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패드 프로를 잘 쓰는 편입니다. 집에서 이렇게 블로그 쓸 때도 쓰고 게임할 때도 쓰고 책 볼 때도 쓰고 회사에서 일할 때도 씁니다. 아이폰보다 아이패드 프로를 쓰는 시간이 훨씬 길 정도죠.
특히 아이패드 악세사리 중 매직 키보드는 왜 그동안 그렇게 고민했을까 싶을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특히 일할 때는 이거 없으면 일 못할 정도니까요.
그런 저에게 예전 2018년 아이패드 프로를 썼을 때 사놓고 가장 후회했던 악세사리가 있다면 바로 애플 펜슬입니다. 사놓고 거의 붙여놓고 다니기만 했지 제대로 써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아이패드 프로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애플 펜슬이겠지만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도 아니고 손 글씨 메모를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진짜 사놓고 1년에 한 두번 정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M4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면서는 매직 키보드만 구매했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차라리 애플 펜슬을 안붙이고 다니니까 매직키보드만 갖고 다닐 때 불안함(평소에는 떨어뜨릴까봐 불안했던)도 사라졌거든요.
근데 아주 가끔, 블로그에 포스팅할 때 스크린샷 등에 주석을 표시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어제 글 같은 경우 말이죠. 물론 iPadOS에 도형 넣기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냥 직접 그리는게 더 빠르긴 하거든요. 이럴 때는 애플 펜슬 생각이 좀 났습니다.
그런데 가끔 스크린샷에 주석 표시하겠다고 사기엔 애플 펜슬은 너무 비싸고 기능도 과합니다. 그냥 네모만 그리면 되는건데 말이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다이소에서 신기해서 구매해봤던 터치펜(원판 모양 터치펜)이 대활약하고 있습니다. 처음 글에서는 별로라고 혹평했는데 쓰다보니 이런 목적으로 쓰기엔 딱이었거든요.

이 터치펜은 모양은 이상하게 생겼지만 예전 Jot이라는 펜에서 썼던 정전식 펜슬입니다. 원판 모양의 판이 터치면에 사람의 손가락과 같은 정전기를 유도해서 쓰는 방식이죠.(예전엔 꽤 비쌌는데..) 다이소에서 파는 다른 둥근 모양의 터치펜과는 원리가 다릅니다.
이 펜의 가장 큰 장점은 원판 모양에 있습니다.

투명한 원판이 직접 닿으면서 훨씬 정밀한 그리기나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원판이 투명해서 내가 그리고 있는 부분을 보면서 그릴 수 있습니다.


투명판을 통해 내가 그리는 부분이 보입니다. 다른 다이소 터치펜과 달리 정밀하게 쓸 수 있다는게 장점이죠.

덕분에 제가 사용하는 목적에서는 딱입니다. 스크린샷에 네모만 그리는거요. iPadOS는 그린 다음 보정해주는 처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위 사진처럼 이쁜 네모를 그릴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이런거 하려고 애플 펜슬 사는 건 좀 그렇죠.
이 펜슬의 장점은 일단 당연히 가격입니다. 다이소 답게 단 돈 1,000원. 여러개 사서 사무실이랑 집에 하나씩 놓고 써도 전혀 부담 없는 가격입니다. 애플 펜슬 가격은 이 펜을 195개 살 수 있는 가격이죠.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페어링 과정이 필요 없다는겁니다. 그래서 여러 기기에 번갈아가면서 쓸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그리다가 아이폰으로 옮겨서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배터리도 안들어가기 때문에 충전도 필요없습니다.(그래서 가볍기도 하죠)
다만 단점이라면, iPadOS에서는 손가락과 같이 취급하기 때문에 애플 펜슬만의 고급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애플 펜슬은 손가락과 펜슬을 구분해서 여러가지 기능을 하지만 이 펜슬은 당연하게도 그런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화면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 후기에서 미세한 스크래치가 났습니다. 이건 플라스틱 원판과 아이패드 화면 사이에 있는 먼지가 갈리면서 스크래치를 내는거라서 이 펜으로 필기나 그리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먼저 화면에 있는 먼지를 제거해주는게 안전합니다. 저도 닦으면서 썼더니 처음 빼고는 지금까지 계속 쓰면서 추가 스크래치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몇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가격이 애플 펜슬의 195 분의 1 가격이라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충전도 필요없고 범용성도 갖추고 있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할 것 없이 다 쓸 수 있다는게 장점입니다. 저처럼 아주 가끔 간단한 그리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반대로 본격적인 그리기나 글씨 쓰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애플 펜슬을 사시는게 돈 아끼는 길입니다. 짭플펜슬 같은 것보다 그냥 정품(가장 저렴한 USB-C 모델이라도)을 사시는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