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애니메이션 The Peanuts Movie(국내 개봉한 이름은 스누피 : 더 피너츠 무비)를 드디어 봤습니다. 대부분 극장에서는 더빙판만 방영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것도 하루에 1회만 걸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미국에는 11월에 개봉했지만 국내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했습니다. 주로 더빙판만 방영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국내 배급사는 이 애니메이션을 어린이들을 주 타겟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귀여운 스누피와 우드스탁이 나오고 실제로 주인공들도 어린이들이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피너츠>는 1950년대에 신문의 만화로 처음 나왔고, 애니메이션도 1970년대 ~ 1980년대에 주로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피너츠>를 TV에서 방영했던적도 없었으니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캐릭터와 다를바 없을 것입니다. 스누피보다는 뽀로로나 요괴워치가 더 익숙하겠지요.
제 생각에 이 애니메이션은 스누피와 찰리브라운에 추억이 있는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3D화 했지만 거의 찰스 슐츠의 원작 만화와 차이가 없는 작화부터, 약간은 우울하고 지루해보이지만 따뜻한 이야기 코드까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사실 제가 <피너츠>를 전혀 모르는 어린이였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지루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원작의 느낌을 잘 재현한 캐릭터들과 산뜻한 배경이었습니다. 보통 2D 애니메이션을 3D화 시키면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스머프 3D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죠.) 이 애니메이션은 정말 정말 다행히도 원작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캐릭터의 특징도 적절히 살렸죠.
원작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인 “스누피가 항상 올라가서 자는 개집 지붕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부분도 3D화 되면서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립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단 먼저 스토리 부분을 보자면 주요 이야기 + 원작에 대한 향수 + 캐릭터마다의 개성을 표현하는 에피소드를 1시간 반짜리 애니메이션에 다 때려넣다보니 주요 이야기가 흐릿해졌습니다. 찰리 브라운의 이야기 한가지만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무리하게 스누피의 2차 세계대전 에피소드 등을 넣으면서 줄거리가 복잡해졌습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전체적으로 프레임이 낮은 애니메이션이었는데요 거의 10~15 프레임 정도로 보였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뚝뚝 끊기는데 원작의 애니메이션 프레임을 반영한 것인지 클레이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길 원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아쉬웠습니다.
산뜻한 배경과 이쁜 그림들, 귀여운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의 우울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원작의 팬이라면 어느정도 즐길 수 있겠지만 만약 아이들과 보러가신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후속이 혹시나 나온다면(나올지 모르겠지만) 줄거리를 좀 더 보강하여 나왔으면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