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Super Drive 사용기

얼마 전 ODD를 갑자기 사용할 일이 있었다. 마느님이 예전에 갖고 있던 CD를 NAS로 백업하기 위해서였다. 집에 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는 기계만해도 5대가 있지만 이중 ODD를 갖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엑박에는 ODD가 있었지만 당연히 데이터를 다룰 수 없었다.

결국 2023년에 갑자기 ODD를 사게 되었다.

ODD에 돈 쓰는건 싫어서 쿠팡에서 15,000원짜리 외장 ODD를 하나 구매했지만 이건 아무래도 쓸 물건이 못 되었다.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기도 하고 CD를 긁는 소리도 났다 -_- 역시 싼게 비지떡인가..

그래서 결국 정신적 안정과 CD를 위해 제대로 된걸 사기로 했다. 아무래도 주력으로 사용하는 컴퓨터가 맥이다보니 기왕이면 예전에 맥북 에어를 쓰던 시절에 사고 싶었던 Super Drive가 좋을 것 같았다.

놀랍게도(?) Super Drive는 아직도 애플 스토어에서 단종되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89,000원. 무려 오프라인에도 재고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었다.

Super Drive를 선택한 건 맥 환경에 최적화되어있을거란 기대도 있었지만 요즘에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슬롯 로딩 방식의 외장 ODD라는 게 컸다. 트레이에 올려놓는 방식에 비해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지만 그냥 이쁘니까(…)

무려 여의도 애플스토어에서 사온 슈퍼드라이브. 요즘의 친환경 포장 추세와는 달리 비닐 껍질이 감싸고 있는 옛날 포장이다. 슈퍼드라이브는 2008년에 ODD 없이 출시된 맥북 에어 1세대를 보완하기 위해서 나온 제품인데, 포장지도 그때 감성이 묻어난다.

그때 그 감성의 포장이라 제조일자도 오래된 제품이라고 생각했는데 포장을 열어보니 의외로 제조시기가 2023년 3월이었다. 물론 단종되지 않았으니 당연하겠지만 꽤 최근까지 만들고 있는게 재밌다.

하지만 나온 시기가 시기인만큼 USB-C를 지원하지 않고 USB-A 포트만 지원된다. M2 맥북 에어에 연결하려면 별도의 젠더가 필요하다.(사진의 젠더는 다이소 젠더) 맥북 에어와 같이 나온 제품인데 맥북 에어만 상전벽해 수준으로 발전한게 재밌다.

게다가 케이블을 분리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케이블의 재질은 예전 애플 PVC 케이블인데 내구성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벌써 내구성이 불안하다. 하지만 자주 쓸 물건은 아니니 괜찮을지도.

맥OS에서는 당연히(?) 잘 지원된다. 제품 전면에는 버튼이 하나도 없다. 디스크 추출은 맥OS에서 디스크 추출을 통해서만 추출할 수 있다. 슬롯 로딩 방식인데다가 추출하는 방식도 운영체제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보니 디스크가 걸리면 답이 없어 보인다. 삔 같은걸로 강제로 빼는 방법 밖엔 없는듯.

사용하면서 알게된 의외의 사실이 몇개 있는데 일단 블루레이가 지원되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이건 좀 당황스러운 부분 -_-;; DVD까지만 지원된다. 맥OS 자체에서 블루레이 지원이 시원찮다보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으나, 구매 전에는 당연히 될거라고 생각해서 당황했다. 뭐 블루레이 볼 일은 없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예전 맥북 에어는 부트캠프를 지원했기 때문에 윈도우에서도 지원되는데, 별도로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으면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드라이버 설치는 좀 복잡한데, 일단 아래 사이트에서 부트캠프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한다.

https://support.apple.com/downloads/%25uBD80%25uD2B8%25uCEA0%25uD504

다운로드 후 압축을 풀면 /Bootcamp/Drivers/Apple 폴더에 있는 AppleODDInstaller64.exe를 실행하면 윈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윈도에서도 디스크 추출시에는 윈도우 추출 기능으로 추출을 진행해야한다. 그거 외에는 일반적인 외장 ODD와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아이패드가 파일 관리자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Super Drive도 연결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아이패드 프로에도 연결해봤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아이폰에도 USB-C로 연결해도 지원되지 않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ODD 감성을 느끼면서 CD 백업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팬리스 맥북 에어로 작업할 때는 키보드 소리 밖에 안났는데 오랜만에 뭔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계적인 감성(?)도 같이 느끼고 있다. 거의 10년만. 의외로 소음이 꽤 크다. 이건 예전부터 외장 ODD들은 다 그랬지만서도.

맥북이나 아이맥에서 쓸 목적이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할만한 물건은 아닌 것 같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고장 나기 쉬운 슬롯 로딩 방식에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추출이 가능한데다 악명 높은 애플 PVC 케이블의 내구성까지 생각해보면 수명이 심히 걱정된다.

하지만 진정한 애플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 쯤은 구매해보는 것도 추천. 버튼이 하나도 없는 심플한 애플스러운 디자인부터가 아무 쓸모 없어도 웬지 갖고 싶게 만든다.


Apple에 게시되었습니다에 태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