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사용기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사용한지 벌써 한달 정도가 지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구입할 당시만 해도 맥북에어와 아이폰간에서 용도 간섭이 일어나면 어쩌나 많이 우려했는데 역시 우려했던대로 용도 간섭이 심하게 일어나 아직도 적응하고 있습니다.

태블릿 PC를 쓰는게 이번은 처음이 아니지만, 아이패드와 같은 형태의 태블릿 PC를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아이패드를 노트북 같은 PC라고는 절대 할 수 없고, 그냥 다른 형태의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있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이폰과 맥북 에어 11인치. 아이패드가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죠. 사실 지금도 이 부분엔 확신이 서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과연 필요한 물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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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쓴 경험을 봤을 때,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있다면 아이패드는 없어도 되는 잉여의 기기입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처음 들고 나와서 소파에서 시연했던 이후로 아이패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어느 부분은 노트북을 확실히 능가할만합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아이패드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1. Post PC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에 같이 따라 붙는 용어 중에 Post PC라는 용어가 있죠. 보통 Post가 앞에 붙으면 비슷하지만 그것보단 뭔가 더 나중에 이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 용어는 PC를 언젠가 대체하겠지만, 어쨌든 이 장치는 PC가 아니다라는 것을 나타내는 중요한 용어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저는 아이패드가 11인치 맥북 에어와 상당 부분 겹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패드와 맥북은 서로 전혀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패드는 아이패드였고, 맥북은 컴퓨터였죠.

아이패드에는 파일 관리자가 없습니다. 맥북은 파인더라는 녀석이 있고, 윈도에는 탐색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문서를 열거나 편집할 때, 심지어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도 이 파일 관리자에서 실행하곤 합니다. 이 습관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아이패드를 노트북 목적으로 쓸 때 제일 많이 부딪히는 것이 이러한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게임 자체도 많이 차이가 납니다. 아이패드는 iOS용 게임이 실행되고, 맥북은 PC용 게임이 실행됩니다. iOS용 게임의 퀄리티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바일 게임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맥북에서 실행되는 게임은 풀 퀄리티의 게임이 많죠. 포탈2, 배트맨 등. 게임으로는 맥북을 더 많이 쓰게되는 것 같습니다.(물론 리얼레 이싱3 같이 iOS에만 있는 타이틀은 좋습니다.)

  1. 아이폰 vs 아이패드

의외로 아이패드가 간섭을 제일 많이 일으키고 있는 것은 노트북이 아니라 아이폰이었습니다. 아이패드가 온 이후로 아이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비율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보는 앱은 같은 앱이라도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이패드에서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무래도 화면 크기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까요. 게다가 아이패드 미니는 한손으로 들어도 별로 부담이 없다보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서 있을 때도 아이패드를 쓰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폰을 절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으니 그것은 이동할 때, 복잡한 버스/지하철 안에서 사용할 때, 그리고 전화가 왔을 때입니다. 아이폰은 애플에서 이야기하길 사용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기기라고 했죠. 아이패드를 두고 다닐 수는 있어도, 아이폰을 두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아이폰은 전화라는 점에서 사용자가 가는 곳에서 항상 같이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이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이폰엔 더 알맞습니다. 음악, 트위터, 트래킹 체크, 뚜벅이 네비 등은 아이패드가 대체할 수 없거나, 아이패드로는 별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아 한가지, 아이패드를 같이 쓰면 아이폰의 배터리가 길어지는 기적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버티고도 50% 이상이 남아있는 아이폰 배터리를 보면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 시간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아이패드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아니 뭔가 틀려)

  1. 소비성 컴퓨팅

그럼 아이패드로 했을 때 더 좋은 것, 아이폰이나 맥북이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은 어떤게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정보를 생산하는 활동보다 정보를 소비하는 잉여적 활동(?)에 아이패드만큼 적합한 기기는 없다고 봅니다.

컴퓨터라는 물건이 처음 나왔을 때 컴퓨터는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계였습니다. 달나라로 사람을 보내기도 하는 물건이 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컴퓨터로 생산만 하지 않습니다. 달나라로 사람을 보냈던 컴퓨터의 10배도 넘는 성능의 컴퓨터로 우리는 화난 새를 돼지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PC의 영역으로만 봤을 때는 소비의 목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이패드를 사용했을 때 가장 감탄한 앱이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사파리였고, 하나는 Flipboard 였습니다. 사파리를 쓸 때 느낌은 컴퓨터 안에 있던 웹 페이지를 들고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이폰도 있긴 하지만 아이폰은 최근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되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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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pboard 는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정보를 더 맛있고 보기 좋게 바꿔줍니다. 눈살 찌푸려지는 광고로 점철된 언론사 기사도 Flipboard는 웬지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원하는 정보를 마음껏 소비할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이른바 소비성 컴퓨팅에 있어서 절대적인 성능을 보입니다. 웹 서핑, 트위터, 게임, 동영상, 유투브 등 웬지 노트북으로 하기엔 좀 사소해보이고, 아이폰으로는 살짝 답답한 이런 작업들이 아이패드에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물론 생산성도 계속 강화되고는 있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 이런 목적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이 포스팅도 맥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다시 글 시작으로 돌아오자면, 아이패드는 "필요한” 기기는 아닙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차라리 필수적인 기기에 더 어울립니다. 아이패드는 잉여로운 기기입니다. 하지만 한달 동안 쓴 경험으로 분명히 아이폰과 맥북 사이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제 맥북은 집 안에서는 책상 위에서 잘 안 내려오게 되었고, 이동 중에는 가방에서 나오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집에 앉아있거나, 버스나 지하철, 기차에서 아이폰을 쓰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 영역을 이젠 아이패드 미니가 차지했습니다. 침대에서 컴퓨터를 갖고 놀 때, 대중 교통 이동 중에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써야할 때가 아이패드 미니가 어울리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제 경우 회사 외에서 생산적인 목적으로 컴퓨터를 쓰는 일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에 아이패드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할까요.

지금 드는 아쉬움은 용량입니다. 초기엔 아이패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16기가로 했지만 용량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긴 합니다 =_= 묻지마 환불하고 레드 프라이데이 때 32기가를 샀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