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레오파드로 다운그레이드

제가 쓰고 있는 맥북 에어는 2010년형 11.6인치 기본 모델입니다. 코어2듀오에 64기가 SSD, Nvidia 320M, 2기가 램을 갖고 있는 눈물나는 사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양에 굴하지 않고 그동안 출시되었던 맥OSX을 모두 출시되자마자 구매하여 깔아주었습니다. 뭐 누가 뭐라해도 소프트웨어는 최신이 가장 좋은 법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최근의 맥OSX들은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릴리즈 주기도 1년으로 줄어들어 별 차이 없는데도 속도는 조금씩조금씩 느려졌죠. iOS와 무분별한(?) 통합으로 인해 나날이 무거워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노레퍼드에서 잘 썼던 기능들도 하나씩 사라지게 되었죠.

그래도 적응하며 살고 있다가 결국 마운틴 라이언에 와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뚜껑을 닫았다가 1시간 10분 후에 다시 열어보면 동영상이나 프로그램이 약 10초 ~ 30초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 전반적인 속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2기가 램은 언제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죠. 물론 SSD가 탑재된 맥에서는 메모리를 풀로 쓰면서 가상 메모리를 Swap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버벅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스노레퍼드 때는 속도가 어땠는지 되살려보기 위해 마운틴 라이언을 밀어버리고 스노레퍼드로 바꿨습니다. 잡혀있던 복구영역까지 날려버렸지요. 하지만 다년간의 우분투 경험으로 볼 때 다운그레이드를 하면 반드시 조만간에 다시 업그레이드 하게 될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환영 동영상. 이것 때문에 맥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뭐 있어도 큰 쓸모는 없지만 이런 면들이 초큼 아쉽긴 합니다.

그래서 … 결국 깔았습니다. 스노레퍼드로 돌아온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바탕화면도 잘생긴 설범으로..

일단 설치하고 놀랐습니다. 마운틴 라이언에서는 부팅 속도가 20초에 근접하고 있던 맥북 에어가 스노레퍼드에서는 8초대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Dock의 확대 애니메이션이라든지, Expose의 실행 속도 모두 빨라졌습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설치 공간과 메모리가 마운틴라이언에 비해 너무나도 가벼워졌습니다. 그랬던 것이죠. 제 맥북 에어는 원래 이렇게 빠른 녀석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일단 스노레퍼드로 옮긴지 하루만에 써보는 지금까지 느낀 장점들입니다.

  • 일단 빠릅니다. 무척 빠릅니다.
  • 가볍습니다. 마운틴 라이언에 비해 무척 가볍습니다.
  • 라이언으로 올라가면서 사라졌던 기능들, 예를들어 두손가락 보조클릭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오른쪽 하단으로도 보조클릭을 사용할 수 있었던 기능들을 되찾았습니다.
  • 마운틴 라이언을 지원하지 않던 기능들(예를들어 무료버전의 NTFS for Mac 같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Steam으로 실행하는 게임의 퍼포먼스가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포탈2 같은 게임을 해보면 마치 업그레이드를 한 기분이 듭니다(…
  • 배터리 시간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찍히는 예상 시간은 마운틴 라이언쪽이 훨씬 길었지만 실제로 배터리 체감 속도는 스노레퍼드 쪽이 월등했습니다.
  • 자연스러운 스크롤 방향이 사라짐. – 이것은 왜 장점에 있냐면.. 마우스 휠의 스크롤이 자연스럽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운틴 라이언에서도 설정을 되돌릴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마운틴 라이언의 다른 부분들이 심각하게 부자연스럽게 되었죠.
  • 안정된 운영체제. 스노레퍼드는 벌써 8번째 리버전이 나왔습니다. 매우 사소한거지만 뚜껑을 닫을 때 사과의 불빛이 스르르하고 꺼지는 것이 제대로 되는 운영체제는 현재까지는 스노레퍼드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지금까지 느낀 단점들입니다.

  • 뭔가 더이상 지원되지 않는 운영체제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공식적으로도 지원이 중단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하위 호환성을 지원하지 않는 애플이라 매우 불안합니다.
  • 애플 생태계를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포토 스트림 같은 것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이클라우드도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맥OSX의 탈을 쓴 우분투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지금까지 쓰던 iPhoto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노레퍼드에서는 iPhoto를 아무리 업데이트해봐도 마운틴 라이언의 iPhoto보다는 버전이 낮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쓰던 iPhoto 라이브러리를 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Picasa를 통해서 어느정도 해결은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iPhoto 라이브러리 안에 갇힌 사진들을 구해내야 될 것 같습니다.
  • MPlayerX 1.0.17의 버그. 저는 맥에서 동영상 플레이어로 MPlayerX를 자주 사용하는데.. 1.0.17 버전이 스노레퍼드에서는 재생중 화면 보호기 실행을 막지 않는 심각한 버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1.0.16 같은 예전 버전은 하드웨어 가속을 지원하지 않아서 매우 고민됩니다.(VNC나 MPlayer OSX Extended 같은 것을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지금까지 써보면서 놀라운 점은 딱 두가지였는데요, 하나는 그동안 디자인이 하나도 안바뀐 것 같아도 맥OSX의 디자인은 미묘하게 계속 향상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운틴 라이언을 쓰다가 스노레퍼드로오니.. 참 미묘하게 안이쁘네요 =_=..

또 한가지는 마운틴 라이언의 고유 기능들, 즉 iOS에서 붙은 기능들이 하나도 아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운틴라이언에서 메시지나 런치패드 등은 편리하게 썼지만 스노레오파드로 내려온 지금 그 기능들이 아쉽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도 아직까지 맥OSX에서 iOS를 흡수하는 수준이 단순히 기능들을 합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현재까지는 만족중입니다. 대부분 제가 사용하던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마운틴 라이언보다 스노 레퍼드에서 더 잘 실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면으로는 훨씬 좋아진 면이 있습니다.

이 상태로 언제든지 마운틴 라이언으로 업글 또한 가능하니.. 일단 이번주까지 계속 써보고 그 이후의 거취를 정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후보는

  1. Snow Leopard
  2. Mountain Lion
  3. Raring Ringtail

이 셋 중 하나겠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