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에어를 (또 다시) 메인 컴퓨터로 써보자 (v2)

M2 맥북 에어는 처분 직전까지 갔었다가 다시 제 개인 작업용 데스크탑으로 쓰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뭔가 맥북을 쓸 때는 어떤 작업을 하든 이유 모를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패드 프로에 비해 가능한 작업이 더 많으니 당연히 마음이 편하겠지 싶었는데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쓸 때에 비해 좀 더 마음이 편하고(?) 집중이 잘된다고 할까요.

이유를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일과 개인 영역에서 전천 후로 쓰이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에는 슬랙이나 구글 드라이브 같이 업무할 때 사용하는 앱들도 같이 설치되어있다보니 아이패드 프로를 쓰다보면 업무 시간이 아닌데도 무심코 슬랙을 열어본다든지 회사 일을 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저희 회사 개인 디바이스 보안(BYOD) 정책은 개인 모바일 기기에 좀 더 관대합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모바일 기기로 분류되어 원격으로 붙지 않아도 슬랙이나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직접 접근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개인용 노트북은 원격으로만 작업이 가능하죠.

아이패드 프로로 회사일을 볼 수 있다보니 맥북 에어와 달리 개인용 업무용 전천 후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주력 컴퓨터가 되었고, 어디에서든 아이패드 프로만 켜면 기동성 있게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iPadOS의 집중 모드를 통해 최대한 분리해놓고 쓰곤 있지만 원체 불안도가 높은 인간이라 퇴근 후나 주말에도 아이패드 프로를 쓸 때면 자꾸 슬랙을 열어봐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낍니다. 무심코 파일 앱을 열었을 때 구글 드라이브에 뭔가 파일이 업데이트 되어있으면 이것도 열어봐야 마음이 편해집니다.(이 정도면 중독인가..) 이 정도면 집중 모드로 될게 아니라 물리적 분리가 필요한 수준이네요.

그래서 이번에 맥북 에어를 재발견하게 된겁니다. 보안 정책 때문에 업무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 덕에 오히려 완벽한 개인 공간이 된거죠. 그래서 마음이 편했던 거였습니다. 슬랙을 보려고 해도 볼 슬랙이 아예 설치되어있지 않으니까요. 뭘 하든 회사일 걱정 없이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무 환경의 분리 외에도 책상이나 식탁에서 쓰기에 아이패드 프로보다 맥북 에어 쪽이 화면 크기와 비율이 확실히 쾌적하긴 합니다. 이건 제 아이패드 프로가 11인치라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게임을 할 때나 영상을 볼 때 아이패드 보다 훨씬 시원하죠.

그리고 LCD와 OLED의 차이일지 모르겠지만 아이패드 프로를 쓰다보면 약간 침침한 느낌이 드는데 맥북 에어 쪽은 좀 더 편한 느낌입니다.(이게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요.)

어쨌든 그래서 지난번 실험 실패 이후 이번에는 맥북 에어를 개인용 목적의 메인 컴퓨터로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 번에 실패한 사유는 회사 업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그 장점이 빛을 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해서 회사에서는 회사 맥북 프로 + 아이패드 프로, 집에서는 맥북 에어 + 아이패드 프로 조합으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이번 실험은 과연 성공할지(…) 나중에 결과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덧. 하나의 기기로 회사일도 보고 개인 작업도 하면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개인 공간과 업무 공간이 어중간해지는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집중 모드가 도움은 되지만 완벽한 물리적 분리보다 더 확실한건 없겠죠.

덧2. 지난 번에는 아이패드 프로를 처분하려다 실패했고, 이번에는 맥북 에어를 처분하려다 실패하는걸 보니 이 두 기기는 분명 중복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결국 둘 다 쓸 수 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자꾸 되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덧3. 나름대로 그동안 블로그 작성 워크플로우를 아이패드에 맞춰서 최적화했더니 오히려 맥북 에어에서 좀 더 시간이 걸리는 측면이 있네요 -_-

덧4. 맥북 에어를 처분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역시 디자인 때문인 것 같습니다.(외모 지상주의자) 미드나이트 색상과 맥북 에어 디자인은 아이패드 프로를 아무리 주력으로 쓰고 있어도 버리기가 힘들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