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m Deck이 쏘아올린 작은 공 (1) – Sony Playstation Portal

예전에 Steam Deck에 대한 글을 올린적이 있었습니다. 스팀머신을 직구까지 해서 구매했던 사람으로서 기대와 걱정을 했던 글이었는데 제 걱정이 무색하게 Steam Deck은 대성공했습니다.

으레 성공적인 제품이 늘 그렇듯 Steam Deck도 새로운 시장을 열었습니다. 바로 게임용 UMPC 시장입니다. UMPC는 노트북보다 더 작은 휴대할 수 있는 PC로 10년 전에 유행했던 기술인데 Steam Deck 덕분에 게임용으로 화려하게 다시 부활한 셈이죠.

기존에는 소수의 중국 업체들만 명맥을 이어오다가 Steam Deck 이후로 많은 메이저 제조사들도 앞 다투어 Steam Deck의 경쟁자를 내놓고 있습니다. Asus의 ROG Ally처럼 말이죠.

재밌는건 Steam Deck이 콘솔과 PC의 성격 둘 다 갖고 있기 때문인지 콘솔 게임과 PC 게임 양 쪽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콘솔 측에서는 Steam Deck의 대항마로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 포털이라는 물건을 출시했고, PC 측에서는 Lenovo와 Asus에서 각각 경쟁자를 출시했습니다.

이미 휴대용 게임 시장에서는 닌텐도의 스위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위치와 다른 게임 콘솔은 리그가 아예 다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 스위치 게임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죠. 하지만 PC게임과 플스는 겹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Steam Deck은 플스의 경쟁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Steam Deck이 인기를 끄니 소니 입장에서는 대항마가 필요했겠죠.

그래서 소니에서 내놓은 답이 플레이스테이션 포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입니다. 예전에 PS Vita라는 물건도 있었지만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이 기기는 Remote Play 전용이거든요.

언뜻 생각해보면 왜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기기입니다. Steam Deck 처럼 게임을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밖에서 플레이할 수 없거든요. 클라우드 게임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셀룰러 통신을 지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집에서 플스가 설치되지 않은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안정적인 Wifi가 있는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이게 진짜 휴대용 게임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는 됩니다. 일단 플레이스테이션 5의 사양 자체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를 휴대용으로 만들어 동일한 성능을 내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만약 동일한 성능을 내는게 가능했다고 해도, PS5와 경쟁하여 파편화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겠죠.

그렇다고 클라우드 게임을 지원하도록 만들자니, 셀룰러 모뎀과 고사양의 디스플레이, 배터리 성능을 모두 잡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Logitech에서도 클라우드 전용 게임기 G1이라는걸 만들었지만, 이것도 Wifi만 지원합니다. 그리고 소니는 Xbox와 달리 제대로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셀룰러를 달아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나온게 집에 있는 PS5와 연결하는 Remote Play 전용 디바이스인데,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서는 그냥 TV나 모니터에 연결해서 하면 되는거 아냐? 싶지만 그래도 각 잡고 앉아서 게임하는게 생각보다 힘들거든요. 누워서, 혹은 가족 눈에 띄지 않고(?) PS5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괜찮은 대안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셀룰러 네트워크로 클라우드 게임을 하는 게 아직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은 통신이 중요한데 5G는 아직도 커버리지가 균일하지 않고 엄청 비싸기 때문에 메리트가 떨어집니다. 차라리 Wifi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플레이하는게 더 좋습니다.

어찌저찌 플레이한다고 해도 셀룰러를 통한 클라우드 게임은 화질이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2020년에 국내 통신사에서 출범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들은 SKT 빼고는 전멸한 상태입니다. 차라리 플스 포털처럼 Wifi가 안정된 환경에서 리모트 플레이를 하는게 더 만족스러울 수 있죠.

제가 생각하는 플레이스테이션 포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체재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입니다. 일단 PS Remote Play 앱을 실행하는 스마트폰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컨트롤러만 잘 부착하면 화질도 더 좋고, 셀룰러도 지원되며 휴대성도 더 좋습니다. 심지어 Steam Deck에서도 PS Remote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듀얼센스의 진동과 PS5 생태계의 유기적인 통합 기능에서 다른 하드웨어들이 분명 따라가지 못하는 지점이 있겠지만, 솔직히 출시 전 시점에서 저 기기를 구매해야하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Steam Deck을 사서 PC 게임, 플스 게임 두개 다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