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dOS 26이 출시된지 이제 한달이 되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패드가 드디어 제 성능을 내게 되었다고 환호하는 중이지만, 저는 여전히 사투 중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운영체제의 새로운 창관리 시스템을 안쓰고 예전 방식처럼 스플릿뷰만 쓰고 있습니다. 슬라이드 오버는 여전히 대체할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스플릿뷰만 쓰니 최대한 예전처럼 쓸 수는 있더군요.
저는 아직도 iPadOS에 맥OS 방식의 멀티태스킹을 요구했던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잘 안썼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제 성능을 못 내는건 그 성능을 다 쓰지 못하는 앱들이 많아서이지 멀티태스킹이 맥보다 못해서는 솔직히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맥을 주로 쓰는 대부분의 유튜버를 비롯한 여러 빅마우스들은 “(내가) 아이패드 프로를 쓰지 못하는 이유” 같은 영상을 올리며 아이패드 프로가 비판을 받는 모든 이유가 맥보다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애플한테 이 생각을 납득 시키는데에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애플이 아이패드를 자꾸 컴퓨터처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이런 빅마우스들의 의견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 이 모든건 아이패드 “프로” 때문이죠. 애플의 모든 신기술이 들어간 이 비싼 태블릿의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이패드 프로는 컴퓨터 같아져야만하는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이패드 프로는 존재 의미가 없는거죠.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처음 소개했을 때의 키노트를 보면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맥북 사이에 있는 그 무언가였습니다. 사회학에서 이야기하는 “제 3의 장소”(집과 사무실이 아닌)에 어울리는 기기가 바로 아이패드였습니다.
아이폰보다 조금 더 생산성이 높고, 맥북보다 휴대성이 좋으면서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기기가 아이패드의 정의였습니다. 여기에 생산성을 강화한 변종이 아이패드 프로, 휴대성을 강화한 변종이 아이패드 미니였던거죠.

그런데 생산성 강화 변종이었던 아이패드 프로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아이패드의 왼쪽에는 겁나 잘 나가는 아이폰이 있었고, 반대쪽에는 인텔의 느린 성능 개선으로 한계에 다다른 맥이 있었죠.
어느 순간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애플이 만든 컴퓨터”로서 맥보다 더 뛰어남을 증명해야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인텔과 결별하고 싶었던 애플이 칩 설계 능력을 확장하면서 그 칩 설계 역량을 시험하기 딱 좋은 플랫폼이 아이패드 프로였기 때문입니다.
프로세서 뿐 아니라 맥에는 없는 각종 신기술을 아이패드 프로에 때려 박으면서 “애플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컴퓨터는 좋다”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놓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한게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 같은 도발적인 캠페인이었죠. 이때의 아이패드는 “열등한 인텔 프로세서가 들어간” 맥보다 무조건 우월해야했습니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건 M1 출시를 기점으로 애플 실리콘이 맥에 확대되면서, 맥도 아이패드처럼 애플이 모든걸 다 만드는 컴퓨터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더이상 아이패드가 맥보다 좋아야할 이유가 없어진겁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포지션과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된게 이때부터라고 봅니다. 2018년 아이패드 프로 이후 2024년 M4 아이패드 프로 출시 전까지 무려 6년을 같은 폼팩터로 울궈먹으며 발전이 그대로 멈춰버렸거든요.

게다가 신기술을 있는대로 때려박는 전통은 여전히 유효해서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은 엄청나게 올라버렸습니다. 솔직히 아이패드 프로에 액세서리를 더하면 맥북 프로 급 가격이 나오니까요. 솔직히 아이패드 프로의 그 비싼 가격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정당화시키기 위해서는 애플이 싫든 좋든 맥북 급의 컴퓨터 기능이 넣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결국 아이패드 프로는 맥북보다 우월했어야 했던 컴퓨터라는 포지션과 그로 인해 미친듯이 올라버린 가격으로 인해 스티브 잡스가 소개했던 최초의 그림에서 점점 맥북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게 된 겁니다.
지금의 아이패드 프로는 더이상 최초의 아이패드가 지향했던 제 3의 장소를 위한 기기가 아닙니다. 가격으로보나 활용도로 보나 맥북을 대체해야하는 제품이 맞다고 생각해요.(그게 가능하냐는 별개로)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iPadOS 26과 아이패드 프로는 점점 더 노트북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겁니다. 애플이 싫어도 아이패드 프로라는 라인이 존재하는 한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대세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지금처럼 맥의 요소를 그대로 수입해서 열등한 맥북으로 만들어버리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흘러가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덧. 맥과 동일한 프로세서를 쓰게된 지금의 아이패드 프로의 존재 의미는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 같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프로세서, 텐덤 OLED 디스플레이, C1X 자체 모뎀, FaceID 등 아직도 아이패드 프로에는 맥에 들어가야할 요소들이 엄청 많죠.
덧2. 문제는 아이패드 제외한 나머지 제품군은 아직도 아이폰과 맥북 사이의 위치가 맞다는 겁니다.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는 지금 기준으로도 딱 저 위치거든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아이패드 에어도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만 문제인거죠.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정당화를 위해 iPadOS 26은 모든 아이패드 플랫폼을 맥북으로 만들어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저를 비롯해 아이패드를 자주 쓰던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iPadOS 26으로 인해 고통 받게된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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