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터치 4.5 세대 배터리 사투기

어느덧 아이팟 터치를 산지도 어언 4개월이 흘렀습니다. 애초에 폰을 바꿀 때가 되었지만 약정에 묶이는 것이 싫고

이통사와 이렇게 저렇게 엮이는게 싫어서

선택한 아이팟 터치였습니다.(물론 마침 가격도 내렸었죠 ㅋㅋ)

처음 구매기

를 올린 이후로 계속 주력 모바일 기기로 사용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바일 기기에 관심이 많아 여러 모바일 기기들을 거쳐왔지만 아이팟 터치처럼 만족감을 준 기계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이는 대부분 아이폰을 쓰시던 분들도 느꼈던 감정이겠죠.1년은 늦은 뒷북-_-;;)

아이팟 터치는 역시 전화 기능 따위는 없지만 이미 제 용도에 있어서는 스마트폰의 상당 부분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에그 덕분에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고, 메시지 앱을 통해 아이폰을 쓰는 여자친구님과도 문자를 할 수 있지요. 덕분에 5800은 현재 주머니에서 전화가 올 때만 사용되고 있는 중입니다.(흑.. 그래도 테마는 바꿔주고 있습니다-_ㅜ)

하지만 역시 처음 샀을 때 주요한 목적은 ‘휴대용 게임기’였던만큼 모바일 게임기로의 용도가 제일 큰 것 같습니다. 현재 설치되어있는 어플의 60%이상은 게임인.. 애플도 언젠가 말했지만 아이팟 터치를 세계에서 제일 인기있는 모바일 게임기라고 소개했죠. 확실히 쉬운 조작, 상대적으로 싼 타이틀 가격 등을 보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물론 PSP 같은 게임들에 비해서는 제약도 많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렇게 매일 즐겁게 사용하고 있는 팟이지만 처음 샀을 때부터 배터리 지속 시간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습니다. 물론 배터리 용량 자체가 아이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팟이었지만(아이폰4가 1420mAh인데 반해 아이팟 터치 4세대의 배터리 용량은 930mAh 정도입니다.)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죠. 특히 무선랜을 연결했을 때와 연결하지 않았을 때의 지속 시간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서 인터넷을 쓰지 않고 게임을 할 때는 무선랜을 아예 끄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무선랜이 켜있을 때와 무선랜이 켜있지 않을 때의 전력 소비량은 차이가 많이 날 것입니다. 하지만 무선랜에 연결하고 있을 때는 대기 상태에서도 배터리 퍼센트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며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팟을 산 이후로 매일 배터리와의 사투를 벌여왔습니다-_- 참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죠.(제 트위터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 같습니다..)아이팟에서 배터리 사투는 다른 기종에 비해서 훨씬 힘듭니다. 왜냐하면 iOS에는 이런 어플도 없고

아이폰 설정에서 볼 수 있는 배터리 사용 지속 시간 정보도 볼 수 없으며, 심지어 배터리 남은 양을 보는 옵션도 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체감 사용시간으로 측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매일 같은 조건 하에서 같은 테스트를 할 수가 없다보니 테스트하는데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약이 큰 iOS인지라(탈옥도 안한-_-) 테스트 방법도 옵션을 하나하나 꺼보면서 체감 시간을 측정해보는 것이 다였죠(…) 그렇다보니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옵션을 선택할 때는 굳이 필요한 옵션이 아니어도 배터리나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기본값대로 두자는 주의라서 처음에는 위치 서비스를 비롯해 메일 푸시, 알림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잡스가 iOS를 만들었을 때 옵션을 준 이유는 “내가 너희에게 그나마 선택권을 주노니, 너희는 여기에서 필요한 것만 취할지어다”인 것 같아서-_- 인터넷을 통해 얻은 iOS 배터리 민간 요법을 사용하여 배터리를 테스트하해보기 시작했습니다.

1. 푸시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메일 푸시 설정이었습니다. 아이폰에서 푸시가 배터리를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사실 무선랜에서는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배터리 지속 시간이 워낙 많이 차이가 나다보니 일단 민간 요법대로 푸시를 끄고 데이터 가져오기를 수동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경과를 지켜봤습니다.

푸시를 끄고 수동으로 한 결과 배터리 지속 시간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조금 오래 가는 것 같았으나 체감적으로 와닿을 정도로 효과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쓰고 있던 Gmail은 데이터를 푸시로 해놓아도 푸시를 지원하지 않아 가져오기 설정에 따라 메일을 가져온다는 것이었습니다 -_- 푸시는 켜나마나 효과가 없었던 것이죠.(다만 후에 Gmail을 Exchange로 바꾼 후에는 푸시를 끄니까 기기의 속도가 빨라지더군요..-_-)

2. 알림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알림이었습니다. 메일 푸시가 배터리를 먹는만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이 먹는 배터리의 양도 장난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알림을 전부 다 꺼버리고 테스트하기로 하였습니다. iOS4에서는 이 알림 설정을 한번에 다 껐다가 다시 켤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iOS5부터는 앱 하나마다 다 꺼줘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알림 센터에 표시되는 것만 꺼버리면 알림이 비활성화되는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더군요. 알림 설정안에서 알림센터, 알림 방식, 알림 사운드, 아이콘에서 뱃지 표시까지 전부 꺼줘야 해당 어플의 알림이 꺼집니다 -_- 적어도 전체 알림을 다 끄는건 아니더라도 어플 별로 쉽게 알림을 전부 꺼버릴 수 있는 설정이라도 줬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어쨌든 수십개의 알림을 전부 해제하고 경과를 지켜본 결과… 이것도 그다지 효과가 없었습니다. 아니 일단 알림을 끈다고 해도 정말 푸시 프로세스가 돌지 않는 것인지 의심도 생기더군요. iMessage나 메일 같은 경우는 알림을 꺼놔도 실제로 백그라운드에서는 계속 푸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에서는 알림이 많이 있으면 그만큼 잠금 사태에서 아이폰이 많이 깨어나게 되고, 그래서 배터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애매한 말만 남기고 있습니다. 별도의 푸시 설정이 없는 앱들은 알림 설정을 꺼주면 푸시도 정지하는 것 같긴 한데.. 여기에 대해서 자세히 아시는 분들은 덧글로 정보 부탁드립니다 ㅠㅠ

3. 위치서비스

그 다음은 위치 서비스였습니다. 사실 GPS가 달려있는 아이폰에서는 위치 서비스가 그야말로 배터리를 잡아먹는 귀신입니다만, GPS도 달려있지 않고 오직 무선랜 기반으로만 위치를 잡는 아이팟에게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보였습니다. 또한 위치 서비스는 사용할 때만 활성화되지만(시간대 설정하는 기능 제외) 제가 지금 고통 받는 것은 대기 전력의 문제였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어쨌든 쓰지 않는 것보다는 배터리를 많이 먹을 것 같아서 위치서비스도 아예 전부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경과를 지켜봤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효과는 없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반응성이 조금 빨라진 것 같은 착각도 들었지만 플라시보 효과였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적어도 아이팟 터치에서 위치 서비스를 비활성화하는 것은 아이폰만큼의 효과를 얻긴 힘들 것 같습니다.

4. 푸시를 지원하는 어플들 삭제

다음으로 의심한 것은 푸시를 지원하는 어플들이었습니다. 이 녀석들은 아무리 알람을 꺼도 푸시를 받는듯해서 아예 없애자는 생각이었죠. 특히 페이스북 같은 경우에는 잘 쓰지도 않는데 버그도 많고 푸시를 지원하는 녀석인지라 -_- 바로 지워버리고 모바일 웹을 메인에 바로가기로 띄워놓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것도 효과는 없었습니다. 뒤에 알게된거지만 APNS를 사용하는 어플들(아마 푸시를 제공하는 대부분)은 알림에서 꺼주는 것만으로도 푸시를 끌 수 있는 것 같더군요. 하나마나한 것이었죠.

5. iCloud

모든 민간 요법을 시도해봤지만 전부 실패 후 역시 iOS의 배터리 관리는 사용자가 할 영역이 아니구나..

하며 낙담하고 있었을 즈음, iOS4와 iOS5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쉬웠습니다. 바로 iCloud였죠. iCloud는 처음엔 사용할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팟을 활성화할 때 너무도 자연스럽게 계정이 생성되버려서 그냥 그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이미 구글 Exchange 서버를 통해 연락처와 일정 등을 싱크하고 있어서 굳이 쓸 필요는 없었지만 iOS5와 맥을 싱크하는데 가장 좋을 것 같아서 그대로 쓰고 있었습니다.(그것도 포토 스트림은 꺼버리고 연락처와 달력만 싱크중이었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iCloud 계정을 아예 삭제(비활성화)해버리고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테스트를 해봤는데 거의 무선랜을 끄고 있었을 때의 대기 상태 수준으로 배터리가 지속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은 완전 충전을 해도 두시간 정도 지나면 85%까지 떨어지곤 했던 배터리였지만 세시간이 지나도 100%를 지속하더군요. 결국 범인은 iCloud 였음을 알았습니다.(왜 이제서야 깨달았는지 신기할 정도..)

하지만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 iCloud도 결국 메일의 가져오기 설정을 따를텐데 어째서 대기 전력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던 걸까요?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과 달리 무선랜만 쓰기 때문일까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로서 배터리와의 사투는 어느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좀 더 테스트 해봐야 하지만..) 그러나 3월초에 iOS5.1이 릴리즈되면 또 다른 삽질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이런 사투기가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적어보았습니다.

덧. 처음 샀을 당시 기스가 걱정되었던 아이팟 뒷면의 근황은 이렇습니다.

생팟으로 쓴 것치고 이정도면 나름 선방..일까요? ㅋㅋ

덧2. 대기 전력을 어느정도 확보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간이 지나면 닳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확실해지겠네요.

덧3. 아이클라우드와 배터리 영향에 대해 검색을 좀 해봤는데 iCloud의 연락처의 버그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는군요. 기존에 연락처가 있는 상태에서 iCloud로 연락처 동기화를 할 경우 기존 연락처와 새로운 연락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무한루프가 도는 버그가 있다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거의 2분당 배터리가 1%씩 감소하는 문제가 있었다는군요.

저는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Exchange로 이미 주소록을 싱크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원인일 가능성도 부정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iCloud에서 연락처 싱크만 끄는 것도 어느정도 해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제 경우엔 Exchange 서버에서 제공하는 싱크(일정, 연락처) 부분은 전부 비활성화 시키고 다시 테스트해보는 중입니다. 4시 현재 80% 정도 남아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