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헤드셋 sbh-20 개봉기

요즘은 블로그에 개봉기만 올리는군요. 뭔가 재미난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심기 일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샤오미 블루투스 헤드셋 개봉기를 올리면서 조만간 아무래도 블루투스 스테레오 이어폰을 살 것 같다고 했었는데요 사실 저에게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기 위한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인이어 타입 이어폰이었습니다.

성향에 따라 잘 맞는 분도 많으시지만 전 도통 인이어 타입의 이어폰이 맞지 않습니다. 이어폰을 꼈을 때 귀가 진공 상태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싫다고 할까요. 귀에서 뺄 때 공기가 빠지는 느낌이 나는 것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이어팟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이어폰은 항상 오픈형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나오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모두 인이어 형태로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가형 모델이든 고가형이든 거의 대부분 인이어 타입으로만 나옵니다. 이건 비단 블루투스 이어폰의 문제만이라고 볼 수는 없는게 유선 이어폰도 오픈형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젠하이져만해도 클래식 스트리트 라인 MX 시리즈의 하위 모델 정도만 오픈형으로 나오고 있는 정도입니다.

인이어 타입의 블루투스 이어폰도 한번 써봤지만 도저히 착용감이 적응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오픈형은 필수였지요. 이어팟 타입의 블루투스 헤드셋도 종종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산인 경우가 많아 음질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결국 자연스럽게 이어폰 교환이 가능한 블루투스 리시버 타입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더군요. 가격과 디자인, 성능을 고려해봤을 때 소니의 sbh20이 가장 최신 제품이면서 가격도 적당히 저렴하여(오픈마켓 기준 3만원대)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싸이언에서 만든 국내 최초의 블루투스 리모컨 LP3900 이후로 두번째 블루투스 이어폰도 결국 리시버 타입으로 쓰게 되네요.

sbh20의 패키징은 상당히 단촐하면서도 명확합니다. 제품의 전면과 함께 어떤 악세사리가 들어있는지 다 보여주는 패키징입니다. 인터넷 개봉기에는 비대칭 형태의 이상한 박스도 있던데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디자인이 바뀐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패키징이 엉성합니다. 항상 애플의 단단한 패키징을 보다가 이렇게 종이로 만든 엉성한 패키징을 보니 신선하네요. 게다가 종이가 매우 약해서 잘못 뜯다보면 쉽게 찢어지기도 합니다. 반품율과 중고 판매율을 낮추기 위한 소니의 전략이 틀림없습니다.(틀려)

구성품은 패키징 전면에 보이는 것처럼 번들 이어폰과 이어캡, 그리고 본체가 들어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번들 이어폰도 인이어 이어폰이지만 어차피 쓰지 않을 것이기 땜에 상관은 없습니다.

번들 이어폰은 박스와 함께 보관하고 본체만 꺼냈습니다. 여러모로 아이팟 나노나 셔플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입니다. 사진상으로는 전혀 안보이는데 전면에 재생/다음곡/이전곡 등 컨트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품에 음각으로 각인만 되어있어서 실제로도 거의 보이지 않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제품 뒤에는 이렇게 소니라는 글자가 새겨진 클립이 있습니다. 솔직히 왜 집게가 아니라 클립으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팟 셔플처럼 집게가 달려있었다면 효용도가 10배는 더 올라갔을 것 같은데 말이죠. 클립은 금속이라 매우 단단합니다. 워낙 단단해서 옷에 끼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어팟과 결합한 모습. 지금까지 써온 이어폰 중 이어팟이 제 귀에는 제일 잘 맞아서 블루투스로 옮겨와서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습니다. 때로 블투 리시버 중에 이어팟과 호환이 잘 안되는 제품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제품은 잘 되네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어팟에 있는 리모컨과 마이크는 동작하지 않습니다.

이 제품은 NFC가 달려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NF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에는 그냥 갖다 대기만해도 자동으로 페어링이 됩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가장 귀찮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페어링이라는 점에서 볼 때 큰 장점이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이런 형태의 NFC를 전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무용지물입니다.

음질은 생각보다 놀랐습니다. 제가 막귀라곤 해도 아이폰에 직접 연결해서 듣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어폰은 APT-X를 지원하는 제품도 아니고 AAC가 지원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약간 음의 깊이(?)가 얕아지는 등의 열화는 있었지만 사실 밖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차이입니다. 물론 연결한 이어팟의 음질이 훌륭한 덕분도 있곘지만 말이죠. 사실 대부분의 블루투스 이어폰은 APT-X 지원이나 블루투스 버전보다 바로 이어폰 자체가 얼마나 잘 만들어져있냐가 음질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블루투스 이어폰의 가격도 천차 만별이죠. 이어폰 교환이 가능한 블루투스 리시버들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장점이 있습니다.

블루투스 리시버 타입의 가장 큰 장점은 이어폰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가장 큰 단점은 그로 인해 선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사실 연결 부분에 이어폰 선 때문에 진정한 무선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쓸거면 블루투스를 왜 쓰냐는 사람도 많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이어폰이라고해도 무선의 편의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겉옷 안주머니 안에 넣어놓고 있으면 선에 구애를 받지 않고 아이폰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폰을 쓰다가 아이패드로 바꿀 때도 이어폰을 다시 꽂을 필요 없이 바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멀티 포인트 페어링이 되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쓰다가 아이폰에 전화가 와도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물론 아이폰에 전화가 오면 아이패드에도 같이 오기 때문에 상관은 없지만..) 무엇보다, 길 가다가 다른 사람의 손이나 가방 등에 이어폰 줄이 걸려서 스마트폰이 낙하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선이 존재한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선이 일단 존재하기 때문에 선을 정리하는게 좀 거추장스럽습니다. -_- 또한 블루투스 본체에 마이크가 있기 때문에 통화할 때는 주머니에 넣어놓는다든지 할 수 없습니다. 이어팟의 리모컨과 마이크 기능만 지원했어도 상당히 편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아마 아이폰7에 이어폰 단자가 없어진다면 이어팟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리시버도 분명히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무선 이어폰은 확실히 편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확실히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무선 이어폰은 이런 형태의 제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가격이 좀 많이 비싼편인데다 역시 인이어로 되어있어서 일단 이 sbh-20을 쓰다가 다른 형태의 제품이 나오면 그 제품을 사게 될 것 같습니다.

덧. 아이폰7과 같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에어팟(무선 이어팟)은 올해는 나오지 않을거라는 루머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생산 계획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근거입니다. 개인적으로 애플이 만드는 무선 이어폰을 보고 싶었는데 무척 아쉽습니다 🙁

덧2. 소니 제품을 개인적으로 사서 써본건 이번이 처음인데 디자인이 뭔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게 마음에 들지만 사용성이나 마무리가 좋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네요.

덧3. 배터리 시간을 언급하지 않았네요. 거의 연속 재생 시간은 5시간 ~ 6시간 정도이고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인 것 같습니다. 블루투스 3.0 제품에서 이 정도는 그래도 준수한 성능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