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에 M1이 들어가면 맥북 같아질까요?

4월 20일 애플 이벤트를 통해 M1이 탑재된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가 발표되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에 무한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애플이지만 2020년의 아이패드 프로는 조금은 아쉬운 ‘옆그레이드’ 모델이었던지라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가 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는 맥에 탑재되었던 M1 프로세서가 탑재된게 가장 큰 특징이죠. 그렇다보니 최근 애플 커뮤니티에는 이런 질문들이 많이 나옵니다.

아이패드 프로에 M1이 들어갔으니 이제 Xcode로 iOS 앱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아이패드 프로에 M1이 들어갔으니 Final Cut Pro를 쓸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아이패드 프로가 맥과 동일한 프로세서를 쓰게 되었으니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아이패드 프로를 맥처럼 쓰고 싶어하는 니즈도 높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위 두 질문에 대한 답은 유감스럽게도 둘 다 ‘아니오’입니다. 문제는 프로세서가 아니라 운영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iPadOS를, 맥은 macOS를 사용하고 있어서 두 운영체제는 실행할 수 있는 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M1이 탑재되었다고 해도 아이패드에서 맥 앱이 실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이패드 프로 발표로 인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이패드 프로에 맥OS를 탑재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프로세서가 동일해진 김에 다시금 아이패드 프로가 맥북을 대체할 수 있는지 케케묵은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이미 2018년 모델부터 막강한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를 컴퓨터로서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주 원인은 바로 iPadOS 때문이었죠. iPadOS는 아무래도 데스크탑 운영체제인 맥OS에 비해 온전히 컴퓨터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이패드 프로에 맥OS가 탑재되거나 아니면 맥북에 터치스크린이 달리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하드웨어에서 여전히 iPadOS가 실행되는한 전문적인 작업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할 수 없는 것들

아이패드 프로가 iPadOS를 쓰는 한 맥에서 해왔던 생산적인 작업들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느정도는 사실입니다. 아이패드 프로와 맥은 엄연히 다른 기기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2년 동안 아이패드 프로를 메인 컴퓨터로 써왔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만족하면서 써왔습니다. 하지만 써오면서 간단한 것도 어렵게 돌아가야하거나 아예 불가능한 것들에 조금씩 피로를 느꼈죠.

그 한 예로, 이 블로그를 구축했을 때 있었던 일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서 테마를 편집하기 위해서 CSS를 편집해야했는데, 어떤 CSS를 건드려야할지 아이패드 프로만 갖고는 알 수 없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한 개발자 도구가 없었기 때문이죠.

아마 맥북이었다면 5분도 안걸리는 일이었겠지만 아이패드 프로에서 하려면 알맞는 앱을 일단 검색해야하고, 새로운 작업 플로우를 구축해야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위 사례는 결국 대안을 찾지 못해서 중간에 아이맥으로 옮겨서 작업을 마무리해야했습니다.

이번 4월 20일 이벤트 포스팅은 M1 맥북 에어로 포스팅을 작성했습니다. Airplay 2를 지원하는 TV에 연결해 확장 디스플레이 형식으로 이벤트를 띄우고 동시에 한편에서는 Tweetdeck으로 실시간 트위터 반응도 같이 살폈죠. 그리고 메인 디스플레이에서는 동시에 글을 작성하고 스크린샷을 찍는 작업도 같이 병행했습니다. 맥북에어 한대로 동시에 많은 작업을 병행할 수 있었죠.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이런 비슷한 작업은 어느정도 가능했겠지만, 외장 디스플레이에서 출력되고 있는 이벤트 스크린샷을 실시간으로 찍을 수는 없었겠죠. 또한 기존 컴퓨터의 작업 방식에 익숙한 저로서는 맥북 에어에서 이런 워크플로우를 세팅해놓는 편이 훨씬 쉬웠고 워크플로우를 구축하는데 생각할 필요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이들 아이패드에 맥이 탑재되거나 맥북에 터치스크린이 탑재되길 바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맥OS가 실행될 가능성은 0%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와 맥이 통합되는 일은 당분간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일단 iPadOS와 그 생태계는 맥으로 바꿔 버리기엔 너무도 우수하고 견고합니다. iPadOS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운영체제입니다. 메모리 관리도 맥보다 훨씬 뛰어나고 앱을 설치하고 삭제하는 과정도 무척 쉽고, 이로인해 시스템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적죠. 사용자가 작업 자체에만 집중하게 해준다는 관점에서는 맥보다 우수한 운영체제입니다.

또한 다른 여타 플랫폼이 갖지 못한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앱들이 너무 많습니다. 구글의 픽셀 슬레이트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모두 터치에 최적화된 적합한 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죠. 아이패드가 아닌 다른 태블릿들은 결국 모바일 앱을 뻥튀기해서 사용하거나 항상 마우스를 연결해서 데스크탑용 앱을 사용해야합니다.

애플이 이런 모든 경쟁 우위를 버리고 아이패드 프로에 맥OS를 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애플도 공식적으로 맥과 아이패드 사이의 선을 확실하게 긋고 있습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담당 임원인 Craig Federighi도 공식적으로 키노트에서 iPadOS와 맥OS를 합치려하지 않을 거라고 못 박았던 전적이 있습니다.

“애플은 iOS와 맥OS를 합치려고 합니까?”
“아뇨.”

이 기조는 최근에도 달라지지 않아서 M1 아이패드 프로 발표 이후에도 애플 중역들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맥과 아이패드는 통합되지 않을 것이고 각자의 카테고리에서 최고가 되는걸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플의 고객들은 서로 맞는 장치를 적합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둘 다 쓰는 경우가 있다고도 말이죠.

결국 애플은 맥과 아이패드가 서로 통합되기보다는 더 확실히 구분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물론 애플의 말대로 두 기기의 사용자 경험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하나의 기기로 여러가지 역할을 하는 것보다 기기를 둘 다 사는게 애플 입장에서는 이득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그럼 아이패드에서 맥 앱이 실행되지 않을까?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또 하나의 바람은 M1 맥북에서 iPadOS를 실행할 수 있는 것처럼 iPadOS에서도 맥 앱을 실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맥OS에서 iPadOS 앱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게 되면서 경계가 허물어진 것처럼, iPadOS에서도 M1에 최적화된 맥 앱이 그대로 실행되길 원하는 것이죠.

이건 그래도 가능성은 약간은 있어보입니다. 특히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매직키보드나 기타 악세사리를 통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맥 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맥에서도 터치 대체 모드를 통해 아이패드 앱의 터치 기능을 맥에서 에뮬레이션 해주는 기능이 들어간 것처럼 아이패드에서도 터치에 최적화되도록 보조 수단을 도입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Affinity Photo 같은 아이패드 앱은 상당 부분 맥 앱의 기능을 거의 그대로 포팅하기도 했습니다. 터치스크린에 맞게 몇가지 경험을 트윅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맥과 동일하게 구성되어있죠. M1의 탑재로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이런 앱들의 등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패드 앱은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두고 설계해야 합니다.모든 맥에는 키보드와 트랙패드가 있지만, 모든 아이패드에 매직키보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직 키보드는 별매품이기 때문에 매직키보드 사용을 중점에 두고 앱을 설계하는 것은 앱 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아이패드 앱은 필연적으로 터치스크린 사용자를 기본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리 키보드가 있어도 아이패드는 터치스크린이 기본입니다.

그렇지만 맥용 앱을 터치스크린에 맞게 처음부터 다시 기획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2019년 말에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용 포토샵은 오랜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맥 포토샵의 기능을 전부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M1 맥북용 포토샵은 불과 3개월만에 출시되었죠. 앱의 포팅에 있어서 프로세서나 아키텍쳐는 UI, UX의 설계에 비하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입니다.

터치스크린에 맥의 기능과 동일한 기능의 앱을 녹여내야한다는 것 자체가 앱 개발사에게는 큰 도전일 것입니다. 이건 애플에게도 마찬가지라서 여전히 애플이 만든 Final Cut Pro나 Xcode와 같은 전문가용 앱은 아이패드 프로에는 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 프로가 맥북 같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두 기기는 점점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패드 프로에 추가된 마우스 지원이나 매직키보드의 출시는 애플이 외부의 기대를 어느정도 수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당장 아이패드 프로에 맥OS가 탑재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iPadOS는 iOS로부터 따로 분기된 이상, 점점 더 많은 기능을 맥OS로부터 차용해올 것입니다. 멀티태스킹부터 뛰어난 파일 관리자, 다양한 외부 기기와의 호환 등 iPadOS는 맥OS로부터 가져올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서피스와 같은 2 in 1 태블릿은 최고의 경험은 아닐지 몰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입니다.

또한 하나의 기기가 여러 역할을 해내는 2 in 1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를 애플이 계속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처럼 아이패드와 맥북이 따로 있을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패턴을 모두 커버하려면 결국 기기를 둘 다 사야합니다. 게다가 기기를 둘 다 휴대하고 다니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죠.

아이패드 프로에 맥OS가 깔리거나, 맥북에 터치스크린이 탑재되지 않겠지만, 두 기기는 어느 지점에서 분명히 만날 것입니다. 그 시점은 아마 애플 기준에서 최적점을 찾았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겠죠. 이 두 기기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운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마무리

아이패드 프로에 M1이 들어가면서 드디어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에어는 프로세서마저 같아졌습니다. 서로 점점 닮아오는 방향으로 발전했던 두 기기는 이제 차이가 폼팩터와 운영체제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폼팩터 때문에 이 두 기기는 서로를 완벽하게 대체하기 어려운 묘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M1은 큰 의미가 아닐 수 도 있습니다. 원래 아이패드 프로에는 동세대 아이폰에 탑재되는 프로세서에서 강화된 버전을 사용하는게 일반적인데 M1 자체가 사실 A14의 강화판이기 때문입니다. M1이 맥에 먼저 들어가서 그렇지 사실 원래 들어갔어야 했던 프로세서가 들어간 것 뿐이죠.(물론 그 덕분에 램 성능도 맥북만큼 늘어나긴 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맥 같아지기를 원하고 있지만 애플은 사용자가 용도에 따라 알맞는 기기를 고르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데스크탑이 필요하면 아이맥, 가벼운 노트북이 필요하면 맥북 에어, 태블릿 PC가 필요하면 아이패드 프로를 고르라는 것이죠.

놀라운 점은 이제 맥북과 아이맥, 아이패드 프로 중 어떤걸 골라도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어떤걸 골라도 성능 차이는 크지 않으니 사용자는 각자 작업에 맞는 폼팩터를 기준으로 고르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애플도 이번 아이패드 프로 5세대를 공개하면서 더이상 아이패드 프로가 컴퓨터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과 4세대 아이패드 프로를 소개할 때만해도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라고 했으면서 말이죠. M1이 맥북에 탑재되면서 성능이 빨라진만큼 아이패드 프로에서 컴퓨터의 역할을 기대할거면 차라리 맥북을 고르라는 의미겠죠.

아이패드 프로 4세대 소개
아이패드 프로 5세대 소개

다른 제조사(특히 서피스)와는 확연히 다르게 가고 있는 애플의 방향이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인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두 기기 나름대로 잘 쓰고 있는걸 보면 애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렴풋하게 알 것 같달까요. 물론 그만큼 제 지갑은 얇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