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성능 저하 게이트” 사과

애플의 성능 저하 게이트로 인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죠. 소송으로 인한 피해보상 요구 금액이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애플도 사태가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았는지 바로 12월 29일 새벽에 ”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

“라는 이름으로 사과문이 올라왔습니다. 이전에 올라왔던 해명 형식의 짤막한 입장 발표와 대비됩니다.사과문에서 애플은 고객들에게 혼선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지만, 이 기능이 결코 구형 아이폰의 계획적 진부화를 위한 기능은 아니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이 기능은 어디까지나 갑작스럽게 전원이 꺼지는데 대한 보완 기능일 뿐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고객에게 이 방법이 잘못 전달된데에 대해서는 사과를 한다고 하였습니다.애플은 사과와 함께 고객에 대한 보상으로서 두가지를 제시했습니다.하나는 배터리 교체 가격 지원입니다. 기존에 79달러(10만원)하던 배터리 교체 비용을 29달러(34,000원)으로 지원해준다는 것이죠. 또한 고객이 원하는 때에 언제든 배터리를 애플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교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간은 2018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로, 실질적으로 이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모델들은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7 시리즈가 될 것입니다. 아이폰5나 아이폰5s 같은 기기들은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요, 아이폰6 이전의 구형 기기들은 성능 제한 기능이 없는 모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그리고 iOS에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배터리의 상태와 성능에 대한 영향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용자는 이 기능을 통해 배터리가 성능에 미치는 상태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성능 저하 기능을 추가하는 순간 진작에 들어갔어야 하는 기능이 아닌가 하는 늦은감이 있지만 일단 들어간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외신쪽은 이 조치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사태를 해결하는 첫걸음으로서는 괜찮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The Verge

같은 경우 애플의 사과문을 소개하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애플이 아이폰을 느리게 만들었다고 믿으며, 이 무너진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사과를 통한 두가지 조치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Business Insider

같은 경우 절대 사과를 하지 않던 애플이 고객 친화적인 행동을 보이며 사과를 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었습니다. 이번 두가지 조치에 의의를 두면서 고객에게 다소의 신뢰를 잃었지만 예전의 애플에 비하면 이렇게 빠른 사과는 큰 발전이라는 것이죠.그에 반해 국내 언론과 커뮤니티는 이 사과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서울 경제

같은 경우에는 애플의 사과가 상당히 “고압적”이고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프트웨어로 성능 저하를 유도해놓고 그 원인을 하드웨어인 배터리 탓으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애플이 의도한 기능을 갖고 배터리 마저 (비록 할인은 했지만) 유상으로 팔아먹으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국내 커뮤니티 등에서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종의 범죄 행위를 저질러 놓고 배터리를 완전 무상으로 교환해주는게 아니라 유상으로 교환해주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습니다. 또 “이젠 성능 저하를 공식적으로 대놓고 하겠다는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애플이 사과를 했어도 일단 진행중인 소송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애플의 사과와는 별개로 이미 소송은 10개가 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니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전 글에서는 팩트의 전달을 목적으로 약간 드라이한 글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개인적인 의견을 조금 섞어볼까 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의견으로, 이에 대해서는 코멘트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전 글에도 활발한 토론을 해주셨죠.)전 이번 사과문에서 봐야할 포인트는 바로 이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애플이 의도적으로 기기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 애플이 조치한 이번 조치가 충분한 조치인가?

일단 애플이 사과문에서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오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오해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그 해명이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리튬 전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애플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방법이 유일한 방법인지, 제일 합리적인 방법인지 알지 못합니다. 애플도 그래서인지 사과문과 함께

리튬 전지

에 대한 설명서 등을 함께 첨부하여 소비자들을 이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저도 리튬 전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애플이 제시한 방법이 최선의 방법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적 증거들을 통해 저는 애플의 말을 좀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일단 첫번째로 애플이 성능 제한을 아이폰에만 해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플의 제품 라인 중에서 아이폰은 그 드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교체주기가 매우 짧은 제품입니다. 아이패드 같은 경우는 교체 주기가 너무 길어서 제품의 전체적인 판매량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제가 계획적 진부화를 몰래 실현하고 싶다면 아이패드 쪽에 우선적으로 성능 제한을 걸겠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배터리가 외부 환경에 좀 더 자주 노출되는 아이폰에 우선적으로 적용했습니다.(물론 차후에는 아이패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두번째는 이 성능 저하가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구형 아이폰의 성능 제한”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오래된 배터리에서만 성능 제한이 일어나는 것처럼 적고 있지만 사실은 매우 춥거나 뜨거운 상태에서 충전을 한다든지 리튬 배터리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도 성능 저하가 발생합니다. 이 상태에서 다시 일상적인 환경으로 돌아오면 배터리 성능도 돌아옵니다. 물론 위와 같은 성능 제한이 아니라 배터리가 오래된 경우라면 성능 제한이 지속되겠죠.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배터리를 교체하면 다시 원래 성능을 회복하도록 설계를 해놓았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애플의 말이 좀 더 신빙성 있다고 믿는 세번째 이유입니다. 애플이 정말 구형 기기를 도태시키고자 했다면 배터리를 교체하더라도 떨어진 성능이 유지되었을 것입니다.애플이 오해라고 한 말을 믿는다는 전제하에, 그렇다면 애플이 이번에 제시한 “해결책”들은 충분한 대응일까요?앞서 인용한 서울경제에서는 애플의 대처를 삼성의 갤럭시노트7 때와 비교하였습니다. 삼성은 이슈가 나타난 즉시 모든 기기들을 환불 결정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보상 정책을 펼쳤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고 배터리를 유상 교체하고 보상도 미미하다고 비판했습니다.일단 개인적으로 iOS에 투명성과 관련한 기능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기능이 들어가기에는 1년정도 늦었죠. 진작에 들어갔어야 하는 기능인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랄까요. 이 기능이 진작에 있었더라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애플이 이번에 추가하는 기능은 어떤 레벨까지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배터리의 상태와 아이폰에 끼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개인적으로는 iOS에 투명성을 챙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배터리 교체 비용 지원은 예상하지 못한 대책이었습니다. 이런데에 대해서는 돈 한푼 보상하지 않는게 애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팀 쿡 하의 애플은 좀 더 사과를 잘 한다고 할까요. 잡스 시절의 애플도 아이폰4의 안테나 게이트 때 범퍼 케이스를 무료로 제공했던 적이 있었으니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간혹 보면 애플이 배터리 교체 비용을 무상으로 지원하지 않은데 대한 비판이 같이 있는데 사실 배터리는 소모품이고 이 배터리가 소모된 것은 애플이 한게 아니라 사용자가 한 것이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비용을 지원한다는게 약간 넌센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체 비용 지원은 애플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이에 비해 갤럭시 노트 7의 사례가 생각나기도 하죠. 삼성은 갤노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보상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배터리 결함으로 인해 스마트폰이 폭발하는 중이었고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잠재적으로 훨씬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죠. 지금과는 양상이 약간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제 생각엔 애플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이 조치들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엔 아직은 부족한 조치들이라고 느껴집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성능 제한 없이 리튬 배터리의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거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밖에 없겠죠. 스마트폰의 다른 부품에 비해 발전이 더딘 배터리인만큼 아직 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조만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이전에 쓴 애플의 성능 저하 게이트 정리 글이 생각지 못한 많은 관심을 받아서 연달아 두개 연속으로 쓰게 되었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애플의 사과가 믿을만하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애플의 대처가 만족스럽다고 보시는지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덧. 저도 테스트해보니 추운 곳에 가면 벤치마크 상으로 성능 저하가 발생하더군요. 아래 두 스크린샷은 추운곳에서 찍은 제 아이폰7 플러스의 Geekbench 결과 입니다. 정상 성능이라면 해당 스샷에 있는 두번째 그래프만큼은 성능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폰7은 빅리틀 코어 시스템이라 그런지 몰라도 저 상태에서 체감 성능이 그렇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습니다.(아직 아이폰7 플러스는 체감되기에 iOS 필요 성능이 여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그리고 아래 그림은 실내로 들어와서 다시 찍은 스샷입니다. 성능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실내에서도 같은 기종의 성능보다 성능이 저하된 상태로 보인다면 2018년 1월부터 시행되는 애플의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기다려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