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9월 아이폰 이벤트 “Awe Dropping” 후기

이번 9월 아이폰 이벤트를 다 봤습니다. 생업으로 인해 이번 아이폰 이벤트는 라이브로 보진 못하고 퇴근 후 방금 다 봤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간 졸았습니다(…) 새벽 시간대에 본 것도 아닌데 졸았을 정도로 솔직히 약간 지루한 발표였습니다. 대부분 루머가 거의 그대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도 있지만 딱히 놀라운 이야기도 별로 없었거든요.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이번 이벤트 시작은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이란 단지 겉모습을 나타내는게 아니라 작동하는 방식까지 포괄하는 개념임을 정의한 유명한 말이죠. 팀쿡도 이번 이벤트 시작부터 디자인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디자인이 형태와 느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는 말을 인용한 것처럼, 이번 이벤트는 디자인을 강조한 것치고 디자인이 바뀐 제품이 거의 없습니다. 에어팟 프로 3, 애플워치, 애플워치SE, 애플워치 울트라, 아이폰17, 아이폰 에어, 아이폰 17 프로까지 7개의 제품이 나왔는데 이 중 디자인이 바뀐건 아이폰 프로 뿐 입니다.(아이폰 에어는 아예 신제품이니)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형태가 아닌 작동 방식도 달라진게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음.. 잘 모르겠네요. 아이폰 에어와 17 프로 외에는 이 말이 적용될만한 제품이 이번에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에어팟 프로 3

그나마 이번에 많이 바뀐 제품 중 하나가 에어팟 프로 3입니다. 디자인 자체가 바뀐건 없어보이지만 유닛이 귀에 들어가는 방식 자체에 약간의 설계 변화가 있었습니다.

좀 더 귀에 맞는 형태로 설계 되었다고 합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여러 귀 모양에 대해 연구했고 최적의 형태로 설계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에어팟 프로 3에는 비츠 이어폰처럼 심박수 체크 기능이 들어갔습니다. 심박수 체크 기능을 통해 애플워치 없이도 운동 앱에서 심박수를 체크하여 칼로리 추적을 비롯한 운동 추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WatchOS 26에서 “운동 버디” 기능이 좀 뜬금없다 싶었는데 에어팟 프로 3을 보니 납득이 되었습니다. 운동 버디 기능은 어차피 아이폰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인데 아이폰과 애플워치 조합에서는 좀 뜬금없다 싶었거든요. 이미 애플워치는 아이폰 없이도 운동 추적이 가능한데 굳이 아이폰을 들고 다니면서까지? 인 느낌이었지만 아이폰과 에어팟 조합은 좀 더 말이 되는 것 같죠.

ANC 성능도 프로2 대비 두배가 좋아져서 1세대와 비교하면 4배 좋아졌다고 합니다. 애플의 ANC가 N배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측정하는지 항상 궁금하긴 합니다. 실제로 후기를 보면 놀라울 정도라고 합니다.

그 외 실시간 번역 기능도 들어갔는데, 착용자가 둘 다 에어팟 프로 3을 착용하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번역 기능으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기능은 이미 다른 제조사의 여러 이어폰에 있던 기능이라 에어팟 프로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궁금하네요.

한국 가격은 329,000원이고 사전 예약은 9월 11일, 9월 19일에 출시합니다. 놀랍게도 한국도 1차 출시국입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11, SE3, 울트라3

이번 애플워치 라인업은 쉬어가는 업데이트입니다. 전체적으로 변화가 크진 않습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만 업데이트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늘었고, 유리 사용 소재가 바뀌면서 내구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특히 배터리 시간은 인상적인데 애플워치 시리즈 11이 24시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전작인 시리즈 10 대비 6시간 더 늘어난 수치입니다. 애플워치 울트라3도 배터리 시간이 늘어서 41 시간을 달성했습니다. 애플에 의하면 ‘수일’ 정도 가는 배터리라고.(확실히 3일 이상은 가니까)

현재 애플워치 울트라2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도 50% 이하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 울트라 3은 정말 오래갈 것 같네요.

이번 시리즈에는 만성 고혈압 알림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이게 다른 제조사의 혈압 체크 기능이랑은 조금 다른게, 혈압을 측정하는게 아니라 만성 고혈압의 징후를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기존 유산소 피트니스 알림이나 저심박수 알림처럼 건강 앱에서 측정된 혈압 데이터를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한국 애플 홈페이지에서는 이 혈압 기능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는데, 아직 국가별로 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시리 사건 이후로 출시 예정 기능은 아예 언급조차 안하는 것 같네요.

애플워치 SE3은 AOD 기능이 추가되고 S10 프로세서가 들어갔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애플워치 입문용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라서 SE3의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Ion-X 글래스로 내구성이 좋아진 다른 시리즈처럼 SE3도 내구성이 4배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Ion-X 글래스는 이번에 애플이 새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애플워치 뿐 아니라 아이폰에도 전면적으로 들어갔습니다. 특이한건, 기존 애플워치 고가형 모델(스테인리스 스틸, 티타늄)은 사파이어 글래스를 썼던 것 같은데 이번 애플워치는 모두 Ion-X 글래스로 바뀌었습니다.(울트라3은 전작과 동일한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 애플워치 고가형 모델은 뭔가 가성비가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네요.

놀랍게도 애플워치 시리즈 출시도 1차 출시국입니다. 9월 11일 사전 예약, 9월 19일 출시됩니다.

시리즈 11은 599,000원 부터, 울트라 3은 1,249,000원 부터(10만원 인상됨), SE3은 369,000원 부터입니다.

아이폰 17, 아이폰 17 프로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역시 아이폰 시리즈죠. 아이폰 기본형 모델은 놀라울 정도로 전작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디자인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제 프로 아닌 모델에서도 프로모션 디스플레이가 지원됩니다(!) 사실 아이폰 기본형이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웬만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인데 이제야 고주사율을 지원해주네요. 이로서 프로와의 격 차이가 하나 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시작 용량은 256기가부터 시작하면서 가격도 129만원으로 낮췄는데, 아이폰 16이 256기가가 140만원이었으므로 실질적으로 가격이 인하되었습니다. 가성비로 본다면 기본형이 가장 괜찮아 보입니다.

아이폰 프로 라인은 전통적으로 “그냥 좋은 아이폰”이었는데 이번 아이폰 17 프로는 본격적으로 기본 아이폰 라인과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것 같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디자인도 그렇고 기능도 그렇고 아예 “애플이 만드는 카메라”라는 느낌이 물씬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루머 때부터 봐온 디자인 그대로 나왔는데 아직도 영 적응이 안되는 디자인입니다. 특히 카메라 섬이 아예 플래토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더 커졌습니다.(무슨 뜻이지?) 다만 그 덕분인지 모든 카메라가 48MP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으로서는 최초의 유니바디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맥북이나 아이패드는 이미 유니바디로 만들고 있는 회사가 그동안 아이폰을 유니바디로 만든적이 없었나 싶어서 생각해봤는데 아이폰5, 5s, 6, 6s, 7 시리즈는 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유니바디 디자인 아니었나요. 프로 중 최초라는건가..

분명 아이폰 중 최초의 유니바디라고 했는데 아이폰7 유저로서는 어리둥절

어쨌든 디자인은 좀 적응이 필요해보이는 아이폰 17 프로입니다.

아이폰도 당연히 1차 출시국 일정입니다.

가격은 기본형은 1,290,000원부터, 프로는 1,790,000원부터입니다. 둘 다 256기가부터 시작이라 가격은 동결에 가깝지만 그래도 프로 가격은 정말 후덜덜하군요.

아이폰 에어

이번에 새로 나온 라인업의 주인공은 아이폰 에어 모델입니다. 최상위 기종이 아니고 아이폰 기본형과 프로 모델 사이에 위치한 모델로, 다른 라인업의 ‘에어’ 들과 같은 포지션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가장 관심이 있었던 모델입니다. 요즘 아이폰은 너무 무겁고 커서 얇은 아이폰이 좀 간절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얇은 스마트폰에 대한 환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에어는 살짝 미묘한 느낌입니다. 두께 자체는 아이패드 프로 M4만큼 얇아서 인상적이지만 역시 추가된 카메라 플래토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카메라도 하나 뿐이라 아이폰 기본형에 비해 약간 다운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세서는 또 아이폰 17 프로와 동일한 프로세서입니다. 딱 뭔가 아이폰을 카메라로 덜 쓰는 사람들을 위한 플래그십 같은 느낌이랄지.

에어가 있음으로 프로가 더 진짜 프로 같아졌는데, 이번 아이폰 라인업은 모두 각자의 위치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면에서 우월했던 모델이 프로였다면 이번 아이폰은 좀 더 특징과 포지션을 살렸습니다. 아이패드 에어보다 더 얇고 가벼운 아이패드 프로 쪽이랑은 또 다른 양상이죠.

이번 아이폰 에어는 두께를 위해서 모든걸 희생했습니다. 카메라도 카메라지만, 배터리의 물리적인 용량이 줄었기 때문에 모든 설계가 저전력과 전력 효율을 위해 투자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프로세서는 아이폰 17 프로와 동일한 A19 프로를 탑재해서 의아합니다. 분명 쓰로틀링이 걸릴 것 같은데..

의외로 우려하는 배터리 성능은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애플 제품들이 어떤 마법을 부린 건지 배터리 사용 시간이 다들 대폭 증가했거든요. 제가 쓰는 아이폰 15 프로랑 비교해도 좀 더 오래가는 배터리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써봐야 알겠죠. 아이폰 15 프로도 초반에 배터리 때문에 꽤 고생했기 때문에 아이폰 에어도 배터리 땜에 고생할 것 같긴 합니다.(그래서 저는 여행갈 때는 항상 보조 배터리를 챙겨다닙니다.)

배터리 이야기 나온 김에 아이폰 에어의 짧은 배터리를 우려했는지 애플에서 맥세이프 보조 배터리를 다시 출시했습니다. 이전보다 더 얇은 두께의 배터리인데 용량이 어느정도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가격은 149,000원입니다.

이번에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인 악세사리도 같이 출시되었는데, 크로스백 같은 스트랩 악세사리가 출시되었습니다.

위 사진처럼 메고다니는 악세사리인데 뭔가 아저씨들 목걸이로 메고다니는 느낌이.. 사실 스트랩 자체보다도 충격적인건 “별매”라는 겁니다. 아이폰 에어, 17 프로, 17 기본형 케이스에 다 자석으로 호환되는 모양인데 스트랩만 89,000원으로 웬만한 케이스 값 나옵니다.

아이폰 에어용으로 아이폰4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범퍼 케이스도 출시되었습니다. 예전 범퍼 케이스는 통화 이슈 방지용이었는데 이번 범퍼 케이스는 유리 부분은 보호 안하고 티타늄 프레임을 보호하니 목적을 잘 모르겠네요. 다만 이번 티타늄 프레임이 유광이라.. 기스 방지용인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괜찮으면 이번에 교체할까까지도 생각했는데 테두리가 유광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테두리가 무광이면 괜찮았을텐데(아이패드 프로 같은 느낌으로..) 이건 진짜 실물을 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이폰 에어 출시가는 159만원부터 시작합니다.

HDR

이번 이벤트는 처음에는 맥북에어로 시청했는데 화면이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색이 묘하게 플랫한 느낌이고 팀 쿡도 어딘가 좀 이상했습니다.(특히 눈 부분이) 이게 알고보니 애초에 HDR 디스플레이에 맞춘 영상이었더군요. M4 아이패드 프로에서 보니 훨씬 자연스럽게 보였습니다.

특히 M4 아이패드 프로로 이벤트를 보는데 주황색 아이폰 17 프로가 나오는 순간 너무 생생해서 화면에서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로 HDR 컨텐츠 많이 봤는데 이번 애플 발표처럼 HDR을 생생하게 쓰는 컨텐츠는 많이 못 본 것 같습니다.

마무리

이번 이벤트 정리하다보니 또 길어졌네요. 어쨌든 변화도 많고 기존에 아쉬웠던 점들을 다 보강한 업데이트였는데다 아이폰 에어라는 신제품도 나왔는데도 뭔가 졸린 이벤트였던 것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이번 이벤트는 유독 숫자 놀음이 많았습니다. 강도가 몇배 올라갔다, 속도가 몇 % 빨라졌다, 카메라가 몇배 더 좋아졌다 등등.. 매 이벤트마다 심해지지만 이번 이벤트는 좀 그게 심했던 것 같습니다.

숫자 놀음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체된 제품 라인업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실 열마디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좋은 제품은 그냥 보여주기만 해도 충분하니까요. 대표적으로 맥북 에어만 해도 종이봉투에서 꺼내서 보여주기만해도 놀라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체된 라인업은 애플의 탓만은 아닙니다. 애플이 만드는 제품들이 이젠 더 좋아질래야 좋아지기 어려운 상향 평준화의 레벨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카메라 섬을 대체하는 용어인 플래토(plateau;평원)의 뜻처럼 아이폰은 계속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이건 폴더블 같은 제품이 나오지 않는한 계속 되겠죠.

그래서 당분간 아이폰 이벤트는 계속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맥북이나 아이패드 쪽이 더 발전할 여지가 많아보인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