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는 말이 아니다


얼마전 검색어 랭크에서 백마비마가 1위를 차지해서 따로 다루어 봅니다.백마비마(白馬非馬)라는 고사성어를 아시나요? 백마비마란 고사성어를 네이버나 다른 기타 검색에서 찾아보면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 혹은 궤변”이라는 말이 나옵니다.백마비마를 말 그대로 풀이해보면 “백마는 말이아니다”라는 말이니, 그 풀이도 맞는 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보면 백마비마라는 말은 우리가 당연한것으로 여기고 있는 사물의 “이름”에 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백마비마란 말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이자 조나라의 재상이었던 공손룡이 주장했던 이론중 하나입니다.”백마는 말이 아니다.”우린 백마라는 말을 당연히 말(馬)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손룡이 주장하기를, 백마는 ‘말(馬)이 하얗다’라는 걸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말(馬)이라고 하는 것은 말(馬)을 나타냅니다. 이 두가지가 나타내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백마는 말이 아닌겁니다. 잘 이해 안되시죠? 아래를 봅시다.백마 -> 말이 하얗다. 말(馬) -> 말(馬)을 가리킨다.말이 하얗다≠말(馬)백마≠말(馬)절대 궤변이죠. 정말 말도 안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공손룡이 이 다음에 이어서 한말을 보시면 백마비마를 그냥 궤변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물질은 그것을 지칭하는 말이 없을 수 없으며, 천하에 지칭하는 말이 없으면 그 물질은 물질이라 부를 수 없다.(物莫非指 天下無之 物無以爲物)”모순(Irony)라고 불리는 것들이 때로는 세상을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소위 궤변론자들이라고 알고 있는 소피스트중 제논(Xenon)이라는 사람은 제논의 모순(달리기 선수와 거북이의 모순)으로 현재 수학의 ‘극한(limit)’이란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공손룡이 속하는 명가(名家)의 이론중에는 재밌는 명제들이 많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혜시가 내놓은 것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1.

“쭉 꿰여 있는 고리는 풀 수 있다.”

즉, 아무리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매듭이라도 풀려있던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매듭은 풀 수 있다라는 것이죠.2.

“나는 천하의 중심을 안다. 그것은 연나라 북쪽(최북단)이면서 월나라 남쪽(최남단)이다.”

중국의 최북단과 최남단이 세상의 중심이라니, 이것도 역시 궤변입니다. 하지만, 지구는 둥글죠. 그렇기 때문에 최북단(북쪽의 극한)과 최남단(남쪽의 극한)은 서로 일치합니다. 신기하게도 춘추전국시대에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3.

“빨리 나는 화살은 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 순간이 있다.””한 자의 채찍을 하루에 반씩 잘라가면 만년이 되어도 다 없어지지 않는다.”

가장 유명한 명제들이죠. 극한의 개념이 반영되어 있는 명제들입니다. 무한대로 시간을 잘라보면 화살은 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채찍은 아무리 잘라도 항상 그 절반이 있고 또 절반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없어지 않습니다.4. 춘추전국시대의 도가사상가 장자와 명가의 사상가 혜시는 이런 논쟁을 했다고합니다.장자가 연못속에 있는 물고기들을 보고 말했다.”물고기들이 저렇게 노니는것을 보니 물고기들이 정말 즐거운 모양이군”그러자 혜시가 말했다.”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들이 즐거운 것을 아는가?”그러자 장자가 말했다.”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가?”5. 이것은 혜시의 얘기는 아닙니다만, 갑자기 떠올라서 써봅니다. 데카르트가 주장한 논리추리법인 연역법은 1명제와 2명제가 옳으면 그 결과는 항상 옳은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다음 연역추리를 봅시다.1명제 :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참)2명제 : 철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다.(참)결론 : 그러므로 철수는 인간이 아니다.(??)6.

“만물을 널리 사랑하면 천지는 일체가 된다.(氾愛萬物, 天地一體也)”

혜시가 주장한 명제입니다. 만물은 모두 너나 구분 없이 모두를 사랑하면 천지는 일체가 된다고 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서로가 편가르기 없이 모두를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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