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인데 내 것 아니다”.. 과연 요즘 세상에 내 것이 존재하긴 할까?

테슬라가 FSD를 일회성 구매 옵션을 없애고 월 구독으로 전환했다는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타이틀이 흥미로워서 가져와 봤습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면서 차의 주요 기능을 월 구독으로 바꾸는 것은 테슬라 뿐만이 아닙니다. BMW 등의 주요 제조사들도 자율 주행 보조 등의 일부 기능을 월 구독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변화하면서 생긴 흐름 중 하난데, 생각해보면 컴퓨터와 스마트폰 세상에서는 내 것을 내 것이라고 할 수 없게 된지 이미 오래된 것 같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월마다 비용을 내야 하는 세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비용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건 내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그걸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겁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저만해도 iPadOS 26 때문에 작년부터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할 수 있는게 따로 없습니다. 뭔가를 설치해서 해결하거나 내부 설정을 조정하고 싶어도 아이패드는 애플이 쓰라고 정한대로만 쓸 수 있습니다. 한글 입력기가 마음에 안들어도 입력기 하나 바꿀 수 없습니다.

모바일 쪽 뿐 아니라 PC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PC에서 실행되는 코파일럿이 마음에 안들어도 그걸 거부할 수 있는 방법도 없죠. 윈도우는 이미 광고판이 된지 오래입니다. 내가 소유한 내 컴퓨터에, 내가 돈주고 산 운영체제에서 쓸 때마다 광고와 쓸데없는 AI 기능을 강제로 봐야한다면, 그 물건은 과연 제가 온전히 소유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는걸까요?

과연 현대 IT 환경에서 내가 진짜 소유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가장 아이러니하게도, 제 생각엔 가장 오래된 컴퓨터 환경인 데스크탑 쪽이 현대에서는 그나마 남아있는 마지막 안전지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도 구독 경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지만요.

비단 리눅스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사실 윈도우가 코파일럿을 들이민다고 해도 고급 사용자라면 레지스트리 설정을 통해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맥OS는 그 폐쇄적인 애플이 만들었지만 그래도 아이패드와 달리 생각보다 많은걸 바꿀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 밖의 앱도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고, 입력기가 마음에 안들면 바꿔버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런치패드도 다시 돌려놓을 수 있죠.

데스크탑 쪽은 너무 오래되었고 이로 인한 생태계도 굳건합니다. 물론 애플도, MS도 이 자유로운 땅을 어떻게든 더 수익화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반발 때문에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모바일이 중심인 세상에서 생각보다 돈도 안되고 말이죠.

그래서 요즘 같은 세상에는 전통적인 데스크탑 PC(노트북도 일부 포함)가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IT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덧. 노트북 쪽에는 프레임워크라고 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부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인데, 좀 극단적으로 보자면 여기에 우분투 같은 리눅스 정도는 설치해줘야 진짜 내가 소유한 컴퓨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덧2. 저도 그래서 아이패드를 메인 컴퓨터로 쓰려고 해도 자꾸 돌아오게 되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