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맥북 에어 사용기

오늘은 뜬금없이 2013 맥북 에어 이야기입니다. 사실 2013 맥북 에어는 작년에 질렀지만 제대로 활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활용하겠다고 굳이 주말에 카페에 가서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맥북 에어의 최대 장점인 배터리 부분을 전혀 체감할 수 없었죠. 그렇게 집에 쳐박혀서 서버(?) 같은 역할로 쓰이다가 최근 FA 상태가 된 후 원고 작업을 함에 있어서 가장 좋은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 라인업은 제 기억엔 2008년 맥월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서류 봉투에서 꺼내는 퍼포먼스는 지금도 아이폰 최초 소개 못지 않게 유명한 키노트죠. 평소 가벼운 노트북에 관심있어하던 저에게도 맥북 에어는 관심거리였습니다. 그렇지만 최초의 맥북 에어는 두께만 얇았지 가격이나 안정성 확장성 등에서 혹평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 당시

이런 포스팅

을 하기도 했었죠.



2008년 맥월드 키노트 장면

저에게 맥북 에어는 맥이 비싸다라는 인식을 처음 심어준 기계였습니다. 기본형이 200만원, SSD 옵션을 달면 320만원.. -_-; 지금 생각해도 참 엄청나게 비싼 기계였습니다. 게다가 USB 포트는 하나 밖에 없었고 당시 CPU 기술의 한계로 과부하가 걸리면 코어 하나를 꺼버리고(…) 당시엔 과연 내가 살면서 저 기계를 한번이라도 쓰려나? 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 5년 뒤인 2013년.. 저는 이 기계를 두개나 갖게 됩니다. 하나는 2010년에 구매했고, 2013년에 또 한번 구매하게 되죠. 제가 이런 고가의 제품을 같은 제조사에서, 그것도 디자인 하나 바뀌지 않는 -_- 제품을 두번이나 산 것은 맥북 에어가 처음일겁니다.

제가 2010년 맥북 에어가 있음에도 2013 맥북 에어를 “또” 산 이유는 배터리 시간과 속도 때문이었습니다. 2010년 에어도 배터리 시간이 짧은 편은 아니었지만 속도가 매우 느렸죠. 2011년과 2010년 형의 CPU 속도를 비교해봐도 7배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원래 노트북에서 배터리 시간을 중시하는 저는 한번 켜면 12시간을 연속으로 사용한다는 맥북 에어의 광고에 넘어갔습니다.2013 맥북에어의 외형을 보면 2010 에어랑 별 차이가 없습니다. 즉 맥북 에어 2세대 디자인입니다.


지금 이렇게 봐도 솔직히 어떤게 2010년형이고 어떤게 2013년형인지 전혀 구분이 안갑니다.

두께도 똑같고 무게도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솔직히 디자인만 봐서는 신제품을 산 느낌이 전혀 안나죠. -_- 하지만 외형상 굳이 구분을 하자면 맥북 에어 옆면의 듀얼 마이크와 키보드 백라이트 정도가 있겠네요.


마이크 구멍이 두개로 바뀌었습니다! 바늘 구멍보다 더 작은 외형변화…

하지만 3년이 흐르는 시간동안 맥북에어의 내부는 많이 변했습니다. 외장 디스플레이 포트에는 썬더 볼트가 달리게 되었고, USB는 3.0을 지원하게 되었죠. SSD도 PCI-E 방식을 도입하면서 전 세대에 비해 4배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터리 시간이 감동적으로 늘었습니다.

맥북 에어 같이 휴대성이 좋고 카페에서 사용하기 위해 태어난(…) 노트북에서 배터리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입니다. 어딜 가도 전원 어댑터를 챙길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죠. 더불어 전원이 있는 자리를 골라서 갈 필요도 없습니다. 어디에 있든 그냥 열어서 작업해도 하루 종일을 버틸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오늘도 카페에서 가상머신으로 우분투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면서 원고와 이미지 작업까지 병행하고 있었는데요, 실제 사용 시간 7시간 정도를 버텨냈습니다. 가벼운 작업도 아니고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는 가상머신에서 작업을 돌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속도가 느려지거나 발열이 높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작업은 아이패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작업이겠지만, 맥북에어는 아이패드 수준의 배터리 시간을 보여주면서 저런 작업들을 버텨냈습니다.

이런 것은 인텔의 하스웰 아키텍쳐의 도움이 큽니다. 속도는 기존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괴물같은 플랫폼이죠. 이 플랫폼 덕분에 인텔 기반의 태블릿이나 울트라 북 같은 장치들도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땐 맥OS의 최적화도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똑같은 맥북에어에 윈도나 우분투를 돌릴 때는 그 정도의 배터리 시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훨씬 적은 사용 시간을 보여줍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같이 만드는 애플이기 때문에 가능한 최적화겠죠.

배터리 사용시간에 비해 매우 짧은 충전 시간도 휴대성을 극대화하는 장점입니다. 맥북 에어를 7시간 사용한 뒤 9% 정도 되었을 떄 전원을 연결했는데 정확히 한시간 뒤에 확인해보니 92% 정도 충전되었습니다. 애플 특유의 급속 충전과 맥북 에어의 소비 전력 자체가 낮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이렇게 빠른 충전 시간은 여행중에도 큰 장점이 되겠죠.(물론 여행 중에 노트북을 갖고 다니는건 슬픈 일이에요 ㅠㅠ)

고성능의 작업을 할 때도 2013 에어의 성능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어느정도냐면, 옵션을 높음으로 맞춘 포탈2를 실행하고 있으면 겨울에는 팬이 거의 돌지 않을 정도입니다. 여름에도 팬이 그다지 많이 돌지 않습니다.(2010 에어에서는 벌써 이륙하는 수준이죠.)

주로 휴대성이 좋은 노트북만 써왔기 때문에 이정도 고성능의 작업에서 이렇게 안정적으로 버텨주었던 노트북도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도 안정적으로 버텨주고, 배터리 시간도 오래가는 맥북에어이지만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액정입니다. 맥북 에어의 액정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보다 못한 TN 패널의 저해상도 액정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2010 년 출시 당시엔 고해상도 였겠지만, 최근에 나오는 노트북이나 형제인 맥북 프로 레티나와 비교해봐도 한참 떨어집니다. 글자가 비교적 심플한 영문 폰트에서는 그렇게 심하지 않지만 한글 폰트에서는 뿌옇습니다. 한글을 본다면 고해상도인 아이패드 에어나 맥북 프로 레티나 등이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액정 근처의 두꺼운 배젤도 단점인데요, 11인치 맥북 에어는 LG 전자의 그램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액정 크기는 그램쪽이 더 큽니다. 이것이 바로 배젤 때문입니다. 2010년 당시에는 그다지 두껍다고 생각지 못했는데 요즘은 워낙 얇은 배젤의 제품이 많이 나오다보니 상대적으로 두꺼워 보이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두꺼운 배젤 때문에 맥북 에어 13인치와 맥북 프로 레티나 13인치는 화면 크기는 같지만 맥북 프로 레티나 쪽이 오히려 맥북 에어보다 크기가 작습니다.

액정이 아쉬운 맥북에어였지만 지금까지 제가 썼던 노트북 중에는 단연 최고의 노트북이라고 평가 할 수 있습니다. 고성능의 작업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시간과 안정적인 시스템은 작업을 함에 있어서 컴퓨터 자체에 대한 신경을 덜 쓰게 만들어줍니다. 노트북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쓰이던 배터리 부분까지 해결했으니, 맥북 에어는 제가 작업함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덧 맥북 에어 라인업은 완성형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2014 맥북에어가 6월에 출시되었지만 2013 에어와 비교해봤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애플은 맥북 에어의 아쉬운 점을 개선하기보다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2008년에 첫 등장한 맥북 에어 라인도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된 모양입니다.

다음 모델은 12인치 레티나 맥북 에어라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 레티나가 될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라인업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다음 모델에서 만약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면 지금 수준의 배터리 시간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이건 희망사항이려나요? ㅋㅋ)그러니 지금 에어를 지르셔도 !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추천합니다 🙂

덧. 스스로 애플까라 칭하고 다니는데 오늘의 포스팅은 애플빠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군요(…) 이러한 경험이 맥북 에어를 두대나 사게 만들고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미니까지 지르게 한 것 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