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Guilty

아이패드 프로 병이라는게 있죠. 아이패드 프로를 사봐야 유튜브 보는 것 외에는 쓸모 없을거라는걸 알면서도 사고 싶어지는 고질병 중 하나입니다.

저한테는 약간 반대로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고 난 다음에 따라오는 아이패드 프로 Guilty라는게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쓰면서도 아이패드 프로가 아닌 다른 대안이 맞지 않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병입니다.

사실 저는 비교적 아이패드 프로를 잘 활용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놀 때도 일할 때도 자기 전에도 아이패드 프로를 계속 잡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오늘은 맥북 에어로 작업해야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 써도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을 정당화하기 어려우니 자꾸 장기적으로는 아이패드 프로를 버리고 맥북 Only 환경으로 가려고 하는거죠.

속으로는 아직 아이패드 프로는 가짜 컴퓨터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느정도는 그게 사실이기도 하구요. iPadOS는 애플이 짜놓은 프레임을 조금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의 패턴을 아이패드 프로에 맞춰야 한다는 것, 그 지점 때문에 그나마 덜한 맥북 에어로 메인 컴퓨팅 환경을 자꾸 옮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꾸 다른 사람들은 아이패드 프로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잘 쓰고 있나를 계속 검색하면서 제 선택을 정당화하곤 합니다. 아이패드 프로라는 물건을 쓴지가 벌써 7년이 넘어가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맥 환경으로 돌아갈 때마다 다시 아이패드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매번 그러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책을 봐야지 싶을 때도 있고, 단축어로 만든 AI 기능이 아이패드에서 사용하기 편할 때가 있고, 회사 원격에 붙어서 작업할 때도 VPN실행이 훨씬 간편한 부분이 있고, OLED 디스플레이가 맥북 에어의 화면보다 더 좋아서 게임이나 컨텐츠를 볼 때 더 찾게되고, 가끔 화면만 떼서 쓰고 싶을 때도, 자기 전에 전날 찍은 사진을 보정할 때도 아이패드를 더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시도해봤으면 이제는 아이패드 프로 Guilty를 느끼진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럼에도 계속 이러는 것은 아이패드 프로 환경에서 오는 아쉬움과 불안감이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분명 제 사용 패턴에서는 대부분의 작업을 다 할 수 있는데도, 아이패드 프로만 있으면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렇게 비싸게 주고 샀는데도 이런 불안감과 아쉬움을 느끼는게 맞는가, 굳이 그렇게까지해서 쓰는 이유가 있는가 싶은거죠.

그래서 오늘도 맥북에서 이 글을 시작했다가, 결국 마무리는 아이패드 프로로 하고 있습니다. -_- 계속 굴레처럼 돌고 도는 아이패드 프로 Guilty. 언제쯤 없어지려나요. 이쯤되면 스스로를 못 믿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덧. 맥북 에어랑 자꾸 왔다갔다하게되는 이유 중에는 맥북 에어가 제 스타일의 디자인이기 때문도 있습니다. 웬지 노트북은 클램쉘이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고정관념이죠. 매직키보드도 노트북이랑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겉의 고무 재질은 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덧2. 맥북 에어는 이동식 맥 데스크탑(?)으로 쓰는 중인데 아무리 그렇게 써도 확실히 두 기기는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