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써왔던 아이폰 11 프로가 결국 완전히 망가져버렸습니다.
사실 언제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르게 그냥 자연스럽게 안켜지더니 그대로 벽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강제 재부팅 절차도 시도해봤고 충전도 계속 시도해봤지만 켜지지 않더군요. 사실 핸드폰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도 처음이라 좀 당황했습니다. 약간의 현실부정도 함께 있었죠.
아이폰 11 프로는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사고가 많았던 폰이었습니다. 특히 애플 케어가 끝나자마자 사건이 연이어 터졌죠. 애플 케어 들고 있을 동안에는 한번도 떨어뜨린 적이 없다가 그냥 갑자기 떨어뜨린 적도 있었고 일본의 은각사에서 사진 찍으면서 걷다가 폰을 든 채로 그대로 넘어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위에 있는 사진처럼 떨어뜨려서 후면이 박살나기도 했습니다.
오늘 애플스토어에 가서 혹시 강제로 재부팅할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결국 어떤 방법으로도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지니어스가 추정하기로는 메인보드가 나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교체하려면 리퍼 86만원이 든다고(…) 그 정도면 아이폰 미니가 한대 값이라 수리는 거절하고 그냥 벽돌 상태의 폰을 들고 왔습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문제가 생겼을까?를 생각해봤는데 애플 지니어스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후면이 박살난 경우 뒷면의 무선 충전 코일도 그 충격 때문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며칠 전부터 무선 충전이 자꾸 안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결국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무선 충전을 계속 시도한 것이 문제를 키웠던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후면이 깨진 경우 무선 충전은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스마트폰이 갑자기 사라지니 생각보다 불편한게 너무 많았습니다.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Okta Verify 같은 보안 툴도 못 쓰니 출근해도 내부망에 접근조차 못했고(보안 팀에 이야기해서 어찌저찌 접근하긴 했지만요), 회사에서 지급하는 식권을 사용할 수 있는 앱도 못 쓰니 점심에 점심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재택 중에는 배달조차 시킬 수 없었죠. 은행 거래는 물론이고 애플워치의 건강 기록도 못하고 집에 있는 에어컨이나 로봇청소기, 스마트 조명도 컨트롤할 수 없었습니다. 본인인증도 못해서 내가 나라는 것을 인증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맥북이나 아이패드의 사용 비중이 높아서 아이폰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맥북이나 아이패드는 없어도 일할 때 말고는 생활하는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은 이미 일상 생활에 너무 강력하게 통합되어있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이 정도까지 통합되었나 싶을 정도라 웬지 모를 위기감도 들었습니다.
결국 임시로 옛날에 쓰던 아이폰 7 플러스를 꺼내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화 기능 정도만 가능하고 나머지 기능은 iOS 버전 문제로 백업 데이터를 못 살려서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도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아무래도 주력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본의 아니게 업그레이드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폰 11 프로는 적어도 5년은 쓰고 싶었는데.. 결국 3년 정도 밖에 채우지 못했네요. 아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