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밀리의 서재에서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를 봤습니다. 밀리의 서재 앱에 내장되어있는 AI한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추천받은 책입니다.

만화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몇 달전 같은 작가의 만화책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를 우연히 봤었는데 같은 작가의 만화였습니다.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히로세 스즈 주연의 영화화도 되었다고 합니다.

둘 다 읽게된 계기는 그냥 “밀리의 서재에 있어서“였는데 나름대로 괜찮은 만화책이었습니다. 잔잔한 느낌의 일본 드라마를 보는 느낌. 예전에 다카하시 신의 <좋은 사람>이랑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너무 오래된 비교인가)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와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둘 다 공통점이 있는데, 잔잔하고 귀여운 그림채와 소소한 개그에 가려져 있는 막장성입니다. 전자는 사이비 종교를 창시하고 도망다니고 있는 아버지가 나오고, 후자는 부모의 불륜이 주된 소재입니다. 둘 다 아무렇지 않게 막장스러운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잔잔해서 별 일이 아닌가 하고 넘어갈 정도입니다.

이런 막장적 소재는 이 작품에 나오는 ‘아이들’의 상처의 원인입니다. 둘 다 부모의 잘못으로 깊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주변 어른들과 서로의 도움을 받아 부모를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며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막장적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사건 자체는 이미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라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입니다.

물론 표면은 일본식 개그가 가미된 하이틴 로맨스 물이기 때문에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딱 하나 단점은 일본식 개그(주로 어리석은 짓을 하고 그에 대한 지적을 하는 츳코미 식)가 매 페이지마다 나올 정도로 남발된다는 것인데, 정서에 맞지 않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그 마저도 일본인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개그가 많습니다. 주석으로 설명해주긴 하지만 설명이 필요한 개그는 실패한 개그인 법이죠.

예를들면 이런거.. 주석으로 설명해도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도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보다 덜한 편이라 좀 더 대중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은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26살 직장인 여성과 16살 고등학생이 연애하는 내용이라.. -_- 이건 또 나름대로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머리 식힐 목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이 두 작품을 보시는거 추천합니다. 잔잔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상냥한 세계에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만화책입니다. 만약 둘 다 보신다면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스터에그 들이 좀 있어서 굳이 순서를 따진다면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를 먼저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덧. 작품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제목을 주로 쓰는 요즘 경향과는 달리 제목이 좀 특이한데, 둘 다 내용과는 별로 관련 없는 제목입니다. <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 같은 경우 아이가 스스로 이해해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국 이 작품에 나오는 아이들은 부모(또는 조부모)의 잘못을 이해하고 알아주거든요.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결국 주인공들의 갈등이 바다에서 해결된다는 측면에서 약간은 더 연관성이 있긴 합니다. 결국 아이들도 물처럼 더 넓은 바다(관대해진 어른)으로 향하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