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위터가 연일 뉴스에 오르 내리고 있습니다. 트위터가 뉴스를 전달하는 수단이 된 적은 많았지만 트위터 자체가 이렇게 뉴스거리가 많이 되는건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일론 머스크가 있습니다. 현실판 토니 스타크, 천재적인 두뇌, 테슬라와 스페이스 X의 소유주인 그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트위터를 사겠다고 하면서 시작된 일이죠.
트위터 인수 과정도 사실 평탄하지 않게 진행되었습니다. 머스크가 변덕을 부리면서 갑자기 안사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법적 공방전까지 일어났죠. 다시 변덕을 부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게 되면서 트위터는 머스크의 소유의 기업이 되었고 상장 폐지 되어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한건 주주나 이사회 없이 한 마디로 내 맘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머스크가 싱크대를 들고 트위터에 나타난 날부터 트위터에는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와 악몽 같은 나날들이 예고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기술언론에서는 매일 트위터에서 머스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뉴스가 되고 있죠.
머스크가 트위터에 저지르는 만행들도 가지가지입니다. 일단 전 세계에 걸쳐 트위터 직원 절반 정도 자르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선언했던 재택근무 방침을 철회하고 사무실 근무를 강제하고 있고, 자기 뜻에 반발하는 직원들도 막무가내로 자르고 있습니다.
또한 트위터 블루 구독과 인증 마크를 무리하게 결합했다가 사칭 계정이 범람하는 꼴을 당하며 철회했고, 필수 인력을 잘랐다가 뒤늦게 다시 불러오기도 했으며, 이런저런 해프닝으로 광고주들은 계약을 해지하고 있고, 미국 우익들은 트럼프의 계정을 부활 시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지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입니다. 너무 많아서 정리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머스크는 트위터로 중요한 경영 지침을 떠들고 직원을 자르는 등 즉흥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머스크는 왜 그러는걸까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한 규칙이 없어 보이는 행동에는 어쩌면 이유와 패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하려고 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게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딱 두가지입니다.
"나갈 돈은 줄인다."
"트위터를 구독제로 전환한다."
“나갈 돈은 줄인다.”
먼저 비용적인 측면입니다. 트위터는 사실 아무리 일론 머스크라고 해도 개인이 섣불리 사기에는 너무 큰 기업이었습니다. 빅 테크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글로벌 서비스였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니까요.
일단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테슬라의 주식을 매각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지만 빚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46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57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리고 그 중 125억 달러는 테슬라를 담보로 빚을 낸 상태이고, 트위터도 대출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래저래 합해보면 연 이자만 10억 달러, 약 1조원 정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트위터는 계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실적이 좋았던 2021년 3분기만해도 12억 달러의 총 매출을 기록했는데, 가장 잘 나갈 때의 “매출액”(순익 아님)이 트위터와 머스크가 부담해야하는 연이자에 맞먹습니다. 머스크가 다급해질만한 상태인거죠.
보통 IT 회사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용은 인건비입니다. 그리고 트위터의 직원 수는 7,500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상태였죠. 머스크가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에 손을 대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머스크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고, 자기 말에 반박하거나, 자기와 뜻을 같이 하지 않거나 하는 갖가지 이유로 직원을 자르고 있습니다. 고용이 유연한 편인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조차 직원을 해고하기 전 60일 전에는 통보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그것조차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잘라내고 있습니다.
어찌나 마구잡이인지 핵심 인력까지 잘랐다가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니 다시 돌아와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이는 직원을 해고하기 위한 기준이나 평가 과정도 없이 그냥 타노스 손가락 마냥 랜덤하게 자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머스크가 칼춤을 추고 있는 이유는 머스크는 트위터가 서비스에 비해 너무 인건비가 많이 나간다고 평가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트위터는 광고 외에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도 아니었습니다. 거의 계속 잠재력만 평가되고 있는 서비스였죠. 한마디로 잠재력으로 여기까지 온겁니다.
머스크의 칼춤으로 직원 절반이 잘리자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는 “최근의 사태는 트위터가 너무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고 이는 모두 내 책임이다”라고 했습니다. 잭 도시조차 트위터가 너무 급격하게 방만해졌다고 생각했다는거죠.
이렇게 생각하니 머스크가 괜히 직원들을 자르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죠?
“트위터를 구독제로 전환한다.”
앞으로 테크 업계를 비롯해 많은 산업에 혹독한 겨울이 불어 닥칠 겁니다. 거시 경제의 차원에서 보면, 최근 미국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0.5%만 올려도 엄청난 영향이 있는데, 0.75% 씩 거의 매 분기마다 올리고 2023년 이후에도 계속 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저축이 높아지고, 투자는 얼어 붙게되고, 시장에는 돈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시장에 돈이 없으니 사람들도 돈을 쓰지 않습니다. 즉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전망 되고 있습니다.
물가도 높아졌고, 금리도 올라가니 사람들은 저축을 하게 되고 소비를 줄입니다. 이 상황에선 아무리 광고를 해도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광고주들도 광고 예산을 줄이기 시작할겁니다.
광고주들이 광고 예산을 줄이기 시작하면 광고 수익이 주 수입원인 회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미국의 테크 기업 중 광고로 먹고 사는 대표적인 회사가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죠. 아마 이 회사들은 앞으로 다가올 겨울이 더욱 혹독해질 겁니다.
광고 외에 다른 수익원이 있는 회사들은 그나마 좀 낫습니다. 아마존은 돈이 모이는 대형 커머스와 AWS를 갖고 있고, 애플은 B2C 시장에서 강력한 하드웨어를 팔고 있습니다.(애플 온라인 스토어는 애플 제품만 파는데도 미국 내 3위의 온라인 커머스입니다.) 넷플릭스도 월 구독자라는 고정 수익원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광고에 의존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은 점점 움직임이 다급해지고 있습니다. 앞의 회사들은 제품이 경쟁력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은 광고주가 떠나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래서 구글은 계속 쇼피파이 같은 업체와 제휴하며 계속 커머스 시장을 두드리고 있고, 페이스북은 회사 이름까지 바꿔가며 메타버스와 가상현실 기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광고 외에 다른 살 길을 찾기 위한 발버둥입니다.
머스크도 같은 시각으로 트위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처럼 광고에만 의존하기에는 앞으로 너무 불확실성이 큰 거죠. 그리고 머스크는 여러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 중에 광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는 하나도 없습니다. 테슬라는 광고를 운영하지 않죠. 스타링크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머스크는 광고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머스크의 제 1 목표는 트위터에서 구독 서비스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모든 사용자에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의 모든 사용자를 구독 서비스에 넣으려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어서 실제로 시도까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머스크와 트위터는 다급합니다.
결국 머스크는 최근 기존 트위터의 구독 서비스였던 트위터 블루를 확장하여 월 8달러에 공인된 유명인이나 공식 브랜드에만 붙던 “인증 마크”를 월 8달러만 내면 계정에 붙여주는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인수하자마자 담당자에게 일주일 안에 완성하지 않으면 자르겠다고 해고 협박까지 하면서 급하게 내놓은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8달러만 내면 누구든지 인증 마크를 달게 되자 사칭하는 계정이 늘어났습니다. 유명 정치인을 사칭해서 욕설을 하거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유명인을 사칭하기도 하고,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를 사칭해서 “오늘부터 인슐린이 모두 무료다”라는 거짓 뉴스를 올리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결국 머스크는 트위터 블루 구독 서비스는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아마 트위터를 구독 서비스로 만들거나 혹은 다른 수익원을 찾으려는 시도는 계속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머스크는 잘하고 있는거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머스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머스크를 지지하시는 분들은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이시겠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다. 경영의 기본이고, 어쩌면 트위터에게 그동안 필요했던 조치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조치를 이렇게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전 세계에 일론 머스크 하나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머스크는 잘하고 있는거네요. 아뇨. 단호하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는 전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은 충분한 시간이 걸리고 충분한 비용이 들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일견 간단해보이는 기능이라도 개발하면 끝이 아닙니다. 그걸 테스트하고, 또 트위터 같은 서비스라면 사회에 끼칠 영향도 평가하고 협의하는 과정도 있어야 합니다.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진중하게 기다려도 모자를 판인데, 머스크와 트위터는 시간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추진하기엔 너무 급하고 절박합니다.
게다가 머스크는 트위터 정도의 대형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페이팔의 전신을 만들기도 했고, 여러 소프트웨어 기반의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트위터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전기 자동차를 만들거나 우주선을 만드는 일보다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훨씬 쉬워보이겠죠. 개발자만 닥달하면 금방 만들 수 있는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서비스의 영향력이라는건 쉽지 않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라는 것은 어쩌면 전기 자동차나 우주선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든 변경 사항이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면 충분한 개발 기간과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고, 또한 사회적 합의와 글로벌 기업이라면 각 나라의 규제 준수까지 해야합니다. 트위터 정도의 규모를 가진 서비스라면 실로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러한 서비스 비즈니스의 “일”을 상당히 깔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2주 동안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머스크는 광고 기반의 비즈니스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창업자가 이상한 짓을 하고 코인으로 장난을 해도, 테슬라는 괜찮았습니다. 제품이 좋으니까요. 트위터를 소유한 사람이 법까지 무시해가며 직원 절반을 대량 해고하고, 직원들과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논쟁한 직원 역시 자르고, 사칭 계정을 무더기로 만들어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일을 벌린다면? 광고주들은 트위터에 광고를 왜 해야하는지 묻기 시작할겁니다.
실제로 트위터의 광고주들은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을 우려해 트위터 광고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광고주들이 떠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트위터가 구독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면 괜찮을겁니다. 하지만 함정은 트위터는 아직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광고 기반의 회사라는 겁니다. 광고주들이 떠나면 트위터 매출이 감소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겁니다.(가뜩이나 이자 낼 돈도 없는데 말이죠.)
결국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하고 있는 일종의 “발악”은 일견 이해가 되고 필요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방식이 너무 엉망진창입니다. 아무리 옳은 의도라고 해도 절차와 방식이 잘못되면 그것은 잘못된 겁니다. 지금까지 여러 위기를 헤쳐온 트위터였지만, 결국 머스크의 이런 행위들로 인해 머스크의 연설처럼 이번엔 정말 트위터는 말라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