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비싼 취미가 된 시대의 게이머의 생존법

불과 몇 년전만해도 분명 게임한다고 하면 다른 취미에 비해 저렴한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 게임 업계 쪽 상황을 보면 점점 그와는 거리가 멀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코인 채굴, AI 등등의 유행을 거치며 GPU 가격은 너무 올라버렸고 그와 더불어 게이밍 PC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렸죠.

그렇다고 콘솔 쪽이 낫나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보통 콘솔은 출시 후 세대 막바지가 되면 가격을 내리기 마련인데 오히려 9세대 콘솔(PS5, Xbox Series)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가격이 더 오르고 있습니다. 환율이나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여러가지 핑계가 있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일이죠.

저는 최대한 저렴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데, 저 같은 게이머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콘솔보다 PC

물론 몇 년전만해도 이 이야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게이밍 콘솔은 PC보다 가격적으로 훨씬 유리했습니다.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추고 독점 게임을 많이 파는 것이 게임 콘솔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PS5 강화 모델인 PS5 Pro의 가격이 112만원이 되고, 나온지 한참 지난 PS5의 가격도 70만원 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 이야기는 더이상 맞지 않습니다. 엑박 쪽은 가격을 말할 가치도 없죠.(일단 한국에서는 엑박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PC는 콘솔보다 초기 구매 가격은 비싸지만 용도 측면에서 훨씬 유연합니다. 게이밍 PC는 게임 뿐 아니라 생산성, 멀티미디어 감상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콘솔과 비교할 수 없죠. 그 뿐 아니라 한글 패치, 모드 등 콘솔에 비해 사용자가 게이밍 성능을 높일 여지도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멀티 플레이도 별도의 요금제로 구독해야하는 콘솔과 달리 PC는 게임을 한번 구매하면 이후에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콘솔은 게임 할인도 거의 없죠. 초반에는 돈이 좀 들어가도 장기적으로 PC가 비용, 성능 측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구독보다 세일

게임패스 같은 구독 서비스는 저렴하게 게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게임패스 구독 가격이 오르면서 구독도 이젠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기 위해 구독하던 게임 패스 Ultimate은 월 16,000원에서 29,000원으로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한달에 29,000원 씩 내고 게임 서비스를 구독한다면 세달만 지나면 AAA 급 게임 하나를 정가에 구매할 수 있는 돈이 됩니다. AAA 급 게임 하나를 1개월만 하고 말게 아니라면 게임패스가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거죠. 이에 대해서는 예전 글에도 자세하게 정리했습니다.

저 같이 게임 하나를 클리어하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은 구독보다는 세일을 노리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인기 게임도 시간이 지나면 할인을 합니다. 스팀을 비롯해 많은 플랫폼은 할인율이 큰 편이라 잘 노리면 게임패스 구매 비용의 절반정도로 게임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만 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클라우드 게임만 하는 경우도 웬만하면 전용 하드웨어 하나를 사는게 플레이 품질이나 안정성, 비용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지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시 직후보다는 시간이 지난 게임

이건 게임을 저렴하게 즐기는 게이머 뿐 아니라 현대 게이머에게 필요한 자세입니다. 출시 직후의 게임을 사는 것보다는 최소 6개월 ~ 1년 정도 이후의 게임을 구매하는 겁니다. 이건 비단 비용적인 문제 뿐 아니라 출시 초기의 여러 최적화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이건 최근 AAA 게임의 요구 성능과 복잡성이 높아진 탓인데, 아무리 최적화로 욕 먹는 게임이라도 1년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더군요.(물론 아닌 게임도 있었습니다) 출시 직후에 게임을 구매하면 성능 문제 있는 게임을 오히려 더 비싸게 주고 사는 셈인거죠.

물론 친구들 사이의 모임이나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경우라면 다른 사람보다 한발짝 늦게 구매하는건 소외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AAA급보다 인디 게임

시선을 AAA 게임에서 인디 게임 위주로 돌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AAA 게임들은 모두 훌륭한 게임들이지만 최근 인디 게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목 받았던 33원정대 : 클레르 옵스퀴르, 팰월드 등의 게임들도 모두 인디 게임이죠.

인디 게임은 AAA 급 게임에 비해 좀 더 참신한 도전이 많이 이루어집니다. 아무래도 안전하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공식을 답습할 수 밖에 없는 AAA급 게임에 비하면 좀 더 참신한 게임을 만날 가능성도 커진다는거죠.

인디 게임은 대부분 요구 성능도 AAA에 비해 낮기 때문에 스위치2나 스팀덱 같은 전성비 좋은 디바이스에서 즐기는 데도 무리가 없습니다. 이런 기기들은 최고 성능 하드웨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인디 게임에 집중하는건 여러모로 좋은 선택지입니다.

마무리

과거에도 게임이 가성비 취미에서 멀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붐이 일었을 때가 대표적이었죠. 그때도 많은 게이머들이 새로운 PC와 게임 구매를 미루는 등 추운 겨울이 지나갈 때를 기다렸습니다. 이 또한 언젠간 지나갈거라고 생각했죠.

요즘은 AI와 여러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다시 게임이 가성비 취미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인데, 저는 이번 겨울은 과연 지나가긴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AI는 일시적인 유행이 되지 않을 것 같고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비트코인 때와 달리 이번에 10세대 콘솔과 함께 다가올 겨울은 좀 더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존 하드웨어로 최대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덧. 사실 이런 겨울이 오게된데에는 저는 MS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AI에 진행한 과도한 투자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때 들인 비용 때문에 Xbox 사업부는 실적 개선과 수익 확보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고, 새로운 Xbox 콘솔은 애초에 “프리미엄급 하드웨어”가 될거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중이죠. 덕분에 우리에겐 성능은 그대로인데 가격은 점점 오르는(미래가 불투명한) Xbox 콘솔과 구독료가 두배로 뛴 게임패스가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