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에서 슬랙을 삭제하다

그동안 회사와 개인 컴퓨터 생활을 구분하기 위해 아이패드 프로 = 회사, 맥북 에어 = 개인 환경 용으로 구성해서 써보기도 하고 iOS의 집중 모드 기능으로 구분해보기도 하면서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을 쓰다보니 결국 문제는 슬랙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패드를 쓰다가 슬랙 알림이 발단이 되어 일하거나 걍 궁금해서(?) 슬랙을 열었다가 또 일하게 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거든요. 맥북 쪽이 청정지대였던 것도 결국 슬랙을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집중모드로 나눴던 것도 결국 슬랙의 알림을 끄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아이패드 프로에서 아예 슬랙을 지워버렸습니다. 주말에 일할거면 그냥 슬쩍슬쩍 슬랙을 보는게 아니라 아예 자리를 잡고 원격으로 회사컴을 연결해서 일하기로 하구요. 주말에 가끔오는 긴급 알림은 아이폰이랑 그에 연동된 애플워치에 의존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한 일주일 정도 써봤는데, 어쩌면 이게 그동안 찾았던 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에는 바로 바로 답장 못하는게 불편했고 단축어로 구성된 특정 워크플로우도 쓰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회의 시간에 아이패드 프로로 회의록을 쓰다가 쓸데없이 슬랙을 보느라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줄었죠.

개인 컴퓨터 생활에 있어서는 아이패드 프로 쪽도 맥북 에어 같은 청정지대가 되었습니다. 일부러 원격으로 접속하지 않는 이상 슬랙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으니까요. 작정하고 일하려고 마음 먹지 않는 이상 괜히 보이는 슬랙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더 일하거나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이패드에서 슬랙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본격적으로 일하려면 어차피 원격에 붙어서 할 수 밖에 없는데(슬랙으로 오는 JIRA를 열려고 해도 외부망에 연결된 아이패드 자체에서는 불가하니) 아이패드에서까지 슬랙을 설치하고 있었던게 살짝 오바였나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불안도나 괜한 스트레스만 가중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누고 보니 iPadOS 쪽은 제 개인 용도 환경으로, 사무실 원격 PC는 업무 환경으로 쓸 수 있어서 훨씬 구분이 쉬워졌네요. 이 상태로 좀 더 써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습니다. 그동안 업무 스트레스랑 슬랙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를 만지기가 싫어질 지경이었는데 왜 진작 이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