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관련 악세사리가 꽤 많이 출시되는 편입니다. 맥북도 노트북 치고 파우치를 비롯해 보호 케이스, 심지어 뒷 판의 사과 로고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까지 매우 다양하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노트북을 쓸 때는 딱 하나의 악세사리만 구매합니다. 바로 파우치죠. 노트북은 손에 들고 다니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달리 휴대시에는 가방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파우치는 가장 효과적인 보호 수단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노트북에 직접적으로 부착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용성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죠.
맥북 에어를 이번에 다시 구매하면서 그동안 여러 파우치를 비교해봤는데, 그 중 애플 정품 가죽 슬리브는 절대 사지 않을 물건 중 하나였습니다. 일단 다른걸 다 떠나서 199,000원이라는 가격은 너무 파우치로서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대신 3만원짜리 가죽 파우치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애플워치 배터리 교체 때문에 여의도 애플 스토어에 방문해서 정품 가죽 파우치를 우연히 만져봤는데.. 무엇에 홀렸는지 순식간에 이거다! 싶어서 바로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절대 구매하지 않을 물건 중 하나였는데 말이죠.
아직도 가격을 보면 속 어딘가가 아프지만(…)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13인치용 맥북 정품 가죽 슬리브 사용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정품 슬리브를 구매한 이유
정품 가죽 슬리브는 정말 가격을 생각하면 살만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여러 파우치를 비교하는 중에도 후보군에도 없었던 제품이었구요. 하지만 실제로 만져본 후 구매를 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제가 찾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유일한 파우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애플 제품이 이래서 욕을 하면서도 사게되는거죠.
제가 노트북 파우치를 고를 때 체크하는 기준은 딱 세가지입니다.
1) 지퍼 방식이 아니어야 할 것
제가 파우치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입니다. 예전에 아이패드 미니를 들고다닐 때 사용했던 파우치는 지퍼 방식의 파우치였는데 계속 원인 모를 스크래치가 발생했었습니다. 지퍼와 본체 부분의 분리도 잘 되어있던 제품이었음에도 스크래치를 막을 수는 없었죠.
이후에 사용했던 지퍼 방식의 다른 파우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방에 있다보면 아무리 마감이 잘된 파우치라도 지퍼 부분의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다는 일종의 강박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2) 무조건 가벼워야 할 것
소재가 아무리 고급스러워도 파우치 자체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노트북이 아무리 휴대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겠죠. 개인적으로 파우치에서는 어차피 완벽한 충격보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무조건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 자석이 없어야 할 것
맥북의 경우 자석으로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감지합니다. 하판에 있는 자석이 상판에 있는 자석에 닿으면 뚜껑이 닫혔음을 인지하고 자동으로 잠자기 모드로 들어가죠. 그런데 근처에 자석이 있을 경우 오동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석 파우치를 피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데요, 자석으로 인해 오동작할 경우 가방에서 맥북이 깨어나는 참사(…)가 발생할 여지도 있습니다. 아직 해당 사례를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건 없죠. 그리고 보통 자석이 들어가면 파우치 무게도 무거워지기 때문에 2) 조건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리 까다로운 조건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저 조건들을 만족하는 파우치가 거의 없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맥북 파우치의 90%가 이미 1) 조건에서 탈락해버리죠.
예전에 후지쯔 노트북을 사용했을 때는 제로쇼크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파우치를 썼었는데요, 재질이 마우스 패드에서 많이 쓰이는 네오프렌이긴 했지만 저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파우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제로쇼크 파우치마저 지퍼 방식으로 바뀌었더군요.
정품 슬리브를 사기 전에 구매했던 가죽 슬리브는 3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좋은 파우치였지만, 아쉽게도 재질이 가죽이라 상당히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맥북 전용이 아니라 여러 노트북에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이라 불필요하게 큰 부피도 불만이었죠.
여의도 애플 스토어에서 우연히 만져본 애플 정품 가죽 슬리브는 놀랍게도 저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 시키는 파우치였습니다. 지퍼 방식도 아니고, 자석도 없으며 심지어 재질이 가죽임에도 매우 얇고 가벼웠죠. 가격 빼고는 그동안 찾던 완벽한 파우치였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었는데, 맥북 에어를 구매하고 거의 10개월 동안 저 조건에 맞는 파우치를 찾기 위해 검색한 시간을 생각했을 때 이 정도 조건의 파우치라면 사악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결국 구매를 하고 말았습니다.
외관
애플의 가죽 제품은 여러번 구매했었는데 다른 브랜드의 가죽 제품에 비하면 특유의 부드럽고 (떼도 잘 탈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정품 가죽 슬리브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애플 정품 느낌이 드는 가죽입니다.
바느질과 재질 등 전체적인 마감이 꽤 괜찮습니다. 가격이 합리화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마감입니다.
애플 가죽 제품은 가죽 고유의 주름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도 딱 한군데 빼고는 균일한 제품이었습니다.
색상은 미드나이트로 선택 했는데요, 최근 사용하고 있는 애플워치 밴드와의 깔 맞춤 목적이 있었습니다.
맥북과 비교해보면 역시 정품 답게 딱 맞는 사이즈입니다.
너무 딱 맞아서 잘 안들어갈 정도인데, 맥북 에어는 끝부분이 얇으므로 끝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가도록 넣으면 쉽게 들어갑니다.
맥북을 넣은 상태. 역시 정품 답게 밖에도 사과마크가 존재합니다.
아래 부분에는 맥북의 발판 모양대로 홈이 파져있는데, 이 홈에 딱 맞게 들어갑니다. 파우치 자체의 오염도 방지하고, 맥북의 발판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타이트한 느낌과 달리 맥북을 넣은 상태에서 입구 부분이 약간 헐렁한 느낌인데요, 전 불량인줄 알았는데 원래 그렇습니다. 꺼내기 편하게 입구 부분은 좀 넓게 설계한 느낌입니다.
장점
일단 해당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무게와 두께라고 생각합니다. 맥북용으로 쓰고 있던 기존 가죽 슬리브와 비교해보면 두께가 절반정도로 얇습니다. 정품 가죽 슬리브는 너무 얇아서 가죽이라는 느낌이 안들 정도입니다.
무게도 기존 사용하던 가죽 슬리브에 비해 절반 정도 가볍습니다. 일단 맥북이 들어간 상태로 무게를 재보니 약 100g 정도 차이가 납니다. 기존 가죽 슬리브가 재질 특성상 워낙 무겁기도 했지만 이 정도 두께감과 무게 차이라면 사악한 가격도 어느정도 끄덕여지죠.
정품 답게 군더더기 없이 맥북에 딱 맞는 것도 장점입니다.(당연한 부분입니다만..) 남는 공간 없이 딱 맞기 때문에 가방에서도 그냥 맥북을 넣은 것과 부피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발판까지 딱 맞게 만들었기 때문에 파우치를 거의 안씌운 것과 같은 부피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과로고가 크게 박혀 있다는 것도 이 제품의 장점 중 하나죠.(음?)
단점
이 제품의 단점은 딱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단점이 이 제품이 가진 모든 장점을 퇴색시킵니다. 바로 “가격”이죠. 제가 찾고 있던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파우치였음에도 끝까지 고민하게 만들었고, 구매한 다음에도 몇번이나 환불을 고민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가격이었습니다.
애플 제품의 패키징이 워낙 간소하긴 하지만 이 제품은 박스에 다른 구성품은 커녕 설명서 조차 없이 딱 내용물만 들어있다보니 더욱 현타가 옵니다. 그렇다보니 이 제품을 쓰면서는 계속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죽 자체는 고급이래… 하지만 비싸”
“이렇게 얇고 가벼운 가죽 슬리브는 거의 불가능하지… 하지만 비싸”
“맥북이 딱 맞으니 가방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거의 없네…하지만 비싸”
그리고 워낙 얇다보니 충격 보호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파우치를 사는 목적은 스크래치의 방어라 단점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혹시라도 충격 보호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이 제품은 구매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지퍼 방식이나 자석과 달리 입구 부분이 완전히 닫히지 않기 때문에 손에 들고 다니면서 휴대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부분 또한 단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평
애플 정품 가죽 슬리브는 제가 지른 3대 가성비 떨어지는 물건입니다. 첫번째는 아이패드용 매직키보드고, 두번째는 애플워치 에르메스 점핑 싱글투어 밴드, 세번째가 바로 이 제품이죠.
저 셋의 공통점은 모두 쓰면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는 것입니다. 또 의외로 대체할만한 물건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쓰면서 가격을 자꾸 되뇌게 된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죠.
만약 파우치를 고르는데 있어서 저와 기준이 같으시다면 애플 정품 가죽 슬리브는 거의 대체불가의 제품입니다. 제가 1년 가까이 서치해봤지만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 중 저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파우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저와 기준이 다르다면, 특히 지퍼가 있는 파우치도 괜찮다면 굳이, 이 제품을 이 가격을 주면서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파우치를 가방에 넣지 않고 들고다니는 사용 패턴이라면 이 파우치는 완전히 닫히지 않는 구조이므로 더욱 추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시장에 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파우치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 파우치를 선택하시는게 좋습니다. 하지만 만족하는 파우치를 오랫동안 찾지 못하신 분이라면 애플 정품 가죽 슬리브는 그 오랜 여정의 종착역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