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정리해보는 디바이스 라인업 정리 분투 기록

개인적으로 2017년에서 2018년은 디바이스 사용에 있어서 간섭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했던 시기였습니다. 몇년 간은 간섭없이 용도에 따라 쓸 수 있는 꽤 안정적인 라인업을 구축해두고 쓰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디바이스 라인업은 (태블릿보다 큰) PC > (스마트폰보다 크지만 PC 보다는 작고 가벼운) 태블릿 > 스마트폰의 삼위일체입니다. 아 요즘은 스마트워치도 추가되었죠. 이 디바이스 라인업은 서로 용도의 간섭 없이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라인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 ~ 2016년까지 이 라인업은 깨진적이 없었지만 최근 이 라인업을 뒤흔드는 변화 때문에 이 라인업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의 지름은 이런 간섭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죠.(정당화는 아닙니다) 지금은 과연 이 라인업이 안정되었는지.. 이 글은 개인적으로 이런 라인업을 정리하기 위해 분투했던 기록입니다.


2010년 ~ 2016년까지의 안정기


이 시기는 스마트폰 구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 이전에는 실질적으로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디바이스 라인업이라고 할만한 기기도 없었습니다. 제가 하는 컴퓨팅의 처음이자 끝은 노트북(후지쯔 P1510) 하나 뿐이었죠. 스마트폰을 사고 2006년부터 쓰고 있던 P1510이 책 작업과 함께 장렬히 은퇴하고 맥북에어를 지르면서 애플의 족쇄에 걸려들기 시작했던 시기입니다.

스마트폰 : Nokia XM5800 ~ 아이폰5

스마트폰은 제가 가장 자주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중을 그리 두지 않는 디바이스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은 여러모로 한계(화면크기나 성능 등)를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속도라고 해봐야 자주 쓰는 앱들(음악, SNS, 메시징, 웹)이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거든요. 물론 거기에 더해 배터리가 오래간다면 좋겠죠.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최소한 3년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PC : 맥북에어(2010) ~ 맥북에어(2013)

11인치 맥북에어는 정말 제가 가는 곳 어디에든 있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들고 다니기 쉬운 무게는 아니었지만(1.1kg… 가볍다면 가볍지만 걸어다니는 입장에서는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이기도 하죠.) 어디에든 들고 다니며 블로그 글 쓰기, 원고 작업, 리눅스 가상머신(스크린샷을 찍기 위한) 작업 등은 물론이고, 스카이림 같은 간단한 게임(?)을 TV에 연결해서 콘솔처럼 쓰는 무지막지한 일도 버텨냈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은 시절이 2010년, 2014년 두번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옆에 있었던 좋은 친구 같은 컴퓨터였습니다.

태블릿 : 아이패드 미니2 ~ 아이패드 미니 4

태블릿 PC는 스마트폰이나 랩탑처럼 현대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품이라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PC보다는 가볍고 스마트폰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의 이 디바이스는 한번 써보면 헤어나오긴 힘든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전자책이나 웹서핑을 하기에 최적이죠. 아이패드 미니는 주로 이런 PC의 유희적인 역할을 나누는 용도였습니다.


2016년 ~ 2018년까지의 혼란기


6년간의 안정기 시절에도 새 물건을 지르긴 했지만 거의 같은 모델의 후속 기기를 지르거나 활용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구성해놓은 라인업은 안정적이었고 각 기기가 용도에 맞게 제 역할을 해냈죠. 그러다가 2016년 말에 아이폰 7 플러스가 들어오면서 라인업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혼란 1 : 아이폰 7 플러스

사실 아이폰 7 플러스는 아이패드 미니를 정리할 목적으로 질렀던 기기였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하나로 합쳐서 라인업을 좀 더 미니멀하게 가져가고자 한거죠. 그래서 아이폰 7 플러스는 아이패드 미니를 대체했을까요?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패블릿이라는 카테고리에 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폰 7 플러스는 아이패드 미니를 대체할 수 없었습니다. 화면 크기는 수치상으로 비슷해보이지만 면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두배 정도의 차이가 나죠. 게다가 회사에서 업무도 문제였습니다. 아이폰은 회의록 작성하기에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로 작성하고 있으면 회의록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폰을 두드리고 있으면 딴짓하는 것으로 보이죠.

그렇다고 아이폰 7 플러스가 아이패드 미니랑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특히 게임)에서 아이폰7 플러스가 우월했지만 화면 크기는 아이패드 미니가 더 크기 때문에 컨텐츠 소비에 더 적합했죠. 이전에 명확하게 사용하던 부분들이 서로 섞이게 되어

이런저런 고민

을 해봐도 이 두 기기를 명확하게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혼란 2 : 아이맥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면서 저한테는 한가지 로망이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집에 아이맥을 두는 것이었습니다. 클라우드가 대세라곤 해도 제가 관리하고 있는 미디어들이 한군데에 모이는 홈 허브의 역할을 하는 데스크탑이 하나 필요했고 기왕이면 인테리어 측면에도 도움이 되는 아이맥을 꼭 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눈은 참 간사한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서도 보고 아이패드에서도 계속 보면서도 그동안 맥북에어 화면이 크게 나쁘다는 생각을 한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근데 같은 맥OS 화면을 레티나로 보다보니 맥북에어가 오징어로 보이는 마법이 일어나더군요. 단순히 오징어로 보이는게 문제가 아니라 눈이 아프기 시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맥북 에어를 잘 활용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항상 들고다니던 맥북 에어를 직장 때문에 두고 다니다보니 그동안 제 컴퓨팅의 중심이었던 맥북에어는 집에서 자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라인업 정리 분투기


아이폰과 아이맥의 투입으로 혼란스러워진 라인업은 저한테는 고민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외출을 할 때도, 여행을 갈 때도 뭐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몰라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을 다 들고 나가는 이상한 장면들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어떻게든 라인업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1차. 스마트폰의 크기를 줄이자

라인업을 정리하는데 있어서 아이폰 7 플러스의 크기가 문제였으므로 처음엔 아이폰의 크기를 줄여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폰X이 나왔을 때 구매하기 직전까지 갔었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의 크기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가 컨텐츠 소비에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느리다는 것도 문제였죠. 이 대안은 바로 포기했습니다.

2차. 맥북에어로 아이패드를 대체해보자

맥북에어로 아이패드 미니를 대체하려는 노력도 했었습니다. 맥북에어가 아이패드 자리를 대체한다면 라인업은 안정됩니다. 가장 큰 화면의 아이맥, 그보다 작고 휴대하기 좋은 맥북에어, 그리고 아이폰 7 플러스. 스마트폰 > 랩탑 > 데스크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안정적인 라인업을 꿈꿨죠. 그러나 이 방안도 실패했습니다. 무엇보다 맥북은 회사에서 쓸 수 없었고, 맥북이 아이패드의 사용성을 대체하기엔 너무 무겁고 유연성이 떨어졌습니다.(무릎에 올려놓고 쓰거나 책상에 높고 쓰거나 밖엔 할 수 없으니..)

3차. 아이패드로 맥북을 대체해보자

그렇다면 역 발상으로 아예 아이패드를 맥북처럼 써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미니의 용도를 좀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패드는 회사에서 쓸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패드를 맥북처럼 쓰려면 몇가지 환경과 악세사리가 필요했습니다. 키보드 케이스를 씌워주고, 라이트닝 — HDMI 젠더를 구매하고 NAS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했죠.

생각보다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맥북으로 하고 있던 작업들은 생각보다 아이패드에서 잘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있었고, 아이맥이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겠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4차. 아이패드 프로 투입

아이패드 미니를 맥북처럼 쓰려고 한 것은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여전히 애매한 화면 크기 차이 때문에 아이폰과 간섭은 남아있었습니다. 게다가 아이패드 미니의 키보드 케이스가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아이패드는 어떤 자세로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키보드 케이스를 쓰면 키보드가 있는 상태로 밖에 쓸 수 없었습니다. 용도에 따라 키보드를 떼고 쓸 수 있는 형태라면 정말 좋았겠지만 쉽게 붙였다 뗏다할 수 있는 키보드는 아이패드 미니용으로 시장에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긴했죠.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프로는 화면 크기도 명확하게 크고, 스마트 키보드는 제가 원하는대로 분리와 장착이 쉬웠습니다. 다만 이 대안에는 비용의 문제가 있었죠. 거의 이 문제로 1년 가까이(3월 ~ 12월)를 고민하다가 결국 아이패드 프로 3세대 출시 후에야 아이패드 프로를 질렀습니다.


과연 지금은 안정되었는가?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컴퓨터들의 라인업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맥북에어와 아이패드 미니는 처분)

– 스마트폰 : 아이폰 7 플러스 (2016)

– 태블릿 : 아이패드 프로 (2018)

– PC : 아이맥 (2017)

예전과 비교해보면 아이폰5 > 아이폰 7 플러스, 아이패드 미니 > 아이패드 프로, 맥북에어 > 아이맥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결국 종류는 똑같은데 화면 크기만 한단계씩 커진 셈입니다. 적어도 지금은 용도에 있어서 간섭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각 기기가 명확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동중 컨텐츠 소비는 아이폰이 하고 있고, 외부(이동중 제외)와 집에서 작업 또는 컨텐츠 소비는 아이패드 프로로 합니다. 그리고 PC가 필요한 작업은 아이맥으로 하죠.

이번에 개인적으로 라인업 정리를 하면서 깨달은 부분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화면 크기가 사용성에 주는 영향입니다. 이 세가지 기기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름에도 화면 크기가 조금씩 커지도록 이동하고 나서야 사용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었죠. 저는 지금까지는 화면 크기보다는 운영체제나 환경 같은 것들이 사용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실질적으로는 사용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화면 크기인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역할이 확대되었다는 것입니다. 2010년~2016년 안정기 때만해도 노트북은 제가 갖고 있는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노트북으로 모든걸 다했죠. 하지만 이제는 PC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아이맥으로 작업합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기존 PC의 역할을 나눠 갖게 된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적합한 용도에서는 랩탑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PC의 역할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것 같습니다.(물론 꽤 오랫동안은 완전히 사라지진 못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이패드 프로 투입으로 라인업이 안정되는걸 보니 그만큼의 비용을 들일만 했던 것 같습니다.(고민했던 시간이 더 비쌀듯..) 적어도 이 라인업에서 뭔가 더 새로 지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3년은 더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혼란을 끝내고 이제야 비로소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 라인업을 깰만한 기기가 등장하진 않기를 바랍니다.(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