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OSX 요세미티 10.10.2 베타를 쓰고 있는 중인데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해놓고 뚜껑을 닫았을 때 자동으로 잠자기 모드로 들어가지 않는 버그를 발견했다. 원래는 외부 디스플레이 연결 상태에서 뚜껑 닫으면 일단 잠자기 후 외부 마우스나 키보드를 클릭해야 다시 켜지는 방식인데 이것은 요세미티 정식 출시 전 베타 버전에서도 발견되던 버그인데 다시 재발한 것 같다.

그러고보면 최근 애플 소프트웨어의 품질에 대하여 이런저런 말이 많다. 최근에 iOS 업데이트 후 셀룰러 네트워크가 잡히지 않았던 버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OSX과 iOS의 고질적인 Wifi 버그, 블루투스 버그 등. 문제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많은 애플 팬들이 최고로 꼽던 스티브 잡스와 스콧 포스탈 시절의 애플 소프트웨어도 나는 여러가지로 고통을 받아왔다. iOS8과 요세미티의 Wifi 버그? iOS6에서 발생했던 Wifi 자체가 먹통이 되어버리는 버그에 고통 받았던 것에 비하면 나은 상황이다. 라이언과 마운틴 라이언에서 발생했던 시스템 성능 저하 문제와, 매버릭스에서 겪었던 kernel_task 과부하 문제 등.. 난 차라리 요세미티가 많은 변화를 겪었음에도 완성도가 높은 버전이라 평가하고 싶다.

과거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안정적으로 보였던 것은 비교적 변화가 없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페쇄된 생태계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변하는 부분도 없고 열어놓은 부분도 별로 없기 때문에 빠르게 업그레이드해도 망가질만한 부분도 거의 없다. 분명히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딱히 안좋은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소프트웨어 철학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사실 그동안 애플의 소프트웨어는 기능의 추가도 더뎠다. OSX은 스노레퍼드에서 매버릭스까지, iOS는 iOS4~iOS6까지 거의 변한게 없었다. 신기술의 추가, 폴더 기능의 추가 같은 것들이 들어가긴 했지만 매우 더뎠다. 사용자들은 많은 기능을 요구했지만 겉으로 보기에 애플은 이 요구를 묵살하고 사소한 기능 하나도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들여오는 것 같았다.

오픈 생태계의 경쟁자들은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사용자들이 이끄는 리눅스 생태계는 사용자의 요구가 먼저 반영되고 문제점들이 나중에 수정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구글과 제조사들이 사용자들의 요구를 비교적 빠르게 수용했다. 안드로이드는 초기엔 iOS의 많은 인터페이스 요소를 따라했지만 언제부턴가 변화가 없는 iOS를 앞질러 흥미로운 기능들을 많이 갖추기 시작했다.

그 흥미로운 기능들이 제대로 동작했는지는 의문점이 있지만, 어쨌든 이런 부분들이 앞서가던 애플을 옥죄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는 원하는 키보드를 놓거나 알림영역에서 메시지를 모아보거나 간단한 동작으로 Wifi나 블루투스 같은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데 iOS는 과거에 “잘 동작하던” 기능이나 잘 동작할 뿐 변하는게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 특유의 “쿨함"을 잃어가고 있었다.(개인적 취향일지도 모르나, 겉모습만 봤을 때 iOS6은 동시대에 있던 윈도폰7보다도 더 낡아보였다.)

iOS7에 이르러 애플은 iOS의 특징과도 같던 스큐모피즘을 버리고 플랫한 디자인으로 싹 갈아 엎고, iOS8부터는 서서히 개발자에게 생태계를 오픈하고 있다. iOS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OSX 요세미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건 단순히 디자인 이미지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애플 소프트웨어 자체가 빠르게 변혁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변혁의 기간에 "1년"이라는 업그레이드 기간은 이런 변화를 다 담아 내기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빠른 업그레이드 간격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애플 소프트웨어의 여러 문제를 야기한 것 같다. 과거였다면 이 정도 변혁이 마무리 되려면 적어도 3년이란 시간을 걸렸을 것이다. 그래서 OSX은 최초로 퍼블릭 베타까지 시행했지만 생각만큼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애플의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다른 운영체제 등에 비하면 안정성이나 기능의 직관성 측면에서 높은 편이지만 빠른 변화의 시기 앞에선 애플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과거를 고집하면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관리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모바일에서는 안드로이드가, PC에서는 윈도가 "쿨함"을 무기로 애플을 옥죄고 있다. 더이상 잡스 시절의 방식으로는 애플도 장기적으로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애플의 급진적인 변화도 iOS9나 요세미티의 다음 버전 10.11 쯤에 이르르면 안정화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플이 좀 더 변화하고, 좀 더 오픈되었으면 좋겠다. 변화와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니 애플 소프트웨어로서는 앞으로 더욱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변화하는 애플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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