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머드 코어 6 – 루비콘의 화염 리뷰(스포일러 X)

전 어릴적부터 메카닉이 나오는 게임들을 좋아했습니다. 슈퍼로봇대전 같은 턴제 RPG 보다는 직접 조종하는 액션이나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게임도 <맥워리어 2> 였었죠.

아머드 코어를 처음 접한건 중학교 3학년 때 쯤 게임 잡지에서 였었는데 생각했던 게임이 드디어 나왔구나 싶었습니다. 메카닉 물은 애니메이션에서는 많이 영상화 되지만 이상하게도 게임은 그럴듯한게 많지 않거든요. 아머드 코어는 뭔가 제대로 만들었다! 싶은 느낌이었죠.

하지만 중3의 저에겐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을리가 만무했고 플스는 커녕 게임조차 구매할 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머드코어는 기억속에서 잊혀졌죠.

그렇게 25년이 지난 뒤(…) 스팀에서 세일하고 있는 아머드 코어 6을 보게되었습니다. 마침 스팀덱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는 인증을 받았다니, 25년 전의 추억을 되살려 로망이었던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그것도 휴대용 기기에서!)

아머드 코어6은 3인칭 메카닉 액션 게임입니다. 가장 최근에 했던 메카닉 게임은 타이탄폴 2였는데, 타이탄폴 2와 메카닉 디자인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미국과 일본이라는 장르적 차이가 여실하게 드러납니다.

타이탄폴에 나오는 육중한 미국식 로봇, BT
디자인부터 뭔가 날렵한 아머드코어6의 스틸헤이즈

일본식 메카닉물 답게 아머드코어6의 로봇들은 날라다니면서 날렵합니다. 마치 건담이나 마크로스에 나오는 메카닉들처럼 말이죠. 타이탄폴2의 로봇들은 코스프레스러운 일본도를 들고 다니지만 아머드코어6의 로봇들은 빔샤벨 펄스 블레이드를 들고 다닙니다.

여러가지로 일본 로봇 만화의 오마쥬들이 가득 들어있는 게임이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구매한지 한달 되었는데 벌써 50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3회차까지 클리어한 상태이니까요.

사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로망 덩어리

게임의 여러 장면은 오마쥬가 가득한데, 여러모로 다른 작품들이 많이 생각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위에 있는 사출 시퀀스도 그렇고, 하나의 강력한 적을 많은 돈을 들여 제작한 무기로 주위의 모든 자원을 끌어다가 저격하는 장면(에반게리온?)도 등장하고, 로봇들이 들고 다니는 빔샤벨 펄스 블레이드는 건담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메카닉 디자인도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인데, 건담도 있고, 풀메탈패닉도 있고.. 지금까지 나왔던 리얼 로봇 물의 메카닉들과 비슷하게 직접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도 다른 메카닉 장르처럼 로봇 내 마음대로 조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게임중에 나오는 로봇(AC)들은 마치 PC처럼 모든 부품을 사제 부품으로 바꿔 조립할 수 있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무장은 물론이고 팔 다리 몸 머리까지 모두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즐겨봤던 애니메이션의 로봇을 최대한 비슷하게 직접 구현해볼 수도 있습니다.

풀메탈패닉의 ARX-7을 구현하고 싶었지만..

디자인 뿐 아니라 미션 자체가 조립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형태라, 각 미션에 맞는 조합이 따로 있습니다. 이 게임은 여러 부품을 조합해보고 그 중 가장 최적의 부품을 찾아나가는데 재미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삽질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게임입니다.

때로는 중장 무장의 강력한 화력으로 원거리 공격을 해야할 때도
때론 경량 무장으로 근거리에서 레이저 랜스로 찌르기를 가해야할 때도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극악의 난이도인데 정말 게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플레이하기에는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업체가 바로 악명 높은 <다크소울>과 <엘든링>을 만든 프롬 소프트웨어거든요. 전 앞의 두 게임을 하진 않았지만, 이 게임, 정말 욕이 나올 정도로 어렵습니다.

vvvvv의 정신이 필요하다(1870 번의 죽음)

특히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첫 판부터 정말 수도 없이 죽어나갑니다. 튜토리얼을 넘기면 또 할만한 것 같다가도 또 계속 죽어나가고, 깼다 싶으면 또 다음 판에서 계속 죽어나가고.. 저도 컨트롤이 발컨이라 보스 하나 깨는데만 세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습니다.(20번도 넘게 죽은 적 있음)

정말 게임 자체와 컨셉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초반에 죽는 장면에서 이미 환불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은 지독하게 컨셉에 충실한데, 그 증거로 사람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람이 나오긴 나오는데 사람 형상은 안나오고 목소리로만 나옵니다. 그래픽 자체가 황량한 도시, 우주, 기지, 그리고 로봇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엠블럼과 오디오 시그널로만 대신 나옵니다.

마법의 주문 “621, 일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는데 상상의 여지를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머드코어는 소울류와 비슷하게 욕 나오게 어렵고 굳이 로봇이 나온다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는 게임이긴 하지만, 로봇이 나온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임입니다. 일단 2족 보행 전투 로봇이 나온다는 것부터가 비현실로 가득한 로망 덩어리죠. 개인적으로 건담이나 에반게리온 등 일본식 로봇물을 재밌게 보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덧. 이 게임을 언급할 때 이야기 안할 수 없는게 최적화 부분인데, 물론 그래픽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고 딱 일본 3D 게임 같은 그래픽입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 그래픽이 스팀덱에서 30~45 프레임 정도 나옵니다. 덕분에 PC보다 스팀덱으로 침대에 누워서 거의 다 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