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패드 용 텍스트 에디터 앱을 올리고 최종 정착했다고 했던 Kodex가 스테이지 매니저에서 앱이 튕기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_- 분명 18.4 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18.5에서 발생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또 새로운 텍스트 에디터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쯤되니 문득 요즘 아이패드는 과연 쉬운 컴퓨터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패드를 컴퓨터로서 쓴다는건 많은 길을 돌아가야하고, 기존에 익숙한 작업 흐름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하며, PC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고려해야하는 일이거든요.
2010년에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누구나 쓸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컴퓨터라고 소개했습니다. 물론 아이패드는 지금도 컴퓨터를 쓸 줄 몰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쥐어줘도 유튜브를 실행해서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아이패드를 컨텐츠 소비가 아닌 좀 더 컴퓨터답게 쓰려고 할 때부터 터지는 여러가지 문제들입니다.
이건 단순히 윈도우나 맥이 우리에게 더 익숙해서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애플이 걸어놓은 여러가지 제한들 때문이죠. 맥OS도 리눅스나 윈도우에 비하면 닫혀있는 운영체제인데 아이패드는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백그라운드 프로세스, 오디오 재생, 디스플레이 출력 등 모든 영역을 애플이 설계 해놓은 영역에서만 써야 합니다.
물론 아이패드의 직관성은 터치스크린 기반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애플이 단단하게 가둬놓은 시스템과 앱 간의 경계(샌드박스라고 부르는)에서 옵니다. 누가 써도 컴퓨터를 망가뜨릴 염려없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그게 생산성의 영역으로 오면 문제가 생깁니다. 애플이 생각하지 못한 워크플로우로 쓰려면 여러가지 우회적인 방법을 써야 합니다. 단축어가 운영체제로 통합되면서 많은 어려움이 해소되긴 했지만 전통적인 컴퓨터에서라면 그냥 쓱 해도 되는 일을 iPadOS에서는 일단 단축어의 설계부터 생각해야합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메인 컴퓨터로 쓴다는건 많은 작업을 앱이나 단축어, 웹앱 같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플랫폼이 정한 한계를 우회해서 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요즘 저 같은 경우 아이패드에서 파이썬 스크립트까지 돌리고 있으니 웬만한 프로라도 아이패드를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쓰기는 어려울겁니다. 시간이 돈인 프로들이 좀 더 저렴한 ‘진짜 컴퓨터’를 두고 굳이 그래야할 이유도 없구요.
아이패드 프로가 겪는 문제는 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미니 같은 기기들은 어차피 컨텐츠 소비와 간단한 메모를 위한 기기지만 아이패드 에어나 아이패드 프로는 그래서는 안되죠. 사용자들의 니즈는 점차 높아지는데 아이패드라는 플랫폼(정확히는 iPadOS)은 그걸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였던 시절, 애플은 이러한 제한이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보호 장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말을 믿었죠.
하지만 지금의 아이패드는 누구나 원하는대로 쓰기는 어려운 컴퓨터입니다. 윈도우나 맥보다 더 어렵죠. 게다가 아이패드 프로를 잘 쓰는 사람들은 이미 기존 컴퓨터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왜 애플이 이런 프로들을 대신해 플랫폼의 한계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거죠?
애플은 최근 에픽스토어와의 소송에 대한 사후 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인해 캘리포니아 법원으로부터 법정 모독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앱스토어의 여러가지 제한이 애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동작하는게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패드의 제한이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애플의 말을 믿을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맥과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한을 걸었다는게 더 신빙성 있겠습니다.
이번 WWDC 2025에서 새로 나올 iPadOS 19는 좀 더 맥OS 같은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을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인터페이스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JIT나 가상머신 제한 같이 하드웨어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열어두거나, 입력기를 교체할 수 있는 등 플랫폼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덧. 물론 iPadOS의 닫힌 구조가 단점만 있는건 아닙니다. 통합 앱 배포 시스템(앱스토어)부터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를 빡세게 관리하는 메모리 관리, 일반 사용자는 시스템 영역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권한 구조까지. 제가 우분투를 쓸 때부터 기대했던 이상적인 유닉스 시스템의 모습이거든요. 저 같이 결벽증이 있다면 iPadOS의 시스템 관리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맥OS는 약간 지저분한 느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껏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