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케이드, 6주년

The Verge에서 애플 아케이드 6주년 기념으로 애플 아케이드 담당 디렉터인 Alex Rothman과의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참고로 The Verge는 구독이 따로 필요합니다)

인터뷰에서 Alex Rothman은 그간 애플 아케이드의 변화와 함께 애플이 얼마나 게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12월 쯤에 뭔가 대형 게임이 들어올거라는 작은 암시도 있습니다.

사실 인터뷰 자체는 일반적인 애플 임원 인터뷰처럼 정보 값이 별로 없는 인터뷰였는데, 애플 아케이드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이 서비스가 얼마나 변했는지 정리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플 아케이드 1시대 – 프리미엄 인디 게임

초반의 애플 아케이드는 제가 좋아하는 타이틀이 많았습니다. 인디 게임 중심이었고, 유료로 판매되는 모바일 게임 퀄리티의 게임이 많았습니다. 초반에 즐겨했던 게임 중 대표적으로 ‘Sayonara Wildheart’나 ‘The Pathless’ 같은 게임은 애플 아케이드의 초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죠.

초반 애플 아케이드 인디 게임의 전성기를 보여준 두 타이틀

다만 이런 게임들의 특징은 다른 플랫폼의 게임 콘솔에서도 발매된 게임이고, 최적의 플레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적합했지만, 대부분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대중에게 어필하기는 힘들었던 게임들이었죠.

애플 아케이드 2시대 – 광고 없는 모바일 게임

이후 애플 아케이드가 서비스 방향을 바꾸는데 영향을 준 두 게임이 나타났습니다. ‘Sneaky Sasquatch’와 ‘Grind Stone’ 입니다.

이 두 게임의 특징은 간단한 캐쥬얼 게임이고, 끝이 없는 게임이라는거죠. 기존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특성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애플은 이 두 게임이 좀 더 구독 서비스에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이후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때 변경된 방향은 아래에서도 자세하게 다뤘죠.

이후 애플 아케이드의 서비스 전략 방향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원래는 선별된 프리미엄 모바일 게임을 제공한다에서 끝이 없는 사용자 참여형 게임과 과금 유도하던 모바일 게임을 광고 없이 무료로 즐긴다로 바뀐거죠. 그리고 이게 좀 더 기존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인구에게 더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스팔트8+’ 같이 기존 과금 모델 게임이 라인업에 포함되기도 했죠.

애플 아케이드 3시대 – 유명 IP와의 협업

사실 지금의 애플 아케이드의 게임을 보면 그 이후로 한번 더 변했는데, 바로 유명 IP와의 협업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 ‘Hello Kitty Island Adventure’ 입니다.

산리오의 IP를 이용해 만든 이 게임은 기존 애플 아케이드 게임인 ‘Heroish’를 제작한 Sunblink라는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 유명 IP를 갖고 있던 산리오와 개발력을 갖춘 Sunblink를 연결하고 게임을 퍼블리싱하는데 애플이 주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를 보면 이런식의 협업이 앞으로 계속될거라고 합니다. 현재 애플 아케이드의 라인업을 보면 소닉, 태고의 달인, 디즈니 같이 유명 IP의 게임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유명 IP를 사용한 게임은 게임의 접근성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게임이어도 플레이어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는데, 유명 IP의 게임들은 그 IP의 팬들을 게임으로 유입시키는데 유리하죠. 애플 아케이드 게임들이 갖고 있던 ‘낯섬’이라는 단점을 IP와의 협업으로 타개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인디 개발사 입장에서도 아무것도 없이 유명 IP와의 협업은 어려운데 이를 애플이 중간에서 연결해주니 누이좋고 매부 좋은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리오나 포켓몬 같은 IP가 없는 애플 입장에서도 유리한 방식입니다.

따라하는 넷플릭스 게임

애플 아케이드가 프리미엄 인디 게임을 외면하기 시작했을 때 넷플릭스가 이들을 대거 흡수했습니다. 넷플릭스 구독에 포함되어있는 모바일 게임 서비스에 Monument Valley 시리즈 등 유명 인디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한거죠.

저도 그래서 애플 아케이드를 해지하고 넷플릭스 게임에서 몇가지 게임을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에 확실히 제 취향의 게임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넷플릭스 게임도 지난 7월 인디 게임을 대거 종료하면서 애플 아케이드처럼 유명 IP의 게임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도 인디 게임들은 초반 라이브러리 확대에 이용당하고 버려진거죠.

넷플릭스는 애플과 달리 유명 IP를 이미 보유한 회사입니다. 다른 회사의 IP를 가져오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죠. 이미 오징어 게임과 블랙미러 배경의 모바일 게임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IP와 그를 활용한 게임들이 나온다고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하죠.

애플 아케이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런 모바일 게임 구독 서비스에서는 나름대로 선구자적 입지를 갖게 된 것 같아 보입니다. 이쪽도 성공 방정식이 비슷하게 흘러가는걸 보면 말이죠. 어쩌면 게임을 즐기는 코어 인구와 달리 모바일 게임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저 같은 게이머들은 목소리만 크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

애플 아케이드의 미래

현재 애플 아케이드의 라인업은 유명한 게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2024년에 기존 애플 아케이드 개발자들은 애플 아케이드에 죽음의 냄새가 난다라고 했지만 이건 애플 아케이드 전략이 변경되면서 발생한 정리 작업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게임 구독 서비스로서 애플 아케이드를 아직 종료하진 않고 있지만 애플원의 가치를 높이는 반찬 같은 서비스라는 인상을 아직까지 지우긴 어렵습니다. 어디까지나 메인은 Apple TV+와 애플 뮤직이고 애플 아케이드는 그냥 애플원에 끼워주는 무료 서비스에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에 5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게임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애플 TV+에는 매년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애플이 얼마나 게임을 진지하게 보는지에 대해 게속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현실을 보면 그런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애플의 태도를 볼 때 애플 아케이드는 앞으로도 크게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애플원을 구독하는 가족 중 일부 구성원들이 좋아하는 게임 서비스로 남고, 애플도 이 정도에 만족할 것 같습니다.

마무리

애플 아케이드를 비롯해 게임과 관련해 애플 임원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코웃음 치게 됩니다. 항상 애플이 얼마나 게임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데 막상 나온 결과물과 태도를 보면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거든요.(오히려 얼마나 게임을 우습게 생각하는지 보인달지)

참고로 저는 애플 아케이드를 작년 8월 말에 애플원을 해지하면서 완전히 해지했습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그동안도 애플원에 포함되어있어서 썼던거지 순수하게 따지면 훨씬 예전에 애플 아케이드 이용을 중단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게임이 재미없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가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그 안의 콘텐츠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허하기 마련이니까요. 최근 IP를 활용한 게임들도 대상층이 확실한걸 보면 앞으로도 가족 중심(주로 아동 중심)으로 가게 될 것 같고 적어도 당분간 다시 구독하게 될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애플 임원이 이야기한 것처럼 연말에 뭔가 큰게 오는 모양인데, 마침 얼마 전부터 애플 아케이드 한달 구독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알림이 오고 있고 연말 쯤에 무료 구독권을 써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덧. 물론 이 글에서 언급한건 대개의 흐름이 그렇다는거지, 여전히 예전의 흔적들은 남아있습니다. ‘Sayonara Wild Hearts’도 아직 라이브러리에 남아있고, “Stardew Valley” 같은 유명 인디 게임도 남아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