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인스턴트 핫스팟 vs 3G 블루투스 테더링 배터리 실험

통큰 에그 프로모션 이후로 에그를 쓴지 어느덧 4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KT의 최저 요금제(750MB)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이 에그 덕분이었다. 원래 계획은 통큰 에그 2년 후 가격이 많이 내려간 LTE로 온전히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LTE는 시간이 지나도 싸지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에그 약정을 2년 더 걸고 써야했다.

어차피 내 무선 데이터 사용을 커버하려면 통신사의 요금제로는 아무리 요금을 많이 올려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에그와 와이브로는 그동안 꽤 좋은 벗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제 쓰던 아이폰5를 알뜰폰 통신사로 옮기면서 핸드폰 요금이 반값이 되었다. 기존 요금제보다 세단계나 높여도 기존에 쓰던 LTE 최저 요금제보다 싸다. 드디어 바라는 LTE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무제한은 아니지만 무료 제공 용량만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제 와이브로와 이별할 때가 된 것이다.

와이브로는 다 좋은데 커버리지와 안정성, 지연율(응답 속도) 등에 문제가 있다. 서울에서는 문제가 적지만, 도시 밖으로 나가기만해도 수신이 되지 않는다. 같은 서울이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속도가 천차 만별이기도 하다. 더이상 통신사에서 추가 투자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커버리지가 확대되거나 수신율이 나아지길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LTE를 사용하면 이 문제가 없다. 속도 또한 와이브로보다는 많이 빠르다.

(잠깐 다른 이야기. 최근 하이브리드 에그라고 해서 LTE + 와이브로 에그가 나오고 있다지만 내가 보기엔 눈가리고 아웅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와이브로 지역에서는 와이브로를, 수신이 안되는 지역에서는 LTE를 쓴다고 하지만 LTE 속도가 와이브로 평균 속도로 고정되는 제한이 있다. 문제는 속도 제한이 아니라 지연율(핑)과 안정성인데, 와이브로의 지연율과 안정성은 LTE와 비교해서 많이 떨어진다. 이론 상 와이브로 수신이 되는 지역에서도 와이브로 속도로 LTE를 쓰는게 연결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LTE 에그를 출시하는게 나을텐데 굳이 그렇게해서라도 와이브로를 쓰게 하려는 노력과 LTE 데이터의 요금을 비싸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눈물난다.)

에그를 쓰지 않는다면 아이폰이야 LTE를 그대로 쓰면 되지만 문제는 데이터 연결이 안되어있는 아이패드와 맥북이다. 에그 덕분에 데이터 아까운 줄 모르고 밖에서도 잘 썼는데 이젠 이 녀석들을 Wifi가 없는 지역에서 쓰려면 핫스팟이나 테더링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핫스팟이나 테더링은 다 좋은데 스마트폰의 배터리에 치명적이다. 특히 LTE 통신 모듈만해도 배터리를 많이 잡아 먹기로 유명한데 그것을 Wifi로 외부 기기에 다시 전달해야하니 폰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욕인 작업이다. 핫스팟을 쓰다보면 스마트폰을 가득 충전해도 몇 시간만써도 배터리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르게 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Wifi 핫스팟 말고 블루투스 테더링이라는 선택지도 있는데, 중간에서 전달하는 Wifi의 역할을 블루투스가 대체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구조는 동일하다. 더불어 블루투스와 Wifi의 전력 소모량을 봤을 때 블루투스 쪽이 훨씬 전기를 덜 소모한다. 만약 핫스팟 때문에 배터리가 많이 닳는다면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옵션이다.

하지만 블루투스 테더링은 블루투스의 대역폭 한계로 느리다. 정말 느리다. 블루투스 4.0으로 넘어오면서 대역폭이 많이 넓어지고 빨라졌지만, 블루투스 4.0 기기끼리 통신할 때만 해당한다. 더욱 문제는 애플이 4.0 기기끼리의 통신이라고 해도 PAN 프로토콜(테더링할 때 사용함)의 블투 대역폭에 봉인을 걸어놨다. 이유는 아마 안정성이랑 Wifi 간섭 때문이겠지만.. 아마 애플의 모바일 기기로하는 블투 테더링은 다른 제조사의 블투 4.0 폰보다 더 느릴 것이다.

애플 기기를 갖고 있는 사용자라면 한가지 더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바로 인스턴트 핫스팟이다. 인스턴트 핫스팟은 아이폰을 건드리지 않고 아이패드나 맥북 등에서 바로 핫스팟 연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배터리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위해 운영체제단에서 백그라운드의 통신이나 브라우저가 실행되지 않을 때의 네트워킹 통신을 최대한 제한한다(고 애플에서 밝히고 있다.) 오랫동안 네트워크를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종료해주기까지 한다.

나는 시간이 많이 남는 잉여이므로, 내가 에그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위의 몇가지 대안을 놓고 배터리 시간에 대한 대충 실험을 하기로 했다. 적용 기기는 아이폰5이며, 출시 시기는 좀 지났지만 배터리 교체를 작년 12월에 받았으므로 사용 시간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실험은 다음 세가지 조건에서 시작했다.

실험 : 아이폰과 연결한 아이패드의 다음 TV팟 앱에서 동영상 스트리밍을 한시간동안 돌려봤을 때 아이폰의 배터리 감소량 측정

  1. LTE + Wifi(인스턴트 핫스팟 사용으로 인해 블투 활성화 상태임)
  2. LTE + Bluetooth 테더링(아이폰의 Wifi는 Off 상태)
  3. 3G + Bluetooth 테더링(아이폰의 Wifi는 Off 상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조건 1의 감소량 : 21%
  2. 조건 2의 감소량 : 19%
  3. 조건 3의 감소량 : 18%

놀랍게도 세 조건에서 모두 거의 비슷한 만큼의 배터리 감소가 있었다. 이정도라면 단순 산술 계산 상으로 아이폰에서 핫스팟 사용은 최대 5시간 정도는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Anandtech에서 측정한 아이폰5의 Wifi 핫스팟 지속 시간은 6.5시간 정도였다.)

신기한건 2번이나 3번이 1번에 비해 배터리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할텐데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루투스 연결이나 3G 연결의 사용이 Wifi나 LTE를 쓸때에 비해 발열은 확실히 적었지만 배터리 면에서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았다.

왜그럴까? 일단 애플이 말한 인스턴트 핫스팟 사용시에 운영체제에서 실행하는 배터리 최적화 작업이 어느정도 주효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애플 기기는 아이폰에 한정해서, 테더링에 연결하면 네트워크 아이콘 상태가 테더링으로 변한다. 즉 기기가 연결한 네트워크가 일반 무선랜인지, 핫스팟인지를 인식한다는 것. 이를 통한 최적화가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하지만 블루투스 테더링도 아이폰으로 한 것인데, 이때는 운영체제가 배터리 최적화를 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힘들다.

또 한가지 가정은 “Race to Sleep” 현상인데,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생각해보면 된다. 속도면에서 핫스팟을 토끼라고 보고, 블루투스 테더링을 거북이라고 봤을 때, 같은 거리를 경주했고, 둘이 동시에 골인했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거리를 달리기 위해 거북이는 쉴새 없이 달렸겠지만, 토끼는 이미 골인 지점에 거의 다와서 자거나 놀다가 들어왔을 것이다. 승부의 결과는 같아도 둘이 사용한 에너지량은 다르다. 토끼는 쌩쌩하겠지만, 거북이는 녹초가 되었을 것이다.

웹 서핑이나 스트리밍 시에 데이터를 받아오는 방식도 이와 비슷한데, 속도가 빠르다고 더 많은 데이터를 받아오는게 아니라, 같은 양의 데이터를 받아온다. 만약 50MB 정도를 스트리밍한다고 하면, LTE 핫스팟 쪽의 통신 모듈은 미리 다 받아두고 놀고 있을 것이고, 3G 블투 테더링 쪽은 쉴새 없이 계속 받아야 스트리밍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통신 모듈이 사용하는 배터리량도 차이가 있다.

즉, 3G 블투 테더링은 무선 기술상으로는 여러가지로 배터리에 유리하지만, 최근의 서핑이나 스트리밍을 감당하기엔 대역폭의 한계 때문에 쉴새 없이 통신 모듈을 돌리느라 배터리를 소비했을 것이다. 위의 대충 실험도 아마 이런 현상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고, 맥북이나 셀룰러가 아닌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기타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것보다 인스턴트 핫스팟을 사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빠르고, 배터리에도 예전 일반 핫스팟보다 훨씬 유리하다. 네트워크를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땐 자동으로 핫스팟을 비활성화 시켜주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력이 있다면 에그가 여전히 좋은 대안이다. 왜냐고? 내가 사용 중인 컴팩트 에그2는 연속 12시간을 사용할 수 있고, 속도도 LTE 핫스팟을 사용할 때와 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이다.(물론 핫스팟 쪽이 안정적이고, 약간은 더 빠르지만) 아마 핫스팟을 사용할 때는 LTE라도 통신사 측에서 속도 제한을 거는 것 같다. 커버리지 제한이 없다면 에그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좋은 대안일 것 같다. 핫스팟을 사용한다면 이동식 배터리는 필수다.

나야 대부분 Wifi 환경에서 생활 중이고, 무선 데이터를 밖에서 헤비하게 쓰는 상황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에그 없이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에그를 쓰더라도 이동식 배터리를 항상 들고 다녔기 때문에.. 사실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에그를 해지하기 전에 에그에서 멀어지기 실험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