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V에서 세브란스 : 단절 시즌 2를 보았습니다. 애플 TV에서 유일하게 재밌게 봤던 시리즈라 이번에 애플 TV를 다시 구독하면서 가장 먼저 시즌 2부터 다시 봤습니다.
시즌 1과 시즌 2가 3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시즌 1의 시점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이니”들이 비상 초과 근무 프로토콜을 이용해 바깥 세상에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고 난 이후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시즌 2에서는 시즌 1에서 계속 이야기해왔던 단절 층에서 근무하는 “이니”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악덕 기업 루먼이 사회적 비판에 맞닥뜨리는 사회적인 시점의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으나 시즌 2의 이야기는 더 축소되고 더 개인적인 차원으로 흘러갑니다. “이니”들의 고발은 그냥 흐지부지 된 채로 넘어가 버리죠.
시즌 2에 들어와서 루먼이란 회사는 오히려 더 이상한 짓들을 하는데 좀 더 종교적이고 컬트적인 색채가 강해졌습니다. 무의미해보이는 프로젝트, 기괴한 염소 사육장, 대화를 이상한 노이즈로만 하는 이사회의 존재 등 기존에 기괴했던 측면들이 더 강화되었습니다. 게임 “컨트롤”의 연방통제국 같은 느낌입니다.
시즌 2에서는 주인공 마크가 속한 MDR 팀이 하던 무의미해보이는 일이 사실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일이었는지에 대한 떡밥이 해소됩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좀 석연치 않은 느낌이고 오히려 새로운 떡밥이 10개는 더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시즌 2는 시즌 1보다 더 많은 물음표를 남기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좀 답답한 느낌의 시즌이었습니다. 스토리 전개 뿐 아니라 영상도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저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봤는데, HDR을 너무 충실히 지원하는 나머지 OLED 스크린에서 명암비가 너무 뛰어나 어두운 부분은 아예 보이지 않더군요(…) 분명히 뭔가 나오는 장면인데 주인공들의 눈과 치아 밖에 안보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전개나 떡밥의 해소 같은 측면을 제외하고 본다면 그래도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사회적 논란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오히려 “이니”와 “아우티” 들의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의 철학 자체는 한층 깊어졌습니다.
시즌 1에서도 나오긴 했지만 “이니” 들은 단절 층에서 일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격체들 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니” 들은 루먼이라는 회사와 사무실 밖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들이죠. 회사가 사라지면 그들은 죽는 것과 다름 없어집니다. 회사에서 학대를 받으면서도 결국 회사가 사라지면 존재가 사라진다는 특성 때문에 회사와 “이니”, “아우티”들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1화 ~ 9화까지는 거의 의무감으로 봤고, 10화는 흥미롭게 봤습니다. 1화 ~ 9화까지의 이야기는 10화를 위한 준비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이야기가 시즌 마지막화인 10화에서 폭발합니다. 그래서 전 별로였습니다. 시즌 전체가 이야기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코스 요리 전체를 슴슴하게 먹다가 마지막 디저트가 미친듯이 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떡밥이 많고 은유적인 것도 많고 이야기도 다소 복잡하다보니 매화 끝에는 메이킹 필름 성격의 해설 영상이 들어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인데, 문제는 이걸 보기가 어렵습니다. 애플 TV 앱은 칼 같이 크레딧 영상을 잘라버리고 다음으로 넘어가 버리거든요. 이 영상들은 크레딧 뒤에 있기 때문에 이걸 보려면 다음화로 넘어가는 10초 전에 따로 조작을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조작도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무조건 다음화로 넘어가버립니다. -_- 이럴거면 굳이 왜 이런식으로 만든건지.. 넷플릭스는 크레딧 뒤에 뭔가 봐야할 영상이 있으면 크레딧 건너뛰기 버튼이 나오지 않는데, 넷플릭스랑 비교해 이런 디테일은 애플 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기대가 많았던데 비해 좀 답답하고 지루했다가 마지막에 폭발 시켜버리는 이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시즌이었습니다. 떡밥이 더 늘어나서 일단 계속 보긴 하겠지만 시즌 3도 이런 식이라면 계속 보게될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