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이맘 때 쯤 “손쉬운 사용 인식의 날”을 맞아 새로운 운영체제 소개를 앞두고 새로운 접근성 기능을 미리 발표합니다. 올해도 아이폰 점자 메모 기능, 맥용 돋보기, 애플워치에서 지원되는 실시간 자막 등 다양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실시간 자막에는 한국어도 추가되었죠.
그런데 이번에 나온 소식 중 맥북에서 멀미 방지 기능이 도입된다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멀미 방지 기능은 iOS 18에서 도입된 기능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있는 가속도계 센서를 이용해 차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에 있는 점들을 움직여 뇌의 인식과 몸 상태의 갭을 줄여 멀미를 방지하는 기능입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할 때도 좋고 외근가는 차 안에서 아이패드로 일할 때도 좋은 기능이죠.
맥에도 멀미 방지 기능이 들어간다는건 좋은 소식이지만, 좀 궁금해졌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야 화면 회전, 게임 등을 위해 가속도 센서를 내장하고 있으니 가능하지만 맥북에서는 어떻게 구현하는 걸까요? 맥북이 들고 쓰는 것도 아니고 화면 회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맥북에 관련 센서라도 있단 말인가?
그런데 문득 옛날 기사 하나가 생각 났습니다.
애플은 왜 M2 맥북 에어에 가속도계 센서를 달았을까?
M2 맥북에어 출시 당시에 iFixit에서 분해하면서 발견한 정체불명의 가속도계 센서에 대한 기사입니다. 대체 맥북에 쓸 일도 없는 가속도계 센서를 왜 달았을까? 예전 하드디스크 기반 맥북의 경우 하드디스크 손상 방지를 위해서 비슷한 위치 감지 센서가 있기도 했지만 SSD인 M2 맥북 에어에서는 필요 없는 기능이죠.
당시 일부 사람들은 맥북의 가속도계 센서가 기기 추락을 감지해 애플이 무상 수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거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맥북에 있는 가속도 센서의 용도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 떡밥이 지금에야 풀린겁니다! 멀미 방지 기능을 위해서 였다니.. M2 맥북에어가 출시된게 2022년이니 3년 만에 미스테리한 가속도 센서의 떡밥이 풀렸네요. 따로 언급되지 않아서 그렇지 M2 맥북 에어 이후의 모든 맥북에는 가속도 센서가 탑재되어있을겁니다. 그렇다면 맥OS에서 멀미 방지 기능을 쓸 수 있는 것도 M2 맥북 에어부터란 이야기겠죠. 오랜만에 느끼는거지만 이런건 참 애플 답습니다.
애플은 가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부품을 미리 탑재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폰 11 프로에 갑자기 초광대역칩을 넣는다든지(나중에 ‘나의 찾기’ 용도로 사용됨) 아이폰X이나 아이패드 프로에서 라이다센서를 넣는다든지(VisionOS 관련), 홈팟 미니에 온도계와 습도계를 넣는다든지. 이런 것들이 다 나중에 어떻게든 쓰이는걸 보면 애플은 다 계획이 있었네요.
덧. 글 쓰다보니 알게된건데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도 가속도계 센서가 있다고 하네요. 맥북이 아니더라도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 연결된 맥도 멀미 방지가 지원되겠군요. 혹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작업하는걸 상정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