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Chat의 추억

오늘은 문득 추억 속의 MS Chat이 생각나서 포스팅. 그냥 길 가다가 갑자기 예전에 MS Chat으로 IRC에서 떠들며 놀던 때가 그리워졌다.

IRC는 Internet Relay Chat의 약자로 지금으로 따지면 오픈 채팅 방 같은 느낌의 채팅 프로토콜이다. 지금이야 카카오톡만 열면 누구하고나 채팅하는게 쉬운 세상이지만 초기 인터넷 시대만해도 채팅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채팅을 열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아예 인터넷 상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기가 운영하는 서버에 IRC를 운영해야 했다.

우리나라에는 인터넷 채팅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버디버디나 지니, 네이트온 같은 메신저가 널리 쓰이고 있었기 때문에 IRC는 소수의 Geek 들이 자체 서버를 열어서 사용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IRC를 기억하는 분들도 많이 안계실 것 같다.

물론 2006년의 나는 우분투를 쓰고 있었으므로 IRC를 썼었다. 우분투에서는 대부분의 국내 메신저 서비스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커뮤니티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IRC가 유일했다. 그래도 그 당시만해도 여러 IRC 서버들이 유행했었다. KLDP나 우분투 커뮤니티 등에도 자체 IRC 서버를 운영했었다.(지금도 있을런지?)

IRC는 오픈 프로토콜이었던 만큼 지원하는 클라이언트도 많았는데 오늘 이야기하는 MS Chat도 IRC 클라이언트 중 하나였다. 무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공식 채팅 클라이언트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Teams의 조상격인 프로그램이랄까?

예나 지금이나 MS하면 기업 중심의 이미지이고 오피스 같은 생산성이 극대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느낌인데 이 MS Chat은 평소의 마이크로소프트 답지 않은 엉뚱함이 묻어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채팅의 특징은 한가지, 채팅을 마치 만화책처럼 묘사해주는 인터페이스에 있었다.

사용자는 자기의 아바타를 선택해서 채팅을 할 수 있고 여러 감정 표현을 할 수도 있었다. 당시 인터넷 기술로 이런 멀티 미디어 채팅 구현이 어떻게 가능했나 싶은데, 모든건 클라이언트 단에서만 구현된다. IRC로는 채팅 텍스트와 (몇몇 감정 표현)만 통신하고 사람들의 대화를 그려 내는건 PC에서만 일어난다. 상대방이 외계인으로 보여도 그건 내 컴퓨터에서만 그렇게 보인다.

컷을 나누는 기준이 메시지의 시간 기준이라 컷 기준이 조금 어색할 때도 있지만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여주는게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만화처럼 나오는게 재밌어서 우분투를 쓰고 있었음에도 굳이 가상머신에 이 프로그램을 깔아서 사람들과 채팅했던 기억이 난다.(마이크로소프트거라 당연히 윈도우에서만 실행된다)

하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을 다른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IRC에서 지원하지 않는 몇몇 비 표준적인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똑같이 MS Chat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잘 호환되지만 다른 클라이언트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가비지 데이터 같은 메시지들이 같이 보였다. 그래서 몇몇 IRC 서버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쓰면 밴을 당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래서 안쓰기에는 너무 재밌다

이 프로그램은 무려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이었지만,(아마 기본으로 깔려있는 것도 몰랐던 사람들이 많을듯) 이런저런 사정으로 윈도우 XP부터는 미포함되었고, 결국 IRC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

지금처럼 클라이언트 성능도 발전하고, 인터넷 기술도 발전한 세상이라면 카카오톡이나 Slack, Dicord, Teams 같은 메신저에서 플러그인으로 지원해도 좋을 것 같은 컨셉인데 이후로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지 않아서 무척 아쉽다. 요즘이라면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은 짤이 생성될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구해서 설치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이젠 활성화된 IRC 서버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글 IRC 서버는 찾기는 더욱 어렵다. 오래된 프로그램인만큼 호환성 문제나 보안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설치를 추천하진 않는다. 아래 동영상에서 프로그램이 어떻게 실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채팅 서비스가 넘쳐나고 아예 소셜 미디어 서비스까지 나온 세상이지만 어쩐지 이때 더 인터넷 세상에서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무척 그리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