이었던거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음악은 한층 더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에어팟 프로가 나오면서 유행시킨 노이즈 캔슬링 기능 때문입니다. 길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주변의 소음까지 차단시켜주는 이 기능은 음악을 어디에서든 나만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워크맨과 헤드셋보다도 한층 더 세상과 나를 분리시켜 음악과 나만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데려가죠.

이전에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이어폰은 많이 있었지만 전 에어팟 프로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처음 써봤는데요, 가장 첫 마디는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웠던가..”였습니다. 에어팟 프로의 꼬리를 잡고 노이즈 캔슬링을 켜는 순간 주변의 소음이 볼륨을 줄인 것처럼 줄어드는 것은 직접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신기한 경험입니다.

특히 주변이 시끄러운 기차, 버스, 지하철 등에서 에어팟 프로의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화이트 노이즈 성 소음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차단해주더군요. 하지만 안내 방송이나 자동차의 클락션처럼 갑자기 발생하는 큰 소리는 차단 효과가 적습니다. 이런 소리들은 아예 안들리는 정도는 아니고 작게 들립니다.

사실 사람의 청력이란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완벽한 노이즈 캔슬링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대부분 보행 중에 쓰는 경우가 많은 이어폰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의 소리는 들려야 안전하겠죠. 에어팟 프로는 그래서 초반에 비해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다소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행중에 노이즈 캔슬링을 켜놓고 다니는 것은 좀 위험하더군요. 저도 에어팟 프로를 사용한 첫날 뒤에서 온 자전거 소리를 못 듣고 부딪힐 뻔했으니까요. 보행 중에는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켜놓는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착용감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전 오픈형 이어폰을 훨씬 좋아합니다. 아니 그보다 커널형을 싫어한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네요.

제가 커널 이어폰을 싫어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특유의 답답한 느낌을 싫어합니다. 커널형은 오픈형과 달리 귀를 완전히 밀폐하기 때문에 귀 내부의 압력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커널형을 끼고 있다보면 느껴지는 이 압박감이 너무 싫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몸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같이 듣게 된다는 점입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커널형 이어폰을 끼고 있다보면 몸 내부에서 혈액이 흐르는 소리(?)라든지, 턱을 움직이는 소리라든지 온갖 소리가 들립니다. 이것 역시 귀를 완전히 밀폐하다보니 귀에서 나는 소리조차 같이 들려주는 것이죠.

에어팟 프로는 이런 커널형 이어폰의 단점을 잡았다고 해서 관심이 갔었는데요, 확실히 위에서 이야기한 두가지 문제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티가 납니다.

일단 이압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했는데, 애플은 이어팁에 구멍을 뚫어서 공기를 어느 정도 통하게 해두었습니다. 그래서 에어팟 프로를 오래 끼고 있으면 귀를 채우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커널형 특유의 압력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또한 몸과 귀 안에서 나는 여러가지 소리들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잡아줍니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을 위한 마이크는 바깥 쪽 말고도 귀 안쪽에도 있는데, 이 마이크가 체내의 소리를 잡아줍니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 보다 깨끗하게 들을 수 있죠.

이 기능이 얼마나 많은 소리를 잡아주는지 테스트해보려면 노이즈 캔슬링을 “끄기” 상태로 착용해보고 입을 여러번 벌려보시면 됩니다. “끄기” 상태에서는 턱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노이즈 캔슬링”, “주변음 허용” 모드에서는 이 소리가 안나죠. 심지어 주변음 허용 모드에서도요. 주변음 허용 모드일 때는 외부에서 나는 소리는 그대로 전달해주면서 체내에서 나는 소리는 노이즈 캔슬링으로 억제합니다. 꽤 세심한 설계죠.

이렇게 커널형 이어폰의 몇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한 티가 많이 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에어팟 프로는 “(비교적 낄만한) 커널형 이어폰”입니다. 태생적으로는 커널형이기 때문에 만약 그동안 오픈형만 써왔던 사람이라면 에어팟 프로가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저도 약 한달 정도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더군요. 여전히 오래 끼면 귀가 좀 피곤해지지만요.

이어팁

일반 에어팟 모델을 쓰던 저로서는 의외로 가장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부분이 적합한 이어팁을 선택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른 커널형 이어폰처럼 에어팟 프로도 교체 가능한 이어팁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이 이어팁의 형태가 일반적인 커널형 이어폰의 이어팁과는 다릅니다.

현재 에어팟 프로 착용으로 인해 귀가 아플 경우 이어팁 교체를 생각해봐야합니다. 에어팟 프로는 기본적으로 세가지 이어팁을 주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에어팟 프로를 연결하고 세가지 크기의 이어팁으로 크기가 맞는 것인지 테스트를 해봤는데 모두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거든요. 어떤 이어팁을 선택하는게 맞는지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죠.

현재 이어팁이 맞는 크기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허용 모드의 성능입니다. 만약 노이즈 캔슬링이 잘 안되거나 주변음 허용 모드가 마치 기계를 거슬러 듣는 것처럼 어색하다면 현재 착용중인 이어팁의 크기가 맞지 않아 소음이 새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S 사이즈나 M 사이즈 착용했을 때 주변음 허용모드를 써보면 실제보다 소리가 크게 들리거나 훨씬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만약 저 같은 경우라면 좀 더 큰 사이즈의 이어팁을 써보시게 좋겠죠.

일단 에어팟 프로의 이어팁은 사람마다 정해져있는 크기가 있겠지만 그 외에 취향도 크게 타는 것 같습니다. 만약 기존 커널형 이어폰처럼 귓속 깊숙하게 들어가 밀폐되는 형태를 원한다면 작은 사이즈의 이어팁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작은 이어팁은 귀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다 보니 유닛이 귀에 꽉차서 귀에 고통을 주더군요.

실제로 에어팟 프로는 일반적인 커널형처럼 끼기엔 유닛 사이즈가 너무 커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어팁 부분이 귓속에 들어간다는 것보다 귀에 걸쳐진다는 생각으로 착용하는게 더 적합하죠. 실제로 이어팁의 모양을 봐도 다른 회사와 좀 다르게 생겼습니다. 이어팁을 귀에 걸치도록 해서 귀가 어떤 형태이든 부담을 줄여주는 설계 방식이죠.

그래서 귀가 아주 작은 사이즈가 아니거나 커널형처럼 끼고 싶으신게 아니라면 작은 사이즈 이어팁은 성인이라면 아마 적합하신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중간 S 사이즈와 M 사이즈에서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골라봤는데 귀에 걸친다는 생각으로 고르니 L 사이즈에 정착하게 되더군요. 실제로 L 사이즈를 착용하니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허용 모드의 성능도 더 좋아지고 귀의 고통도 많이 줄었습니다. 귀에 깊숙하게 들어가는 커널형과 달리 귀에 걸치는 에어팟 프로의 이어팁은 오히려 이어팁이 클 수록 귀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죠.

통화 품질

개인적으로 에어팟 프로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통화 품질 부분이었습니다. 제 쪽에서 소리를 듣는 것은 문제 없었지만 상대방이 제 목소리를 못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변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거나 혹은 목소리가 중간중간 끊긴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추정하기에는 빔포밍 마이크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마스크를 쓴채로 이야기하는 제 목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소음으로 인식해 줄여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

이 문제는 노이즈 캔슬링이나 주변음 허용 모드를 써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사실 주변음 허용 모드는 외부 소리만 들려주는 것일 뿐 내부의 소리는 여전히 노이즈 캔슬링이 동작하고 있기 때문에 원인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맞지 않을까 추정해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가장 손 쉬운 해결 방법은 모드를 노이즈 캔슬링 “끄기” 모드로 하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노이즈 캔슬링을 켜나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켜나 아예 꺼버리나 통화 품질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에어팟 프로를 쓰면서도 일반 에어팟 모델을 병행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특히 통화를 자주하는 패턴이라면 에어팟 프로의 짧은 배터리 시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오히려 방해로 다가오기 때문에 통화에 있어서만큼은 일반 에어팟 모델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에어팟 프로에 대한 많이 늦은(?) 리뷰를 해보았습니다. 에어팟 프로는 제 주변에서도 써본 사람들은 모두 좋은 평가를 할 정도였습니다. 애플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호불호 없는 평가의 기기는 상당히 오랜만이었죠.

에어팟 프로를 끼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하는 순간, 내가 어디에 있던지 음악과 나만이 존재하는 공간이 된다는게 에어팟 프로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마법과 같이 마치 소음이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건 애플 능력이겠죠. 여러모로 상당히 인상적인 제품입니다.

아직 커널형 이어폰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에어팟 프로는 제가 여태까지 써본 커널형 이어폰 중 가장 낄만한 이어폰입니다. 이압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특유의 잡음도 안나기 때문이죠. 에어팟 프로를 끼다보면 오히려 일반 에어팟이 너무 가벼워서 이상할 지경이랄까요. 커널형을 싫어하는 제가 이 정도라면 에어팟 프로는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알맞는 이어폰일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건 이어팁의 선택이었습니다. 이어팁을 어떤걸 선택하냐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 성능과 착용감이 크게 갈리기 때문이죠. 이어팁을 선택하는데는 따로 가이드가 없고 착용 테스트도 제대로 못 잡아주기 때문에 아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적합한 이어팁을 선택하지 못한채로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에어팟 프로를 쓰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통화 품질입니다. 통화 용도로는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어떤 환경에서 영향을 주는지는 좀 더 테스트해봐야 알겠지만 통화가 많은 사용자라면 가볍고 배터리도 좀 더 오래가는 일반 에어팟 모델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