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유튜버 MKBHD가 Vertu의 스마트폰을 리뷰하는 걸 봤습니다. Vertu! 예전에 노키아 덕질할 때 많이 들었던 브랜드인데 2026년에도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래 MKBHD가 리뷰한 모델은 Vertu Agent Q 모델로, 5천달러가 넘어가는 모델입니다.
Vertu는 원래는 노키아 산하의 럭셔리 피쳐폰 브랜드였습니다. 천만원 ~ 3억까지 나가는 정신나간 가격대의 휴대전화를 팔던 브랜드입니다. 당연히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는 아니고 주요 타겟은 기업가나 중동의 부자들이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테두리는 사파이어와 루비를 사용하고 금박 테두리도 진짜 금으로 되어있는 럭셔리의 끝이었던 브랜드였죠. 하지만 폰 자체의 기능은 평균 급이거나 오히려 그 이하의 사양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폰의 진정한 “기능”은 바로 컨시어지 기능이거든요.
보통 아이폰에서 Siri 버튼을 누르면 가상 비서인 (무능한) Siri가 실행됩니다. Vertu 폰에서는 컨시어지 버튼을 누르면 비서가 응답하는데, 이게 AI가 아니라 진짜 사람입니다. 이 폰을 사는 순간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사람 컨시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Vertu 폰의 미친 가격은 이 서비스가 포함되어있는 가격인거죠.
당시 Vertu의 컨시어지는 호텔 컨시어지랑 거의 같은 역할을 했는데, 모닝콜이나 물건을 대리 구매하는 간단한 작업은 물론 여행 계획, 출장 계획 및 비서 역할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아무나 살 수 없는 가격의 폰이라 할 수 있었던 럭셔리 서비스였습니다.
최근의 Vertu도 “루비 버튼”이라고 해서 이 기능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루비 버튼을 누르면 당신을 위한 Assistant가 실행된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위의 MKBHD의 리뷰를 보면 예전의 컨시어지 기능과 비슷한 것 같지만 음성 기반에서 텍스트 채팅 기반으로 바뀌었고, AI 챗봇과 사람이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살 일은 절대 없는 브랜드지만 거의 10년만에 보는 Vertu 폰의 리뷰라 반가운 마음이 있었는데 리뷰를 보니 뭔가 제가 예전에 알던 Vertu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당연히 노키아는 모바일 폰 제조를 하지 않으니 노키아 소유는 아니라는건 알았지만, 뭔가 소유 관계가 복잡한 것 같더군요.
Vertu에 대해서 제가 마지막으로 봤던 소식은 망했다는 거였습니다. 아이폰 출시 이후 노키아가 추락했던 것처럼 Vertu도 수직하락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소유주였던 터키 출신의 Hakan Uzan은 회사 재건을 위해 여러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잘 되진 않은 모양입니다. 마지막에는 전 직원의 50%를 해고하고 비정규직으로 채웠던 것 같습니다.
현재도 소유주는 Hakan Uzan으로 되어있는 것 같지만 일단 폰의 제조와 컨시어지 서비스는 중국에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폰의 스펙도 동시대의 ZTE의 중급기 정도와 비슷하다고 하니 말이죠. MKBHD의 리뷰를 보면 홈페이지 완성도도 AI가 생성한 아무 말로 채워져 있다고 하고(…) 여러모로 예전의 Vertu라고 보긴 좀 어려워보입니다.
제품의 핵심 기능인 컨시어지 서비스도 어디까지가 AI고 어디까지가 사람인지 불확실하다고 하니… 혹시 예전의 그 Vertu라고 생각하셔서 구매하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Vertu가 망한걸 보면 아이폰이 “IT 기술의 민주화”에 많이 기여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아이폰 이전만해도 저런 말도 안되는 가격의 폰이 판매되는 세상이었지만, 아이폰 이후로 대기업 CEO, 중동의 부자가 쓰는 폰이나, 제가 쓰는 폰이 똑같아졌으니까요. 럭셔리보다는 사용성과 기능성에 집중하면서 좀 더 많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아이폰 프로 시리즈의 가격을 생각하면 조만간 예전의 럭셔리 스마트폰 같아질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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