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요즘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애니메이션들을 몰아서 보는 중입니다. 지난 번에 장송의 프리렌을 봤었고 이번에는 평소 관심있었던 ‘스파이 패밀리’를 봤습니다.
스파이 패밀리는 감상순서가 좀 꼬였는데, 디즈니 플러스에서 극장판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나중에 봤습니다. 극장판은 처음보는 사람도 알 수 있게끔 배경 설명을 친절히 해줘서 보는데 무리는 없었습니다만 역시 시리즈를 보고 봤어야 좀 더 캐릭터 이해가 쉬웠을 것 같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인크레더블처럼 모두 스파이로 구성된 가족이 대활약하는 그런 내용일거라 생각했습니다. 또는 <블랙 위도우> 초반에 등장했던 나타샤의 위장 가족처럼 스파이 행위를 위해 스파이로만 구성된 가짜 가족일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로는 가족에서 아빠만 스파이고 나머지 가족은 각각 암살자(엄마), 초능력자(딸), 초능력자(개) 입니다. 스파이는 하나 밖에 없음에도 이 가족이 스파이 패밀리인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딸만 모두의 정체를 알고 있음) 애니메이션 오프닝 도입부 처음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산다’고 하는 대목도 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자신의 원래 정체대로 대활약하면서도 가족 서로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제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클리셰 같은 전개일거라 생각했는데 이걸 비틀어서 정반대의 방식으로 전개하는게 나름 신선했습니다.
냉전 시대의 독일 같은 나라(물론 가상의 국가로 나오지만 누가봐도 서독과 동독.. 수도 이름도 베를린트.)를 배경으로 전쟁을 막기 위한 스파이들의 활약을 그렸…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그 장르입니다. 분위기가 크게 무겁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딸 아냐의 표정이 압권인데, 후반으로 갈 수록 멀쩡한 얼굴이 별로 없을 정도로 표정 개그가 심한 캐릭터입니다. 특히 아래 표정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인기였다죠.

주인공 가족은 비록 가짜 가족이지만 그래도 꽤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주로 딸 아냐가 사고를 치지만 그걸 뒤에서 지켜주는 든든한 엄마(암살자)가 있습니다. 아빠(스파이)는 목적을 위해 가족을 이용할 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가족을 위하는 사람이죠. 이런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힐링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극장판의 경우 모든 가족이 나름의 방식대로 활약하는 전개가 나오는데 정작 본 시리즈에서는 그런 모습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특히 엄마의 경우 시즌 1에서는 그냥 병풍(…) 시즌2에서 별도의 스토리를 부여받으면서 활약하긴 합니다만. 스토리 전개상 모든 가족이 골고루 활약하는 내용을 만들기는 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네요. 하필 극장판을 먼저 봐서 생긴 부작용이네요.
시즌 1과 극장판은 더빙판으로 봐서 한국어 더빙이 익숙했는데 넷플릭스에서 시즌 2는 더빙되어있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한국어 더빙을 먼저 접해서 그런지 시즌2에서는 갑자기 적응이 안되더군요. 갑자기 주인공이 미청년에서 아저씨로 둔갑하는.. 시즌2도 더빙을 진행했다고는 하는데 아쉽게도 넷플릭스에는 올라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파이 패밀리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관심이 있었는데 못(안)보고 있었던 애니메이션은 다 봤네요. 이제 오랜만에 게임으로 달려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