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11의 증강현실, ARKit 사용기(2) – ARKit 기반의 앱 사용기

ARKit은 iOS11과 함께 발표되었던 기능입니다. 다만 iOS의 자체 기능이 아닌 앱 개발자들이 ARKit으로 개발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었죠. 그래서 iOS11이 나왔을 때는 바로 테스트 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 ARKit을 사용하는 앱들이 많이 나와 비교적 손쉽게 써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ARKit이 나오기 이전에도 AR 앱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아이폰 초기 시절부터 AR을 구현해놓은 기기들이 많았죠. 이 기기들은 공통적으로 표면에 특정 물체(특정 그림이나 피규어)를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추면 가상의 이미지가 구현되는 형태였습니다. 해당 물체를 통해 표면의 각도나 거리, 대상을 그려야하는 크기 등을 계산해서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ARKit은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카메라를 평평한 표면에 비추면 표면과 카메라와의 거리, 각도 등을 계산해서 구현해줍니다. ARKit이 OS 레벨에서 구현해주는 기능을 통해 개발자는 증강현실 앱을 복잡한 구현 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다만 ARKit에는 제약사항이 하나 있는데요, ARKit은 구세대 기기에서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원래도 iOS의 신 기능은 구세대 기기에는 제한되긴 했지만 ARKit을 사용하려면 최소한 A9 이상의 CPU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이폰6 이전에 출시된 아이폰,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에어 등의 기기에서는 ARKit을 사용해 볼 수 없습니다.제가 갖고 있는 기기 중에서는 다행히도(?) 작년에 산 아이폰 7 플러스에서 ARKit을 사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폰7 플러스는 올해 나온 아이폰을 제외한다면 iOS 기기 중에서는 가장 고성능의 기기죠. 그런 아이폰 7 플러스에서 ARKit은 얼마나 쓸만할까요? ARKit 앱들 중 대표적인 앱 몇가지를 써봤습니다.

Warhammer 40,000 : Freeblade

아이팟 터치부터 아이폰5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iOS 게임을 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한두가지 정도 밖에 하지 않는데요, Warhammer 40,000 : Freeblade(이하 Freeblade)는 제가 최근까지 즐기고 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아이폰 키노트에서도 잠깐 지나가는 장면으로 시연이 되었습니다.이 게임이 뜬근없이 AR을 지원하는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Warhammer 40,000은 원래 보드 게임의 일종인 미니어쳐 게임입니다. 게임에 정해진 말을 갖고 하는 보드 게임과 달리 미니어쳐 게임은 자기가 갖고 있는 모델을 직접 조립하고 직접 도색하여 게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Freeblade도 이런 미니어쳐 게임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실 세계에 게임에서 사용하는 임페리얼 나이트를 투영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용도로 구현한 것입니다.(덧. 지금은 이벤트 기간이라 이벤트에 당첨되면 실물 미니어처로 만들어준다는군요.)이 게임은 ARKit을 사용해 게임 중에 사용하는 기체(임페리얼 나이트)를 책상이나 빈 공간에 띄워놓을 수 있습니다. 다른 AR 게임과는 달리 게임 중에는 AR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직 사진 찍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죠. 기체의 디테일한 부분이 놀랍긴 하지만 그 뿐입니다.이런 유형의 앱은 ARKit 앱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아직 사진 찍거나 보고 신기해하는(?) 용도로 밖에 구현되지 못한 앱과 게임들이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다음에 소개할 게임은 이보다는 좀 더 AR의 컨셉에 충실한 게임입니다.

Alice in Wonderland

이 게임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는 게임입니다.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앨리스처럼 증강현실에서 튀어나온 액자를 통해 이상한 나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액자 속의 이상한 나라와 현실을 넘나들면서 동화와 현실의 경계를 느껴볼 수 있죠.이 앱은 개인적으로 꽤 신선했습니다. AR을 이런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액자가 나타난 뒤 액자 바깥의 세상은 증강현실로 이루어져 있지만 액자 속의 세상은 VR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VR과 AR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이어져있죠. 동화속 세상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도 다시 뒤를 돌아보면 현실로 이어지는 액자가 아까 그 위치에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정말 동화속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다만 이 앱은 현재 개발중입니다. 실제로 게임이라기보다 기술 데모에 가깝습니다. 게임은 10분 내로 끝나기 때문에 약간 허무 개그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증강현실을 활용하는 방법을 한차원 높인 발상은 정말 참신했습니다. 앞으로가 개발되는 모습이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IKEA Place

ARKit을 사용하는 앱은 게임만 있는건 아닙니다. 유용한 앱도 많이 있죠. 그 중에 AR하면 바로 가장 유용할 것으로 떠오르는 분야가 바로 인테리어 앱 분야입니다. 가구를 집에 배치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특히 DIY를 모토로하는 이케아라면 더더욱 그렇죠. 가구가 맞는지 사이즈도 재봐야하고 가구가 배치되었을 때 전체적인 느낌도 봐야합니다. 이것은 실제 가구를 배치해보지 않으면 느낌이 오지 않는데 이미 가구를 사와서 조립하고 난 다음이라면 너무 늦을 겁니다.이케아는 이 방면에서 여러가지를 시도했던 기업입니다. 스팀 플랫폼을 통해 HTC 바이브에서 VR로 방의 이미지를 구현하여 가구를 배치하는 앱을 만들기도 했고 아이폰에도 이미 이케아 카탈로그 앱에 AR 배치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이미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이케아 카탈로그 앱에 있는 AR 기능은 이케아 카탈로그(책)를 바닥에 놓고 이케아 카탈로그의 크기와 카메라의 거리를 계산하여 가구를 배치할 수 있죠.IKEA Place는 ARKit을 사용해서 이케아 카탈로그 없는 바닥에서도 가구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써본 결과 동영상에서처럼 실제 가구와 거의 똑같은 크기의 가구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폰7 플러스에서 ARKit의 한계인건지 가끔 거리가 제대로 인식 되지 않으면서 실제 가구와 다른 크기의 가구가 배치되기도 했습니다.비어있는 방이라면 가구를 이것저것 배치해보기 좋습니다. 다만, 이미 가구가 많이 있는 방이라면 가상 이미지가 가구와 겹쳐서 사용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MeasureKit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앱은 MeasureKit이라는 일종의 줄자 앱입니다. MeasureKit은 iOS11 키노트 때 가장 유용해보였던 앱이었습니다. 줄자가 없는 상태에서 AR을 통해 길이를 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한 앱입니다. 위에서 ARKit의 가장 큰 장점이 사물과 공간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거라고 했는데요, 바로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린 앱입니다.다만 이 앱도 실전에서 쓰기에는 아직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동영상에서 테이블의 길이는 69cm라고 측정했지만 실제로는 74cm 짜리 테이블이거든요. IKEA Place처럼 거리와 크기 측정이 100%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입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ARKit을 사용한 게임과 앱 네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동영상에서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올해 모델을 제외한 아이폰 중 가장 고성능 모델인 아이폰7 플러스에서도 ARKit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버거운 느낌이었습니다.(화면 녹화를 병행해서 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도 iOS11의 AR 기능은 A9 이상의 상대적인 고성능 AP를 탑재한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기에서도 ARKit은 전체적으로 힘겨워보입니다.아이폰8이나 아이폰X에 탑재되어있는 A11 AP와 Truedepth Camera 같은 하드웨어의 도움이 있다면 더욱 부드럽고 실감나게 구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전 세대 기기에서 ARKit은 저변을 넓히기 위한 목적이 더 커보입니다. A9 이상의 기기라곤 하지만 이미 시장에 깔려있는 기기는 그 어떤 VR이나 AR 시장을 합친 것보다 많죠. 애플은 이런 기반을 통해 ARKit의 저변을 넓혀가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기기들에서 생각보다 원활하게 동작하지 않아 과연 얼마나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물론 아직 ARKit은 초기 단계입니다. 추가적인 iOS 업데이트를 통해 더 나아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이폰8 이후의 새로운 세대의 기기들에 이르러서야 애플의 증강현실 비전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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