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애플워치 11.6.1 업데이트를 하면서 눈에 띄는 부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로 미국에서 애플워치의 혈중 산소 농도 센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작년, 애플은 마시모에서 제기한 혈중 산소 농도 센서 특허에 대한 소송에서 미국의 헬스케어 센서 제조사 ‘마시모’에 패한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ITC에서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한 애플워치의 수입을 막은거죠.
이후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애플워치 시리즈 9, 시리즈 10, 울트라, 울트라 2 등의 최신 애플워치는 혈중산소 농도 체크 기능이 비활성화된 상태로 출하되었습니다. 하드웨어로 제한을 건건 아니고 소프트웨어 적으로 제한을 건 상태로 출하한거죠.
그로부터 22개월 동안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애플워치는 혈중산소 농도 체크 기능이 비활성화되어있었습니다. 애플은 이번 업데이트로 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우회된 방식은 간단한데, 혈중 산소 농도의 계산을 아이폰에서 처리하도록 변경했습니다. 애플워치에서는 센서로 정보만 수집하고 이에 대한 계산은 아이폰에서 처리하여 아이폰의 건강 앱에서만 볼 수 있도록 변경했습니다. 방식을 이런식으로 변경한걸 보면 애초에 특허권은 시계 장치에서 혈중 산소 농도가 계산되는 부분에만 한정된거였나 싶습니다.
우회로를 찾긴 했지만 여전히 애플워치 자체에서 혈중 산소 농도를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완벽한 방안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WatchOS 26 베타에는 이 우회 기능이 아직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우회 기능을 탑재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ITC에 규제 철회를 위한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근데 WatchOS 11.6.1 을 설치하면 한국에서 쓰고 있는 애플워치도 똑같이 아이폰에서만 볼 수 있도록 변경되는걸까요? 다행히도 설치해본 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규제는 미국 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애플워치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남의 나라 이야기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소프트웨어로 규제를 우회하는걸 보면 애플 답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