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애플 아케이드를 계속 구독하고 있다가 7월 한달 동안은 구독을 끊고 있었습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애플 생태계의 노예인 저로서는 출시 전부터 기대했던 서비스였는데요, 서서히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애플 아케이드의 게임들은 실망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재밌게 했던 게임들도 거의 대부분 출시 초기작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구독을 시작했는데요, 곧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될 게임들 때문이었습니다. iOS14에서는 애플 아케이드에 추가되는 게임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이 생겼는데요, 현재 소개된 몇가지 게임들은 충분히 기대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던 게임 중 하나가 바로 The Last Campfire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드벤쳐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는데 The Last Campfire는 딱 제 취향의 3D 어드벤처 게임이었거든요. 저는 iOS14가 출시된 후에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출시되었습니다.
The Last Campfire는 사실 게임 자체보다 제작사가 더 유명한데요, 이 게임의 제작사 Hello Games는 그 악명높은(?) No Man’s Sky의 제작사입니다. 원래 인디 게임 제작사지만 No Man’s Sky는 약간 과대 광고되어 AAA 급 게임으로 포장되었죠. 가격도 AAA 게임 급의 6만원을 받았지만 정작 본 게임은 컨텐츠가 별로 없어서 많은 유저들이 반발했던 게임이었습니다.
The Last Campfire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개발자 두명이 개발한 인디 게임입니다. 어쩌면 No Man’s Sky에서 겪었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다시 인디 게임 개발에 매진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비쥬얼에서도 알 수 있듯, 인디 게임으로서는 상당한 퀄리티의 게임입니다.
수준 급의 인디 게임
No Man’s Sky는 아쉬운 AAA 급 게임이었지만 The Last Campfire는 퀄리티가 높은 인디 게임입니다. 게임 단독 구매 가격도 16,800원(스위치 기준)이라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갖고 있습니다. 애플 아케이드 뿐 아니라 Xbox, Switch, Play Station, PC 등의 플랫폼으로도 8/27에 동시에 발매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PC는 에픽 스토어 독점이라 스팀에 출시는 2021년이라는 점입니다. PC 플랫폼에서 하신다면 맥에서 애플 아케이드로 즐기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글을 지원한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보기와 달리 대사가 많이 나오는 게임이라 한글화는 상당히 고마운 일입니다. 애플 아케이드에 출시된 게임들은 애플의 정책 때문에 대부분 반 강제로(?) 한글화되어있는데요, 덕분에 애플 아케이드 게임이 타 플랫폼에 출시되어도 한글화 상태로 출시됩니다. 애플 아케이드 게임 덕분에 타 플랫폼에도 한글을 지원하는 게임이 많아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겠죠. The Last Campfire도 스팀 소개 페이지에서는 한글 미지원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최초 기획 단계에서 한글화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잉걸불인데요, 원어 이름인 Ember를 번역한 말입니다. 다 타고 남은 숯이나 장작을 의미하는 우리말입니다. Ember를 직역한 말이지만 꺼진 모닥불을 피워야하는 주인공과 참 잘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게임 내용은 친구들과 홀로 떨어져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잉걸불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캐릭터도 귀여운데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쩐지 으스스합니다. 게임의 전체 대사는 더빙이 되어있는데, 성우는 한 사람입니다. 소녀의 목소리로 나지막히 읽어 나가는 한 편의 동화는 마냥 어린이 용이라고 보기보다 그림 형제의 동화 같은 느낌입니다.(사실 소녀의 목소리도 어딘지 무섭..)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되어있는 조작도 장점입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Monument Valley 처럼 원하는 지점을 찍어주면 캐릭터가 알아서 이동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굳이 컨트롤러를 연결하지 않아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별도의 컨트롤러를 연결하면 일반적인 게임처럼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죠.
나아갈까요? 도와줄까요?
이 게임의 진행은 크게 두갈래로 갈라집니다. 잉걸불이 집으로 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기본적인 게임의 큰 줄기입니다. 이 부분의 난이도는 꽤 쉽습니다. 약간의 퍼즐과 아이템을 조합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크게 막히는 부분 없이 물 흘러가듯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잉걸불을 도와주는 유령은 같은 곳을 헤매다 ‘허망’이 되버린 다른 잉걸불들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요, 이 길 잃은 다른 잉걸불을 도와주려고 마음 먹으면 게임의 난이도가 상승합니다. 이 길 잃은 잉걸불들은 도처에 숨어있는데요, 찾으려면 상당히 돌아다녀야 합니다. 게다가 돌아다니다보면 숨겨진 이야기도 밝혀지기 때문에 선택 퀘스트가 아니라 거의 필수 퀘스트 같은 느낌입니다.
길 잃은 잉걸불을 구하려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퍼즐의 난이도가 그리 어렵진 않은데, 잉걸불들을 찾아 나서는 것 자체가 일입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 다음 특정 아이템을 가져와 이전 단계로 돌아가 못 찾은 잉걸불들을 찾아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길 잃은 잉걸불을 찾은 후 스테이지 마지막에 있는 모닥불에 불을 지피면 잉걸불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이름이 The Last Campfire인 것도 이런 이유겠죠.
다른 잉걸불을 구하기 위해 길을 많이 찾아야 하는 게임인데 돌아다니지 않으면 지도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픽이 화려해서 길이 있는지 막다른 길인지도 직관적이지 않은데요, 미니 맵이라도 제공되면 훨씬 길 찾기가 수월할 것 같은데 좀 아쉽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The Last Campfire의 개발자들은 인터뷰에서 독창적인 게임이지만 Journey, The Witness 등의 게임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플레이하다보면 확실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자꾸 받게 됩니다.
일단 잉걸불의 생김새는 키는 다르지만 Journey에 나오는 주인공과 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스테이지 마지막마다 유령이 주인공을 도와주거나 길을 알려주는 등의 전개 또한 Journey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잉걸불을 구하면 나오는 불꽃을 ‘허망(돌)’로 변한 잉걸불에게 주어 구원하는 방식은 Journey 개발사의 또 다른 게임 Sky : Chlidren of the light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잉걸불을 구할 때 별도의 공간으로 이동해 퍼즐을 푸는 것은 어쩐지 Monument Valley가 생각납니다. 게임 중 얻게 되는 나팔을 통해 지도 상의 금속들을 조작하는 것은 Trine의 퍼즐 요소가 생각납니다.
이렇듯 The Last Campfire는 플레이하다보면 많은 유명 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만큼 익숙하고 보장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뭔가 “아!” 하게 되는 이 게임만의 독창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마무리
The Last Campfire는 최근에 출시된 게임 중 가장 추천할만한 퀄리티의 게임입니다. 사실 퀄리티 높은 게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애플 아케이드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3D 그래픽을 갖춘 게임이 출시된 것도 Oceanhorn 2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드벤쳐를 좋아하시고, Monument Valley, Journey 같은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할만한 게임입니다.
그래픽도 상당한 수준에, 모든 대사가 더빙되어있고, 한글화도 상당히 잘되어있는 등 게임의 퀄리티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지만 유명 게임의 요소를 조금씩 차용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꾸 기시감이 드는 건 아쉽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나 퍼즐 등의 요소가 좀 더 독창적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르나 비쥬얼 측면에서는 확실히 제 취향에 맞는 게임이라 전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애플 아케이드 뿐 아니라 다른 콘솔, PC 플랫폼에서도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라 퍼즐 어드벤처 방식의 비슷한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분명 재밌게 즐길 수 있을만한 게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