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아이패드 프로 라인을 출시하면서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바로 “What’s computer?” 캠페인으로 통칭되는 마케팅 활동이죠. 컴퓨터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아이패드도 훌륭한 컴퓨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광고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이패드는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반응을 살펴보면 이 디바이스가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물음만이 가득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Post PC”라는 용어를 만들어내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PC나 스마트폰 같은 장치들이 PC 이후를 대체할 수 있을거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한지 햇수로 9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 논쟁은 진행 중입니다. 아이패드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아이패드는 PC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PC를 대체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 사람들조차도 다시 아이패드에서 PC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죠. 오히려 그 이후로는 랩탑이 많이 팔리거나 태블릿과 랩탑의 장점을 취합한 투인원 기계들이 득세하기도 했습니다.아이패드가 PC를 대체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능이 부족해서 그런걸까요? 이번에 나온 3세대 아이패드 프로는 세상에 존재하는 92%의 랩탑 컴퓨터보다 빠르다고 합니다.(이건 애플피셜이지만) 실제로 여러 벤치마크에서 아이패드 프로는 많은 PC를 씹어먹습니다. 심지어 같은 형제나 다름 없는 맥북들조차 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300달러짜리 크롬북보다 999달러짜리 아이패드 프로의 생산성을 낮게 평가하곤 합니다. 왜 그런걸까요?저는 개인적으로 아이패드가 생산성 목적에서 기존의 컴퓨터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주요 환경과 우리가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아직 “글”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글”은 글 쓰는 사람들만 생성하는게 아닙니다. 사양서를 작성하는 기획자,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 디자인에 들어갈 문구를 고민하고 있는 디자이너, 그리고 이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는 메신저에서까지,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글”을 생산합니다. 글은 전통적인 컴퓨터 환경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정보의 가장 중요한 매체이고 컴퓨터도 글로 된 형태의 정보를 가장 잘 알아듣습니다.글을 쓰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디바이스는 무엇일까요? 전 디지털화된 글 쓰기에 키보드를 이길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보드는 익숙해지기만한다면 내가 의도한 바를 디지털 화면에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직한 피드백을 주어 키보드를 굳이 쳐다보면서 쓰지 않아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글 쓰는데 있어서는 최고의 장치죠.아이패드는 키보드에 친숙한 컴퓨터는 아닙니다. “글” 위주의 환경에서 터치크스린만 갖고 있는 아이패드가 생산성을 갖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겁니다. 들어간 기술은 보잘 것 없어도 하드웨어 키보드를 갖고 있는 300달러짜리 크롬북이 생산성의 목적에 더 적합할지도 모르죠.물론 이후에 나온 아이패드의 생산성 강화 판인 아이패드 프로는 스마트 키보드라는 이름의 하드웨어 키보드 악세사리를 갖고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으로도 모든게 충분하다고 말했던 애플도 생산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죠.
하지만 키보드(여기에서 말하는 키보드는 하드웨어 키보드를 칭합니다.)는 미래에도 지금과 같이 중요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급진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는 컴퓨팅 기술이 발달할 수록 그렇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첫번째로 웹에서 “글”로 된 정보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웹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죠. 특히 신기술에 잘 노출된 세대일 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집니다. 이런 현상을 나쁘다고만 볼 순 없습니다.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면 글의 비중은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공부할 때도 책을 봤지만 놀 때도 책을 봤습니다.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판타지 소설을 많이 봤죠. 하지만 지금은 책보다 훨씬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비디오 게임이 널리고 널렸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컨텐츠의 소비를 책이나 글로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겁니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은 책 뿐 아니라 긴 글도 더이상 읽지 않습니다. 그런 흐름 덕에 웹에서 가장 전통적인 컨텐츠 전달 플랫폼인 블로그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웹 초기에 정보 전달의 중심이었던 블로그들은 점점 유투브 같은 동영상 컨텐츠에 밀리고 있습니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도 점점 동영상 검색의 비중을 높이고 블로그의 비중을 낮추고 있습니다. 동영상이 나왔으니 말인데, Z세대로 통칭되는 10대들은 정보의 습득도 동영상을 통해 습득합니다. 물론 이런 동영상에도 “글”이 존재하긴 하지만 동영상에서의 글은 블로그의 이미지처럼 보조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e-커머스도 비디오 커머스 경향이 대세가 된지 오래입니다. 커뮤니케이션도 화상 통신 같은 동영상으로 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Z세대에게는 동영상과 사진 같이 생생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이 잘 구축 되어있는데 글로만 컨텐츠를 소비한다는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두번째로 키보드란 물건 자체가 점점 낯선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키보드라는 물건 자체가 낯설어서 키보드 사용 교육을 다시 시키는 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기계화된 키보드보다 휴대폰 키패드를 통한 입력 방식이 더 편했기 때문이겠죠. 중요한건 키보드가 점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 같은 터치스크린 단말들은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쥐어주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사용하곤 합니다.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죠. 화면에 보이는걸 누르고 원하는걸 얻는 동작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물리적인 버튼이 100개 넘게 달려있는 키보드는 영 친해지기 어려운 물체일 겁니다. 키보드가 낯설어지는 경향은 PC보다 그 변화가 빠른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나타났습니다. 한때는 스마트폰에는 반드시 물리적인 키보드가 달려있곤 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게 블랙베리였죠. 하지만 블랙베리를 비롯한 물리 키보드를 갖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추억이 된지 오래입니다.이런 경향을 봤을 때 미래에는 키보드보다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더 중요한 입력 장치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이크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입력 방식은 ‘음성인식’이 있습니다. 많은 SF물을 보면 컴퓨터와 음성인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음성인식이 미래적인 입력 방식인 이유는 사용하는데 언어 교육 외의 별다른 교육이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 봤을 때 음성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음성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시리나, 스마트 스피커 같은 디바이스도 인공지능이라곤 하나 그 인식률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연구가 다소 활발하게 진행되고 시장도 큰 영어는 그나마 좀 낫지만 한국어는 정말 형편없습니다. 전 음성인식이 이렇게 갈 길이 먼 이유는 바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컴퓨터를 둘러싼 환경은 아직도 “글” 중심이기 때문에 컴퓨터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면 먼저 “글”로 변환해야 합니다. 사람의 음성을 굳이 “글”로 전환하려하기 때문에 음성 인식이 갈 길이 아직도 멀어보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음성 인식 자체가 글을 쓰는 목적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목소리 자체가 정보가 된다면 어떨까요? 혹은 음성을 넘어 동영상도 활용할 수 있겠죠. 사람의 음성, 표정 등이 담겨 있는 동영상은 글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이 정보를 그대로 전달할 뿐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듯이 이런 정보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마이크와 카메라는 키보드보다 더 중요한 장치가 될 것입니다. 벌써 10대나 20대들의 유투브 사용패턴이나 수 많은 유투브 크리에이터들만 봐도 그런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의 표정을 전 알 것 같습니다.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네 맞습니다. 이건 너무 비약이 심하죠. 만약에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이 개발자라면 더더욱 표정이 썩을 것입니다. 현재의 기술을 볼 때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만해도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긴 글로 나타내고 있으니까요.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매우 더디기 때문에 분명 엄청나게 오래 걸릴겁니다. 얼굴을 보고 통화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92년도에 상용화되었지만 우린 지금도 SMS나 카톡으로 필담을 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또 동영상이란 매체 자체도 글에 비해서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동영상은 같은 정보를 담고 있는 글보다 불필요한 정보의 양이 너무 많고, 전달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당장 아이패드의 사이즈가 알고 싶어서 유명 유투버의 리뷰 영상을 찾아본다면 사이즈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동영상을 순차적으로 다 찾아봐야합니다. 게다가 이 유투버가 입고 있는 의상, 뒤에 있는 잡다한 배경 등 알고 싶은 정보에 비해 쓸데없는 정보를 너무 많이 담고 있죠. 알고 싶은 것은 단 20byte도 안되는 정보일텐데 이 정보를 알기 위해 몇십~몇백 Mbyte가 필요한 것입니다.이런 한계 때문에 여전히 키보드는 컴퓨팅 환경에서 중요한 입력 수단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향후 10년이상은 더 그럴 것 같습니다. 기술 세계에 있어서 10년은 영원과도 같은 기간이죠. 하지만 16세기에는 붓이 가장 중요한 입력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특정 분야에서만 쓰이듯,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키보드는 특정한 직업군에서만 사용하거나 매우 보조적인 입력 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런 때가 온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노트북들도 조개 모양 같은 모양에서 벗어나 전부 다 아이패드 같은 판떼기 모양으로 진화할 수도 있겠죠. 그 때는 어쩌면 아이패드가 가장 생산성이 높은 컴퓨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지금은 아니라는게 중요하지만 말이죠. :p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한지 햇수로 9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 논쟁은 진행 중입니다. 아이패드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아이패드는 PC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PC를 대체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 사람들조차도 다시 아이패드에서 PC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죠. 오히려 그 이후로는 랩탑이 많이 팔리거나 태블릿과 랩탑의 장점을 취합한 투인원 기계들이 득세하기도 했습니다.아이패드가 PC를 대체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능이 부족해서 그런걸까요? 이번에 나온 3세대 아이패드 프로는 세상에 존재하는 92%의 랩탑 컴퓨터보다 빠르다고 합니다.(이건 애플피셜이지만) 실제로 여러 벤치마크에서 아이패드 프로는 많은 PC를 씹어먹습니다. 심지어 같은 형제나 다름 없는 맥북들조차 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300달러짜리 크롬북보다 999달러짜리 아이패드 프로의 생산성을 낮게 평가하곤 합니다. 왜 그런걸까요?저는 개인적으로 아이패드가 생산성 목적에서 기존의 컴퓨터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주요 환경과 우리가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컨텐츠가 아직 “글”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글”은 글 쓰는 사람들만 생성하는게 아닙니다. 사양서를 작성하는 기획자,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 디자인에 들어갈 문구를 고민하고 있는 디자이너, 그리고 이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는 메신저에서까지,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글”을 생산합니다. 글은 전통적인 컴퓨터 환경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정보의 가장 중요한 매체이고 컴퓨터도 글로 된 형태의 정보를 가장 잘 알아듣습니다.글을 쓰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디바이스는 무엇일까요? 전 디지털화된 글 쓰기에 키보드를 이길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보드는 익숙해지기만한다면 내가 의도한 바를 디지털 화면에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직한 피드백을 주어 키보드를 굳이 쳐다보면서 쓰지 않아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글 쓰는데 있어서는 최고의 장치죠.아이패드는 키보드에 친숙한 컴퓨터는 아닙니다. “글” 위주의 환경에서 터치크스린만 갖고 있는 아이패드가 생산성을 갖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겁니다. 들어간 기술은 보잘 것 없어도 하드웨어 키보드를 갖고 있는 300달러짜리 크롬북이 생산성의 목적에 더 적합할지도 모르죠.물론 이후에 나온 아이패드의 생산성 강화 판인 아이패드 프로는 스마트 키보드라는 이름의 하드웨어 키보드 악세사리를 갖고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으로도 모든게 충분하다고 말했던 애플도 생산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죠.
하지만 키보드(여기에서 말하는 키보드는 하드웨어 키보드를 칭합니다.)는 미래에도 지금과 같이 중요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급진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는 컴퓨팅 기술이 발달할 수록 그렇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첫번째로 웹에서 “글”로 된 정보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웹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죠. 특히 신기술에 잘 노출된 세대일 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집니다. 이런 현상을 나쁘다고만 볼 순 없습니다.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면 글의 비중은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공부할 때도 책을 봤지만 놀 때도 책을 봤습니다.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판타지 소설을 많이 봤죠. 하지만 지금은 책보다 훨씬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비디오 게임이 널리고 널렸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컨텐츠의 소비를 책이나 글로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겁니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은 책 뿐 아니라 긴 글도 더이상 읽지 않습니다. 그런 흐름 덕에 웹에서 가장 전통적인 컨텐츠 전달 플랫폼인 블로그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웹 초기에 정보 전달의 중심이었던 블로그들은 점점 유투브 같은 동영상 컨텐츠에 밀리고 있습니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도 점점 동영상 검색의 비중을 높이고 블로그의 비중을 낮추고 있습니다. 동영상이 나왔으니 말인데, Z세대로 통칭되는 10대들은 정보의 습득도 동영상을 통해 습득합니다. 물론 이런 동영상에도 “글”이 존재하긴 하지만 동영상에서의 글은 블로그의 이미지처럼 보조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e-커머스도 비디오 커머스 경향이 대세가 된지 오래입니다. 커뮤니케이션도 화상 통신 같은 동영상으로 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Z세대에게는 동영상과 사진 같이 생생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이 잘 구축 되어있는데 글로만 컨텐츠를 소비한다는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두번째로 키보드란 물건 자체가 점점 낯선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키보드라는 물건 자체가 낯설어서 키보드 사용 교육을 다시 시키는 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기계화된 키보드보다 휴대폰 키패드를 통한 입력 방식이 더 편했기 때문이겠죠. 중요한건 키보드가 점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 같은 터치스크린 단말들은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쥐어주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사용하곤 합니다.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죠. 화면에 보이는걸 누르고 원하는걸 얻는 동작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물리적인 버튼이 100개 넘게 달려있는 키보드는 영 친해지기 어려운 물체일 겁니다. 키보드가 낯설어지는 경향은 PC보다 그 변화가 빠른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나타났습니다. 한때는 스마트폰에는 반드시 물리적인 키보드가 달려있곤 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게 블랙베리였죠. 하지만 블랙베리를 비롯한 물리 키보드를 갖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제 추억이 된지 오래입니다.이런 경향을 봤을 때 미래에는 키보드보다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더 중요한 입력 장치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이크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입력 방식은 ‘음성인식’이 있습니다. 많은 SF물을 보면 컴퓨터와 음성인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음성인식이 미래적인 입력 방식인 이유는 사용하는데 언어 교육 외의 별다른 교육이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 봤을 때 음성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음성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시리나, 스마트 스피커 같은 디바이스도 인공지능이라곤 하나 그 인식률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연구가 다소 활발하게 진행되고 시장도 큰 영어는 그나마 좀 낫지만 한국어는 정말 형편없습니다. 전 음성인식이 이렇게 갈 길이 먼 이유는 바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컴퓨터를 둘러싼 환경은 아직도 “글” 중심이기 때문에 컴퓨터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면 먼저 “글”로 변환해야 합니다. 사람의 음성을 굳이 “글”로 전환하려하기 때문에 음성 인식이 갈 길이 아직도 멀어보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음성 인식 자체가 글을 쓰는 목적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목소리 자체가 정보가 된다면 어떨까요? 혹은 음성을 넘어 동영상도 활용할 수 있겠죠. 사람의 음성, 표정 등이 담겨 있는 동영상은 글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이 정보를 그대로 전달할 뿐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듯이 이런 정보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마이크와 카메라는 키보드보다 더 중요한 장치가 될 것입니다. 벌써 10대나 20대들의 유투브 사용패턴이나 수 많은 유투브 크리에이터들만 봐도 그런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의 표정을 전 알 것 같습니다.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네 맞습니다. 이건 너무 비약이 심하죠. 만약에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이 개발자라면 더더욱 표정이 썩을 것입니다. 현재의 기술을 볼 때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만해도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긴 글로 나타내고 있으니까요.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매우 더디기 때문에 분명 엄청나게 오래 걸릴겁니다. 얼굴을 보고 통화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92년도에 상용화되었지만 우린 지금도 SMS나 카톡으로 필담을 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또 동영상이란 매체 자체도 글에 비해서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동영상은 같은 정보를 담고 있는 글보다 불필요한 정보의 양이 너무 많고, 전달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당장 아이패드의 사이즈가 알고 싶어서 유명 유투버의 리뷰 영상을 찾아본다면 사이즈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동영상을 순차적으로 다 찾아봐야합니다. 게다가 이 유투버가 입고 있는 의상, 뒤에 있는 잡다한 배경 등 알고 싶은 정보에 비해 쓸데없는 정보를 너무 많이 담고 있죠. 알고 싶은 것은 단 20byte도 안되는 정보일텐데 이 정보를 알기 위해 몇십~몇백 Mbyte가 필요한 것입니다.이런 한계 때문에 여전히 키보드는 컴퓨팅 환경에서 중요한 입력 수단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향후 10년이상은 더 그럴 것 같습니다. 기술 세계에 있어서 10년은 영원과도 같은 기간이죠. 하지만 16세기에는 붓이 가장 중요한 입력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특정 분야에서만 쓰이듯,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키보드는 특정한 직업군에서만 사용하거나 매우 보조적인 입력 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런 때가 온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노트북들도 조개 모양 같은 모양에서 벗어나 전부 다 아이패드 같은 판떼기 모양으로 진화할 수도 있겠죠. 그 때는 어쩌면 아이패드가 가장 생산성이 높은 컴퓨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지금은 아니라는게 중요하지만 말이죠.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