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이폰 17 행사에서 같이 발표된 애플워치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의아한 제품이 애플워치 시리즈 11입니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는 어떤게 좋아진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요.
애플워치 시리즈 11은 시리즈 10과 동일한 S10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즉 성능은 시리즈 10과 똑같다는거죠. 화면 크기도 똑같고 디자인도 동일하고 무게도 거의 똑같습니다. 시리즈 11에 새로 추가된 센서도 없습니다.
애플워치 행사에서는 혈압 알림 기능, 워크아웃 버디 등의 기능이 중점적으로 발표되었지만 정작 해당 기능은 WatchOS 26 업데이트로 시리즈 10, 울트라 2 등의 워치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었습니다. 즉 이번 모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신기능도 없는거죠.
물론 시리즈 10은 시리즈 9에 비해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 된 모델이었습니다. 화면도 커지고 프로세서도 업그레이드 되었고, 초 침이 AOD에도 나오는 등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죠. 애플이 변화가 큰 모델 뒤에 옆그레이드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흔한 패턴입니다.
하지만 시리즈 4 출시 후에 나왔던 시리즈 5도 옆그레이드였지만 AOD라는 핵심 기능이 추가되었고, 시리즈 7 —> 시리즈 8도 대표적인 옆그레이드였지만 프로세서가 바뀌었고, 온도 센서도 추가되었습니다. 옆그레이드라고 하더라도 조금씩 업데이트 되었던게 애플워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 11은 언뜻봐서는 그런 부분이 도통 보이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부분이 좋아진걸까요?
스펙표를 기준으로 확인 결과 가장 눈에 띄는건 배터리 시간이었습니다.

시리즈 11은 배터리 시간이 시리즈 10보다 최대 사용 시간이 6시간이 늘었는데, 프로세서도 동일하고 센서도 동일함에도 배터리 시간이 늘었다는 것은 배터리 용량이 증가했음을 나타냅니다.

애플은 공식적인 배터리 용량을 밝히진 않지만 모든 모델이 전작보다 무게가 아주 약간 증가했다는 것이 그 증가인데 배터리 용량이 증가했거나 배터리 자체를 개선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스펙 비교표를 보면 배터리에 100% 재활용 코발트 사용 부분에 95% 재활용 리튬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추가된걸 보면 뭔가 배터리에서 화학적 개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이번 애플워치 시리즈 11은 또한 전작에 대비해 애플이 설계한 세라믹 코팅이 시계 유리 부분에 추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내구성과 스크래치 저항성이 두배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스펙 표에서도 시리즈 10에는 없었던 “재활용 유리 사용”이라는 문구도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배터리가 개선되었고 유리가 바뀌었다.. 인데 이 정도면 거의 역대급 옆그레이드라고 할만한 업그레이드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시리즈 10을 그냥 재포장한 정도입니다. 애플워치에서 이 정도 옆그레이드는 보기 드물 정도입니다. 애플워치 울트라는 프로세서가 좋아졌고, SE는 가성비가 역대급으로 좋아진걸 생각해보면 시리즈 11은 왜 이렇게 나왔을까 싶습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시리즈 10이 두 세대를 건너 뛰는 변화였고, 올해는 숨고르기에 들어간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애플이 내놓는 신제품은 항상 바로 전 세대 사용자에게는 굳이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프로세서가 같은 경우 향후 OS 업데이트에서도 주의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4와 시리즈 5는 1년 간의 시간 차이가 있었지만 WatchOS 지원은 동시에 중단되었습니다.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했던 탓이죠. 시리즈 10과 시리즈 11도 동일한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시리즈 10을 사용 중이시라면 전혀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고, 만약 시리즈 10을 중고로 또는 다른 리셀러 매장에서 시리즈 10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시리즈 10 구매를 고려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 혹시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애플워치가 필요하셨다면 시리즈 11을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덧. 그래서 행사 때는 소프트웨어 기능이었던 혈압 알림 기능과 워크아웃 버디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는데, 그래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혈압 알림 기능은 시리즈 11에만 한정된 기능인 줄 알았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