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아이패드 프로 4세대를 출시하면서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사용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컴퓨터라고 우기는(?) 것은 이번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할 때마다 주장하는 것이죠. 마당에서 꼬마가 아이패드를 쓰면서 “컴퓨터가 뭔데요?”라고 물어보는 광고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애플은 우리에게 “니네가 몰라서 그렇지 이거 컴퓨터거든?”이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이패드 프로는 넷플릭스 머신이거나 유투브 머신일겁니다. 좋다고 해서 애플 펜슬부터 매직키보드까지 비싼 악세사리를 풀 셋으로 구매했지만 대체 이걸로 뭘해야하는 건지 막막하죠. 우린 PC, 그것도 윈도우를 너무 오랫동안 써왔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제대로 쓰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감이 안잡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아이패드 프로로 생산적인 일만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는 컨텐츠 소비 기기로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기기라 그저 넷플릭스를 보기만해도 훌륭하죠. 하지만 기왕 “프로”란 이름이 붙은 기기를 산 만큼, 아이패드로 뭔가 생산적인 것들을 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아이패드 프로를 좀 더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앱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각 앱의 이름을 클릭하시면 앱을 설치하실 수 있습니다.
활자중독인 당신에게
NetNewsWire+ Feedly
Feedly와 NetNewsWire는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처럼 정기적으로 컨텐츠가 올라오는 모든 컨텐츠를 하나의 앱으로 볼 수 있는 앱입니다.(네이버 블로그는 제외..) 굳이 포털 뉴스에 접속하지 않아도 쉽게 뉴스를 가져오고 볼 수 있는 앱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구글 뉴스나 애플 뉴스 같은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포털 서비스에서 큐레이션한 뉴스가 아니라 사용자가 구독하고 싶은걸 선택할 수 있는 RSS 기반 뉴스리더 앱입니다.
RSS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RSS는 쉽게 말하면 뉴스를 구독하는 서비스 또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RSS는 블로그 전성기 때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안쓰이죠. 하지만 아직도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가 하나 있는데 바로 팟캐스트입니다. 팟캐스트를 생각해보면 내가 구독하는 팟캐스트에 방송이 새로 올라오면 방송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해서 들을 수 있죠. 팟캐스트는 기술적으로 RSS와 mp3를 결합한 개념입니다. 아이팟 시절 라디오 기능이 없는 아이팟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애플에서 고안한 개념이었죠.(팟캐스트라는 이름도 아이팟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Feedly는 한 때 가장 큰 RSS 서비스였던 Google Reader가 서비스를 종료한 후 가장 먼저 대두된 RSS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구글리더와 동일하게 여러 기기에서 RSS를 동기화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게 장점입니다. Feedly를 설치해서 가입해보면 처음엔 아무 기사도 안나오는데, 검색을 통해 원하는 RSS를 찾아 + 버튼을 누르면 RSS를 쉽게 구독할 수 있습니다.
Feedly만 쓰셔도 RSS를 충분히 쓰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블로그는 RSS 프로그램만으로는 전체 기사를 가져올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RSS에는 일부 정보만 있는 경우가 있죠. 이런 경우는 기사를 보려면 결국 앱을 나가서 사이트에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앱 자체에서 전체 기사를 보고 싶다면 좀 더 강력한 RSS 앱인 NetNewsWire 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NetNewsWire는 오픈소스 RSS 리더 앱으로 현재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NetNewsWire 앱을 설치하신 다음 설정 > Add Account 를 클릭하여 Feedly 계정을 연결해줍니다. Feedly 계정이 성공적으로 연결되었다면 Feedly에서 구독한 사이트와 기사들이 자동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일부만 나오는 RSS 기사 하나를 클릭한 다음 아래 문서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합니다. 이렇게하면 NetNewsWire가 기사를 자동으로 가져와 읽기 모드로 뿌려줍니다.
이런 방식으로 NetNewsWire는 기사 전체가 나오지 않는 RSS라고 해도 전체 기사를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설정을 통해 아예 특정 사이트의 기사는 무조건 ‘읽기 모드’로 실행시킬 수도 있습니다. NetNewsWire는 이런 읽기모드 뿐 아니라 여러가지 강력한 기능을 많이 갖고 있는 앱이라 Feedly가 뭔가 아쉬운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앱, 특히 NetNewsWire는 매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챙겨봐야하는 모든 기사와 컨텐츠를 저 두 앱으로 모두 해결하고 있죠. 인터넷 상에서 올라오는 뭔가를 읽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Pocket은 처음에 들었을 땐 뭐하는 앱인지 잘 안와닿지만, 바뀌기 전의 이름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Pocket의 원래 이름은 Read-it-Later였습니다. 이름에서 확 느낌이 오죠? Pocket, 구 Read-it-Later는 이름 그대로 나중에 읽을 컨텐츠를 저장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곳은 너무나 많은 정보가 쌓여있고 또 흘러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가는 곳이나 좋은 정보가 있는 컨텐츠는 즐겨찾기를 통해 나중에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저장해놓습니다. 만약 즐겨찾기가 없었다면 우린 인터넷 상에서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많은 길을 돌아가느라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때론 즐겨찾기에 두긴 너무 소소하고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정보들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귀여운 강아지 사진이나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기사 등은 나중에 또 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즐겨찾기에 두자니 뭔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 것 같고 그렇죠. 그렇게 즐겨찾기엔 두긴 그렇고 나중에 또 보고 싶은 것들을 저장하기 위한 서비스가 Pocket입니다.
Pocket은 컨텐츠를 저장해두면 사파리나 NetNewsWire의 읽기 모드처럼 컨텐츠를 따로 긁어와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저장해둔 컨텐츠가 텍스트 기반이라면 굳이 사이트를 다시 불러올 필요 없이 보기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긁어올 수 있는 컨텐츠는 기기에 자동으로 다운로드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도 컨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긁어올 수 없는 페이지의 경우에는 웹으로 바로 연결해버립니다.
Pocket의 또 하나의 특징은 TTS 기능인데요, 만약 저장한 컨텐츠가 텍스트 기반이라면 헤드셋 버튼을 눌러 TTS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습니다. Pocket의 한국어 TTS는 이상하게도(?) 기대 이상인데요, 자연어 처리된 최근의 한국어 시리보다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긴 문장을 읽는데 최적화 되어있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마치 오디오 북을 듣는 것 같죠. 제 경우 TTS 기능은 아이패드보다 아이폰에서 많이 사용하는데요, TTS를 실행시켜놓으면 출퇴근 길에 마치 오디오북을 듣는 기분으로 굳이 아이폰 스크린을 보지 않고도 기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파일관리가 필요한 당신에게
Documents by Readdle
아이패드는 사실 태생부터 파일 관리자가 없는 장치였습니다. 운영체제 자체가 아이폰에서 출발했고 아이폰은 파일 관리가 필요 업는 컨셉으로 설계 되었죠. 이런 방식은 맥OS에 있는 아이튠즈부터 내려오는 설계 방식인데, 아이튠즈를 보면 파일은 아이튠즈가 따로 관리하고 사용자는 라이브러리로 정리된 음악들을 감상만하면 됩니다. iPadOS도 아이튠즈처럼 파일 관리는 운영체제가 알아서 하고 사용자는 그저 사용한다(Just Works)는 컨셉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아직도 많은 작업을 파일 기반으로 합니다. 문서를 정리할 때도 폴더별로 정리하고, 거래처에 메일을 보낼 때도 파일을 첨부해서 보냅니다. 소비적인 작업이라면 모를까 생산적인 일에서는 아직 파일 관리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애플도 그래서 그동안의 전통을 깨고 iOS11부터 “파일”이라는 기본 파일 브라우저 앱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도 ‘프로’인만큼 생산적인 작업을 할 때 이 ‘파일’ 앱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iPadOS 13부터는 공유 폴더와 외부 저장장치 연결도 지원하면서 훨씬 활용도가 높아졌죠. 그런데 이 ‘파일’앱은 아직 좀 불안정한 느낌입니다. 일단 네트워크 공유 폴더도 SMB만 지원하고 있고, 정식으로 지원되는 SMB나 USB 저장 장치에서도 읽고 쓰기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폴더를 만들면 두개가 동시에 생기거나 삭제가 안되거나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추가된지 얼마 안된 기능이라 그런지 애플 답지 않게 안정성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 ‘Documents by Readdle’라는 별도의 앱을 ‘파일’ 앱과 병행해서 사용합니다. Documents by Readdle은 ‘파일’ 앱에서 부족한 부분을 매꿔주는 파일 관리자 앱입니다. 물론 외부 앱인만큼 USB 저장장치에 접근은 불가하지만 그 외 나머지 작업은 파일 앱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무엇보다 Documents by Readdle 의 장점은 다양한 외부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Documents by Readdle은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와 네트워크 장치를 지원합니다. 클라우드는 기본 “파일”앱도 비슷하게 지원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앱이 설치되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Documents by Readdle 은 추가적으로 별도 앱 설치 없이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바로 연동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네트워크 장치에 대한 지원이 다양해서 선호하는 앱입니다. 기본 ‘파일’ 앱은 윈도우 공유 폴더(SMB)만 지원하지만 Documents by Readdle은 SMB 뿐 아니라 FTP와 WebDav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 NAS를 사용하신다면 외부 접근 때문에 SMB 보다는 WebDAV나 FTP를 주로 사용하실 것 같은데요, 저 두 프로토콜을 사용한다면 Documents by Readdle 가 가장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원래 이 앱은 PDF 리더 앱이 시초였습니다. PDF 리더 앱에 이런저런 파일 관리 앱을 붙이다가 아예 파일 관리자로 발전한 케이스인데요, 그만큼 PDF 지원이 꽤 강력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PDF로 만들거나 존재하는 PDF를 서로 병합하는 등 PDF 관리 기능이 특히 강합니다. 기본 파일 앱에서도 어느정도 가능하긴 하지만 “단축어”앱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줘야하죠.
만약 파일 관리를 자주하신다면(특히 NAS를 쓰신다면) Documents by Readdle은 ‘파일’앱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최고의 선택일 것 같습니다. 또 PDF 관리가 필요한 직업이라면 PDF 병합, 분리 등 기본적인 관리 기능에 더해 Add-on(유료)도 많이 제공하고 있어서 특히 추천드립니다.
사진 보정이 필요한 당신에게
Pixelmator / Pixelmator Photo
Pixelmator는 맥에서 상당히 유명한 앱입니다. 포토샵과 비슷한 인터페이스(창들이 통합되어있지 않고 각각 따로 논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론 김프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만)에 맥OS의 인터페이스 특징을 잘 가미한 앱입니다. 뭔가 그래픽, 사진 작업에 특화되어있는 이미지가 있는 맥OS지만 그래서 그런지 중급 사용자를 위한 그래픽 툴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픽셀메이터는 맥OS에서 딱 중급 포지션의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툴입니다. 매우 쉽고 저렴하게 포토샵의 고급 효과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습니다.
Pixelmator 아이패드 버전도 맥 버전과 비슷한 포지션을 노리고 만들어진 앱입니다. 사진 보정 뿐 아니라 일러스트나 그래픽 작업에도 사용할 수 있는, 포토샵의 중급자용 버전 같은 느낌입니다. 각 운영체제에 따라가는 특성에 맞게 Pixelmator 아이패드 버전은 iWorks(Pages / Keynote / Numbers)의 아이패드 버전 인터페이스처럼 설계되어있어서 아이패드에서 Pages / Keynote 등을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쉽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Pixelmator는 맥용 Pixelmator의 기능을 거의 그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보정 뿐 아니라 일러스트, 그래픽 작업 등 포토샵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다 커버할 수 있는 앱입니다.
Pixelmator Photo는 Pixelmator에서 사진 보정에 특화된 기능만 본격적으로 전문화시킨 앱입니다. 만약 사진 보정만이 목적이라면 Pixelmator Photo가 더 적합합니다. Pixelmator Photo는 장면에 따라 사진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머신러닝 보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서 Pixelmator보다 좀 더 손쉽게 사진을 보정할 수 있습니다. 기왕이면 Pixelmator 앱에 기능을 추가해주면 좋을텐데 굳이 분리해놓은걸 보면 역시 상술이겠죠?
두 개 앱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게 가장 현명할 것 같은데요, Pixelmator는 사진 보정, 일러스트, 그래픽 작업 등 좀 더 범용적인 목적에 걸맞고, Pixelmator Photo는 보다 전문적인 사진 보정이 필요할 때 더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사진 보정을 하기 때문에 Pixelmator Photo가 좀 더 사용 패턴에 맞는 것 같습니다.
Pixelmator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에서 원하지 않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지워주는 ‘복원’ 기능인데요, 이 기능은 Pixelmator와 Pixelmator Photo 둘 다 탑재되어있습니다. 아래 스크린샷은 Pixelmator Photo 기준으로 찍은 것이지만 Pixelmator에서도 기본적인 사용 방법은 동일합니다.
이 사진은 배경이 복잡해서 자세히보면 살짝 어색한 부분이 보이는데 배경이 패턴이 반복되거나 단색에 가까운 경우는 보다 완벽하게 지워줍니다. 다른 툴에서도 이런 작업이 가능하긴 하지만 훨씬 복잡하죠. 이 기능 외에도 사진을 선택하면 해당 사진과 비슷한 분위기로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ML툴이라든지 좀 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많이 있습니다.
Pixelmator 시리즈는 아쉽게도 유료앱이지만 포토샵이 구독제로 변한 지금의 세태로 봤을 때 1회성 구매(5,900원)만 하면 되기 때문에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Pixelmator와 Pixelmator Photo 둘 다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두 앱이 중복되는 기능도 상당히 있기 때문에 목적에 맞게 하나만 구입하시는걸 추천합니다.
문서 작업이 필요한 당신에게
Pages / Keynote / Numbers
맥이나 아이패드에서 문서 작업을 할 때 가장 좋은 툴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전 망설이지 않고 MS오피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한 때는 저도 윈도 생태계 바깥에서 생활하면서 MS 오피스 없는 삶을 꿈꿨지만 결국 완벽하게 대체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MS오피스의 기능이 훌륭한 것도 있겠지만 세상에 통용되는 모든 문서들이 MS 오피스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만 쓸 목적으로 문서를 작성하는게 아니라면 MS 오피스는 반드시 필수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ages / Keynote / Numbers 같은 iWorks 시리즈를 이 문서에 추천하는 이유는 문서 작업을 할 때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출력만을 위한 문서거나, 맥 환경에서만 유통하거나, 아예 노트북을 들고 가서 발표할 수 있는 경우)에는 MS 오피스 대신 고려할만한 충분한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무료라는 점이죠.
물론 MS오피스도 배우기가 쉽지 않은데 Pages / Keynote / Numbers는 처음부터 새로 익혀야하니 그 부담감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Pages / Keynote / Numbers가 갖는 의미는 애플 제품에 최적화된 무료 오피스 스위트라는데 의의가 있죠. 맥 MS오피스와 아이패드 MS오피스도 잘 만든 앱이지만 Pages / Keynote / Numbers의 최적화와 성능에 비하면 많이 아쉽습니다. Pages / Keynote / Numbers는 애플이 만드는만큼 OS의 최신 기능도 가장 먼저 도입되고 하드웨어에도 가장 잘 최적화된 느낌입니다.
또한 Pages / Keynote / Numbers는 MS 오피스와 지향점이 살짝 달라서 익혀두면 상당히 좋은 툴입니다. 오픈오피스, 폴라리스 오피스 등 ‘대안’ 오피스 스위트들은 대부분 MS 오피스를 흉내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지만 Pages / Keynote / Numbers 는 각 소프트웨어의 목적부터가 MS오피스와 약간 다르고 그 차이점이 유의미한 영역을 만들어냅니다.
MS 오피스의 Word에 해당하는 Pages는 분명 워드프로세서지만 MS 워드에 비하면 일반적인 문서 작업보다 출판물에 좀 더 적합합니다. 빈 문서부터 시작하는 MS워드에 비해 Pages는 시작부터 원하는 양식을 선택해서 잘 짜여진 템플릿 같은 문서에서 편집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보니 MS워드보다 좀 더 디자인 적으로 이쁘고 잘 짜여진 문서를 만들기에 좋습니다. 물론 서식을 좀 더 자유롭게 편집하려고 하면 지옥도가 펼쳐지긴 하지만요.
애플은 Pages를 출판물 소프트웨어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증거로 최근 애플은 iBooks Author라는 앱의 지원을 중단하고, Pages에 EPUB(전자책 파일 형식)으로 저장하는 기능을 추가했죠.
Keynote는 아마 셋 중 가장 유명한 앱일텐데요, MS 오피스의 Powerpoint에 해당하는 발표물 제작툴입니다. 이쪽도 지향점이 MS오피스와 약간 다른데, 일단 Powerpoint는 발표 자료이기도 하지만 유인물로도 쓰는 문서에 적합합니다. 예를 들자면 강의자료 같은거죠. 슬라이드 출력물로 교재를 대신하는 교수님도 많이 계시죠.
그에 비해 Keynote는 발표와 시각효과를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래 스티브 잡스가 발표할 때 사용할 소프트웨어로 만들었다고도 하죠. 애플 키노트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시각 효과가 Keynote에 탑재 되어있습니다. Powerpoint보다 인상적인 발표 자료를 만들고자 한다면 키노트가 훨씬 좋습니다.(물론 발표장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전제에 한해서 말이죠.) 키노트는 파워포인트와 별개로 익혀둘만한 가치가 있는 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Numbers는 MS 오피스의 Excel에 해당하는 툴인데 워낙 Excel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Numbers는 한참 모자라 보입니다. Excel과 Numbers는 아까 소개했던 두 앱에 비해서 목적이 극과 극으로 다릅니다. Excel은 단순한 표 만드는 도구로 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개발자를 위한 미니 DB 성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량 연산도 가능하고 데이터 분석도 어느정도 가능하죠.
그에 비해 Numbers는 말그대로 표를 만들기 위한 도구에 좀 더 가깝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사용할 수는 없지만 Excel보다 훨씬 이쁜 표를 만들기가 쉽습니다. 함수도 MS 오피스에서 지원하는 정도의 함수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A3, D4 같은 스프레드 시트 데이터가 사용되는 대신 “소비금액:6월” 같이 일반적인 사용자가 알기 쉬운 언어로 계산식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A3:D4 같은 좌표가 아니라 좀 더 직관적인 언어로 계산식이 나오는 Numbers
한마디로 고급 Excel 사용자에게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라이트한 사용에서는 Excel보다 사용성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전반적으로 Pages / Keynote / Numbers는 MS오피스보다 디자인 적으로 더 좋은 문서를 만들기에 적합한 특징을 갖고 있군요. 그래서 특정 사용자들은 MS 오피스 대신 Keynote나 Pages 사용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환성은 물론 떨어지지만, 출판물로 활용하거나 시각 효과가 뛰어난 발표 자료를 만드는데는 MS오피스보다 뛰어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 제품을 사면) 무료이고 말이죠. 본격적으로 오피스 365를 구독하시기 전에 한번씩 시도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산돌구름
문서 작업시 적절한 폰트 사용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아이패드의 경우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한글 폰트가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추가 폰트 설치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iPadOS 13 이전까지는 별도의 폰트 매니저 앱을 통해 프로필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폰트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프로필 설치는 가능은 하지만 이래저래 권한 등의 문제가 있어서 간단하진 않습니다. 또 앱마다 매번 설치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 좀 불안정합니다.
iPadOS 13부터는 운영체제에 기본적으로 폰트 관리자가 탑재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프로필 설치 없이 폰트 설치가 가능할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폰트를 설치하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TTF 파일을 받아서 실행 시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나중에 알고보니 애플은 특정 앱을 통해서만 폰트 설치가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습니다. 즉 사용자가 폰트 파일을 통해 직접 설치하는 것은 막아놓은 것이죠.(라이선스 문제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면 iPadOS 13에서 추가된 폰트 관리자 기능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요? 국내에서는 한글 폰트로 유명한 산돌 커뮤니케이션에서 만든 ‘산돌구름’이라는 앱을 사용하면 됩니다. 산돌구름 앱은 원래 맥이랑 윈도에서 작업시 복잡한 폰트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클라우드 폰트 설치 서비스입니다. 일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특정 폰트에 대한 사용권과 함께 폰트도 자동으로 설치해주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산돌 구름앱은 iPadOS 13의 폰트 관리자 기능을 정식으로 지원하는 앱입니다. 가입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산돌 구름을 통해 복잡하고 불안정한 방식 없이 쉽게 폰트를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산돌구름 요금제는 유료지만 무료 계정으로도 그동안 산돌에서 제작한 많은 무료 폰트들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나눔고딕, 서울한강체, 배달의민족 한나체 등 무료로 공개된 폰트들도 상당히 많아서 무료 계정으로도 충분히 사용할만합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앱을 실행하고 로그인 한 뒤, 마음에 드는 폰트를 설치하기 버튼을 눌러서 설치하면 됩니다. 설치 버튼을 누르면 폰트를 설치하겠냐는 확인 창이 나오는데, 확인 창은 한번만 나오기 때문에 이후에는 마음에 드는 폰트를 클릭만 하면 바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치된 폰트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시스템 폰트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생산성 앱에서 컨텐츠를 제작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Pages, Keynote, Numbers, Pixelmator 뿐 아니라 MS오피스, 포토샵, iMovie, Lumafusion 등 아이패드에서 지원하는 거의 모든 생산성 앱에서 폰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료 계정으로 설치할 수 있는 폰트들은 라이선스 문제도 없기 때문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료 폰트가 필요할 경우 요금제에 가입해서 사용하면 되겠죠.
다만 산돌 구름 앱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산돌 구름 앱을 통해 설치한 폰트들은 앱을 지우거나, 산돌 구름 앱에서 로그아웃하면 설치한 폰트들이 다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버그로 로그아웃이 되버려서 갑자기 폰트들이 전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땐 로그인한 다음 폰트를 다시 설치해줘야 합니다. 요즘은 문제가 수정되었는지 로그아웃이 되는 경우는 없었는데, 그래도 아직까진 좀 불안합니다. 그래서 미리 다 설치해서 쓰시는 것보단 필요할 때 필요한 폰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쓰시는걸 더 추천드립니다.
현재로서는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쉬운 폰트 설치 방법은 산돌 구름 앱을 통해 설치하는 것이지만 좀 더 안정적이고 쉬운 폰트 설치 방법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필이나 앱을 통해 설치하는 것 말고 사용자가 쉽게 폰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열어주면 제일 좋을텐데.. 사용자를 믿지 않고 통제하는 애플이 쉽게 열어줄 것 같진 않군요 🙁
마무리
지금까지 아이패드 프로에서 사용하면 좋을 앱들을 추천해보았습니다. 이번 앱 목록은 상당히 개인적인 추천 목록인데요, 전부 제 아이패드 프로의 Dock이나 첫번째 화면에 있는 앱들입니다. 일반적인 아이패드 프로 앱 추천 글들에서 많이 추천하는 Precreate나 Notability 같은 드로잉 앱, 노트 앱들은 일부러 제외하였습니다. 워낙 아이패드하면 떠오를 정도로 많이 추천된 앱들이고 저 개인적으로는 거의 안쓰고 있는 앱들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생산성이 아니라 소비성으로 사용하면 좋을 앱들도 추려보면 좋을 것 같네요.
혹시 이 목록에 소개드린 앱 외에도 추천하고 싶으신 앱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저와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께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