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5.1 릴리즈 + 아이팟 터치 4.5세대에서의 사용기

간밤에 애플발 빅 이벤트가 있었죠. 바로 새로운 아이패드가 발표된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제 아이팟에 설치할 수 있는 iOS 5.1에 대한 관심이 더 컸지만.. 아이패드는 이제 아이폰 못지않게 출시전에 엄청난 루머가 나오곤 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이번 출시 전에도 이름부터 아이패드3이다, 아이패드 HD다, 아이패드에 촉각 터치스크린 기술이 들어간다는 등 엄청난 루머들이 쏟아졌는데요, 이번에는 꽤 루머가 정확하게 맞아들었습니다. 아이패드3은 좀 더 두꺼워진 몸체와 레티나 디스플레이, 그리고 LTE 네트워크를 탑재한채 출시되었습니다.

새로운 아이패드에 대해서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1)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기어코 아이패드만한 스크린에도 탑재했다는 것과 2) 아이패드 뒤에 숫자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일단 1)번에 대해서는 아이폰4에 처음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가히 엄청난 변화라고 할만합니다. CPU가 업글 된 것도 아니고, 디자인이 바뀐 것도 아닌 ‘고작 디스플레이’ 갖고 업그레이드라고 하기엔 부족하지 않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하지만 아이패드나 아이폰 같은 기기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이 체험하고 있는 것은 제품의 외형도 CPU도 아닌 디스플레이입니다. 특히 논문을 읽거나, 그림을 보는 일이 많은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서라면 더욱 그렇겠죠.또한 아이패드 뒤에 숫자가 떨어졌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합니다. 아이패드는 기존 아이폰처럼 시리즈에 넘버링을 붙여왔습니다. 아이폰3GS에서 아이폰4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아이패드에서 아이패드2로 업그레이드 되었었죠. 그런데 이번에 나온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HD도 아니고 아이패드3도 아닌 그냥 ‘아이패드’입니다. 이런 식으로 같은 이름을 붙여서 연식이나 세대로 구분하는 경우는 아이팟 터치나 맥북 시리즈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여기에서는 두가지 정도의 해석이 가능한데 이제 아이패드도 맥북처럼 디자인의 변화를 통한 업그레이드를 줄이고, 내부 사양을 업그레이드하여 출시하겠다는 뜻일 것이고(한마디로 한번 뽑은 디자인은 오래 우려먹겠다), 대부분의 컴퓨터가 그러하듯, CPU와 램 업글만해도 될만큼 ‘아이패드’라는 제품 라인이 완성되었다는 뜻일겁니다. 전 개인적으로 전 세대의 제품을 저가형으로 뿌리기 위해 전세대라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어쨌든 저는 아이패드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는 것은 아니니 아이패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줄이겠습니다. =_=저는 개인적으로 신형 아이패드보다 iOS 5.1 릴리즈를 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문제되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고, 애플 네오 고딕이라는 새로운 한글 글꼴을 탑재했다는 iOS5의 첫번째 마이너 버전이었죠. 특히

저번 글

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아이팟을 사고 배터리와의 사투를 벌이던 저였기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가 더욱 절실했습니다. 기존에 배터리 문제를 해결했다는 iOS 5.0.1은 그다지 도움이 되고 있지 않고 있었죠.(오히려 배터리 시간이 더 늘어난 것 같기도..)오늘 아침에 뉴스를 보고 업데이트를 켜보니 벌써 업데이트가 떠있었습니다. OTA가 지원되기 때문에 출근 중에도 에그를 통해 업데이트가 가능했습니다. 아마 아이튠즈를 통해서 업글해야만했다면 아마 저는 오늘까지도 iOS를 못 써봤겠죠-_-

업데이트는 약 20분 정도만에 다 끝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업데이트가 뜨면 사람들이 몰려서 몇시간이 걸리기도 했는데 상당히 금방 받았습니다.(아마 출근 시간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출근 중에 업데이트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업데이트를 마치고 재부팅을 하니 가장 먼저 새로 바뀐 폰트가 눈에 띄였습니다.

iOS 5.1에서 한국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한글 폰트가 그 끔찍한 애플 고딕에서 애플 네오 고딕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건 그간 한글 환경에서 고통 받던 맥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격제지감을 느낄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개인적으로는 날씬한(?) 한글 폰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저는 오히려 맥OSX에서 쓰던 애플 고딕 같은 직각지고 정사각형의 네모난 글꼴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우분투를 쓸 때도 은돋움을 참 좋아했죠. 은돋움은 글꼴도 이쁘고 가독성도 꽤 좋아서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분투의 기본 글꼴이 나눔 고딕이 된다고 했을 때도 일단 수용은 했지만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나눔 고딕보다 은돋움이 더 좋습니다.(모양 면에서)그런데 맥OSX을 쓰고보니 이 애플고딕이라는 놈은 좀 심한 녀석이었습니다. -_- 일단 모양은 마음에 들었지만 가독성 면에서 은돋움보다 현저하게 떨어졌고, 글꼴 자체의 스펙 또한 매우 낙후된 녀석이었습니다. 이 글꼴은 심지어 Bold도 따로 없습니다. Bold가 필요할 때는 그저 글자 여러개를 겹쳐 그려서 굵은 글씨처럼 표현할 뿐이었죠. 은돋움이나 나눔 고딕을 설치하면 좀 낫습니다만 기본 글꼴도 바꿀 수 없는 맥 OSX인지라 글꼴 바꾸기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죠. 익숙해지면 좀 낫지만 애플 고딕은 정말… ㅠㅠ 지금도 보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되지는 않습니다.iOS의 기본 글꼴도 그동안 계속 이 애플 고딕이었습니다. 애플 고딕보다 좀 더 가독성이 좋게 느껴졌던 것은 애플 고딕을 두껍게 하여 변형한 폰트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폰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이후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는 더이상 가독성 논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iOS에서도 애플 고딕은 별로 좋지 않은 폰트였습니다. 화면 글꼴로는 적합하지 않게 자간이 너무 넓었고, 글씨도 울퉁불퉁 했었습니다.어쨌든 애플 네오 고딕은 날씬한 폰트이긴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대환영입니다. 일단 가독성 하나는 확실히 확보 되더군요. 새로운 글씨체는 iBooks 같은 긴 텍스트에서 특히 진가를 발휘합니다.

그 다음에 눈에 띈 것은 잠금 화면에서 카메라 버튼의 변화였습니다. 기존 5.0과는 달리 카메라 바로가기 버튼이 항상 표시되게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잠금화면에서 카메라 바로가기 버튼의 존재를 몰라서 그랬던 것인지..-_- 왜 항상 표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클릭하려고 해도 잘 안눌러지더군요.음? 근데 클릭해보니 잠금화면이 들썩들썩합니다. 오오 혹시?

그렇습니다. 추가 된 것은 카메라 버튼이 아니라 카메라 손잡이(…) 였던 것입니다. 이 녀석을 잡고 잠금 화면을 들어올리면 아래에서 카메라가 바로 실행됩니다.사실 잠금화면에서 어떤 특정 부분을 스와이프하여 기능을 실행하는 방식은 기존 iOS에서는 없었던 방식이었죠.(오로지 밀어서 잠금해제 뿐) 이런 처음 보는 방식에서 사용자는 어떻게든 헤맬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애플은 이 ‘낯선 방식’을 사용자에게 학습 시키기 위해 익숙한 동작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도록 했습니다. 바로 카메라를 누르면 잠금화면에 바로 밀려 올라갈 것처럼 들썩들썩하는 애니메이션을 추가한 것이죠. 기획자로서 이런 애플의 방식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확실히 오랫동안 인문학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학습 방식을 연구해왔기 때문에 쌓인 노하우가 아닐까 싶습니다.(이런 작은 부분에서 감동을 주는 것도 여전하네요.)눈으로 보이는 부분은 이정도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배터리 문제가 해결된 것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배터리 감소의 범인이 iCloud라고 밝혔지만 사실 iCloud를 꺼도 배터리 감소 속도가 줄어들뿐이지 계속 줄기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이번 업데이트 이후 배터리 감소 속도가 더욱 줄어든 것이 확실히 체감되었습니다. 이제는 네트워크에 연결해도 연결되지 않은 것과 큰 차이가 없달까요? 아이팟 터치 뿐 아니라 아이폰 사용자들도 이번 업데이트 이후 배터리 수명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iOS 5.0 업뎃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온 배터리 문제가 지금에서야 해결된 것 같습니다.(그리고 제 삽질은 그야말로 삽질이 되버렸죠..)하지만 배터리 성능의 증가보다도 아이팟 터치의 성능 향상이 저에겐 가장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저는 아이팟 흰색을 샀기 때문에 그 이전 버전인 iOS4에서의 성능을 체험해보지는 못했는데요, iOS5에서 아이팟 터치는 애플 제품 답지 않은 조금 부자연스러운 속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굳이 게임까지 하지 않더라도, 앱스토어에서 어플을 구매한 후 해당 어플이 설치되는 페이지로 이동하는 그 동작마저도 제대로 애니메이션을 본적이 없을 정도로 끊겼습니다. 또한 잠금화면에서 멈칫하거나, 문자나 트위터를 할 때 키보드다 버벅거리는 현상도 잦았습니다.

처음 구매기

를 올렸을 때도 언급했던 사실이지만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4와 달리 램이 256 메가 밖에 되지 않아서 멀티태스킹에 심각한 곤란을 느끼곤 했습니다. 물론 IOS의 멀티태스킹이란 거의 눈속임이지만, 이마저도 불편했습니다. 가령 메시지나 트위터 앱을 열고 있다가 사파리에서 구글 검색을 한번 하면 기존에 실행중이었던 프로세스들은 모두 메모리 부족으로 종료되었습니다. 단순한 구글 검색이었음에도 말이죠. 사파리를 한번 열어도, 다시 트위터를 열어도, 좀 전에 실행했던 프로그램은 다 종료시켜버리곤 했습니다-_- 아스팔트6 같은 게임들은 언제 튕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끊겼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바로 튕기곤 했었죠.

그랬던 아스팔트가!

그랬던 아이팟 터치가 iOS 5.1 이후로 멀티태스킹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메시지를 실행하다가 트위터를 가도, 사파리에서 몇페이지나 이동을 해도, 과거에 실행했던 앱들을 가보면 다 원래 모습대로 실행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아스팔트를 실행하다가 가도 아스팔트도 계속 실행되고 있는 기적이! iOS 5.1 이후 확실히 메모리 관리가 좋아진 느낌이었습니다.또한 아스팔트의 경우 끊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실행되었습니다. 사실은 이게 정상일텐데..- _- 일부러 성능을 낮췄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애플의 고도의 술책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그 외에도 커버 플로우의 동작도 수정되었습니다. iOS 5.0에서는 커버 플로우할 때 부자연스럽게 끊기고 앨범 커버의 움직임도 많이 무거웠는데요 iOS 5.1에서는 부드럽게 바뀌었습니다. 듣기로는 앨범을 로드할 때 iOS 5.0은 풀 이미지를 로드했는데(-_-.. ) iOS 5.1에서는 종전 방식대로 커버를 저해상도로 바꾸어서 렌더링 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커버 플로우 쪽 변화도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제가 느낀 변화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또 다른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써본 결과 이번 업데이트는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아이팟 터치 자체도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물론 4S에서는 일본어 시리가 추가되고 아이패드에서도 여러가지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만 저는 일본어를 할 줄 모르고 아이패드도 없기 때문에 -_- 제 알바가 아닙니다.예전에 우분투를 제대로 쓰려면 업데이트가 몇번 이루어진 1달 정도 후에 쓰는게 좋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애플도 이렇게보면 어쩔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맥OS 라이언도 10.7.2(혹은 10.7.3) 쯤은 되어서 쓸만해졌고 iOS 5도 5.1이 되어서야 비교적 쓸만해진걸 보면..=_=.. 그들도 인간이라는 느낌이 든달까요. ㅋㅋ 아무튼 현재까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혹시 이 글에서 언급되지 않은 변화도 있을까요? 덧글로 제보 환영합니다. +_+덧.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발표 이벤트는 잘 안보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 주던 임팩트도 그렇지만 발표 이전에 도는 루머들이 상당히 잘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발표는 기존에 돌던 루머들을 한번에 즈려 밟아주는 맛으로 보는 것도 있었는데 요즘의 루머는 굵직굵직한 사실들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죠.애플도 규모가 커지다보니 정보가 새는 부분은 어쩔 수가 없는걸까요? 아니면 잡스의 장악력이 이제 슬슬 와해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것도 애플이 스티브 잡스 휘하의 ‘해적’에서 팀 쿡 휘하의 ‘대기업’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무래도 좀 더 지켜봐야겠죠.덧2. 발표 이후 마지막에 나온 컬러풀한 사과 로고는 무엇일까요? 금속성 사과 로고의 시대가 끝나고 다시 80~90년대를 장식했던 애플 사과 모양의 부활하는 것일까요? 애플의 로고가 컬러풀 했던 시절이 애플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지 않은 사인인 것 같아 불길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