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일론 머스크에게 인수된 이후, 여러가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이 취해지다가 오늘은 갑자기 트위터의 로고와 서비스 명이 바뀌었습니다. 이젠 트위터가 아니라 “X”라고 불러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부터 약간의 기대와 대부분의 불안감을 갖고 있었지만, 점점 기대는 사라지고 불안감만 높아졌습니다. 나름대로 일론 머스크의 행동을 설명 해보고자 시도 해보기도 했지만 이제와서 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트위터에서도 몇 번 이야기 했었지만, 트위터의 로고나 서비스명이 바뀌면 트위터를 떠나야겠다고 개인적으로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그 계기는 예전 트위터의 로고가 Doge 코인의 Doge 로 바뀌었었던 때였습니다. 그 때는 그냥 하루짜리 깜짝 이벤트(…) 정도로 끝났지만, 앞으로 일론 머스크 아래의 트위터가 어떤 모습일지 말해주는 것 같았죠.
로고 자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로고가 바뀌는 것 자체가 일론 머스크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것이고, 트위터의 어떤 상징이 무너지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로고가 변경되기 전부터도 트위터는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혐오 발언들을 더 추천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었고, 무료 사용자들을 점점 내 쫓고 있었죠.
일론 머스크 아래 트위터는 모든게 너무 즉흥적이고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여러가지 악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론 머스크의 즉흥적인 경영 방식의 문제였죠. 소셜 네트워크 기업을 운영하기엔 일론 머스크는 자격이 부족했고 그 스스로도 이 업계를 너무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직원 수를 줄이고 구독 경제로 돌리려는 시도를 빠르게 실행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 앞으로도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건 트위터라는 브랜드 가치였는데, 이것마저도 스스로 포기해버렸으니, 앞으로 ‘트위터였던’ 서비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이상 이런 불안정한 플랫폼에 제 말 빚을 더 늘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14년 정도 해온 트위터 생활을 마치려고 합니다.
트위터를 처음 시작했던 것은 2009년 12월에 노키아의 익스프레스 뮤직(5800)을 구매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처음 쓰면서 시작했으니, 스마트폰을 쓰는 한은 계속 트위터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짧은 글을 올려서 여러 사람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매력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참 잘 어울렸던 서비스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공식 클라이언트라는 개념이 없어서 여러 플랫폼에 맞게 개발한 트위터 클라이언트들이 많았습니다. 심비안에서 유명했던 Gravity부터 맥에서 주로 썼던 (나중엔 공식 클라이언트가 된) Tweetie까지 여러 클라이언트가 있었죠.
현재의 트위터 서비스를 만든 것도 이런 서드파티 클라이언트들이었습니다. 심지어 “Tweet”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것도 서드파티 클라이언트였어요. 특유의 개방성이 트위터의 특징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든 무슨 기기로 하든 트위터가 가능했죠.
하지만 일론 머스크 하의 트위터에서 서드파티 클라이언트는 멸종한지 오래입니다. 트위터 서비스는 이제 트위터 공식 앱으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무료 사용자는 하루에 읽기 제한도 생겼습니다. 이미 이것만 봐도 트위터라는 서비스가 예전의 그 서비스와 같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트위터를 떠난 그 다음은 워드프레스를 거의 메인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를 자주 들어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7월 들어서 포스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트위터에서 떠나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글들을 어딘가의 서비스에 올리는게 아니라 제가 호스팅하고 제가 관리하는 DB에 쌓기로 한거죠. 이미 텀블러, 이글루스에 있던 글들도 여기로 모았으니, 이제 당분간은 이 블로그가 제가 글을 쓰는 메인이자 유일한 플랫폼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SNS를 완전히 접을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는 트위터의 대안 서비스 중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은 블루스카이인데 혹시라도 블루스카이 계정을 만들게 되면 이 블로그와 기존 트위터 계정에도 공유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트위터에서 제 부족한 글을 봐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블로그와 다른 SNS를 통해 소통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2009.12 ~ 20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