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리눅스 배포판의 몰락

2004년에 첫 버전이 릴리즈 되어 리눅스 배포판 중에는 보기 드물게 사용자를 배려한 배포판이었던 우분투는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습니다. 2007년 이후 DistroWatch(리눅스 배포판의 인기도를 통계내는 사이트) 기준으로 기존의 강자인 페도라나 CentOS 등에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적이 없었습니다. 굳이 DistoWatch가 아니라도 커뮤니티의 규모나 활동 정도, 매해 생산되는 관련 문서의 숫자 등에서도 확연히 다른 배포판을 압도했습니다. 당분간 우분투의 적수는 없는 것처럼 보였죠.(우분투의 위세는 한국의 리눅스 커뮤니티 현황만 봐도 그렇습니다.)그랬던 우분투가, 영영 리눅스 내에서는 적이 없을 것 같던 우분투가 올해 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바로 ‘리눅스 민트’라는 녀석에게 말이지요. 우분투는 10월에 11.10 버전이 릴리즈되었지만 DistroWatch 기준 11월 마지막째주 랭킹은 4위까지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조금 올라서 다시 2위가 된 모습입니다.


11월 말에 갑자기 4위로 내려앉은 우분투(참고로 2011년 ’11월만’ 기준으로 한 자료.)

역시 물타기 좋아하고 이슈를 좋아하는 언론은 평소에는 우분투에 관심이 없다가 “우분투의 몰락”,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물론 외국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선 관련 기사조차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우분투 사용자 모임에서도 많은 사용자들이 우려를 표시했고 이렇게 우분투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외쿡 우분투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사태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확실히 이야기해서 우분투 최신 버전에 대한 관심은 유저들 사이에서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일단 저부터가 아직도 10.04를 사용하고 있고, 많은 사용자들이 우분투 최신 버전에 실망해 예전 버전으로 되돌아오거나 다른 배포판으로 이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전부 우분투 11.04부터 도입된 Unity 인터페이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우분투의 Unity 인터페이스는 우분투의 기본 창관리자인 Compiz와 완벽하게 통합되어있는 Window Composite(창 합성)을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창 효과 뿐 아니라 우분투 인터페이스 내부적으로도 화려한 효과를 도입했고, 터치스크린과 작은 화면에 친화적이며,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훨씬 쓰기 쉬운 인터페이스지요. 그런데 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요?그건 대부분 성능 문제일 것입니다. Unity는 인터페이스를 그리는데 CPU보다 GPU를 우선해서 사용합니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비교적 저사양에서도 높은 반응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폰도 GPU가 우선시 되기 때문에 같은 사양의 안드로이드 폰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죠.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분투를 사용하는 컴퓨터들의 GPU 드라이버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드라이버가 가장 안정적인 Nvidia는 멀쩡하지만 오픈소스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인텔 내장 그래픽 드라이버나, 아예 드라이버 지원자체가 중단되버린 ATI(AMD)의 경우 Unity 인터페이스는 가히 악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인텔 내장 그래픽이나 ATI 카드를 사용하는 시스템은 주로 저사양의 저가 시스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은 윈도에 비해 가볍고 빠른 우분투가 주무대로 삼고 있던 시스템들이죠. 주무대에서 우분투가 악몽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니 많은 사용자들이 우분투에 등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리눅스 민트가 사용하고 있는 GNOME3은 Unity에 비해 GPU 의존도가 현저히 낮아 훨씬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한국 사용자들에 한해서는 한글 입력기 버그 문제도 있습니다.)그럼 우분투가 이렇게 삽질하고 있는 사이 우분투를 앞지른 리눅스 민트라는 녀석은 어떤 녀석일까요? 리눅스 민트는 우분투를 좀 더 사용하기 쉽게하기 위해 여러가지 독점 드라이버와 GNU에 문제될 수 있는(?) 설정들을 미리 탑재하고 있는 배포판입니다. 즉 우분투를  좀 더 사용하기 쉽게 만든 우분투의 강화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 배포판은 Unity 대신 GNOME3을 채택했다는 것이 최근 우분투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DistroWatch에서 우분투가 1위 자리를 리눅스 민트에게 내준 것이 과연 우분투 몰락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일단 앞에서 보았듯 리눅스 민트는 GNOME3을 탑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분투의 한 갈래입니다. 우분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리눅스 민트 또한 존재할 수 없는 배포판이라는 것이죠. 이것은 여전히 우분투가 인기있는 배포판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현재 우분투가 갖고 있는 문제는 Unity 인터페이스라는 것을 나타낼 뿐인 것이죠.그리고 DistroWatch의 자료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istroWatch는 거의 인기 투표 같은 형식으로 배포판의 순위를 메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일시적인 인기의 하락이 배포판의 순위 자체에 변동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우분투의 몰락으로 자주 인용되는 통계자료는 2011년 11월만을 통계로 한 것으로, 2011년 전체를 통계를 내보면 여전히 우분투가 1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DistroWatch의 자료를 통해 우분투가 몰락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입니다.제 생각에 이번 사례는 우분투의 몰락이 아니라 바로 리눅스 생태계의 장점이 발현된 사례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눅스의 다양성은 리눅스 대중화에 있어서는 분명히 독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직 최신 버전은 한가지만 있는 윈도나 맥OSX에 비해 수백, 수천가지의 리눅스 배포판은 사용자들의 선택에 있어서도, 학습에 있어서도 분명히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하지만 리눅스의 다양성은 이럴 때 빛을 발합니다. 만약 현재 사용중인 배포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버리고 다른 배포판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Unity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GNOME3을 사용하는 비슷한 배포판으로 갈아탈 수 있고, GNOME3도 마음에 안든다면 KDE4를 사용하는 배포판이나 XFCE, LXDE 등을 사용하는 배포판으로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우분투의 너머엔 Unity를 사용하지 않는 수백가지의 배포판이 널려있습니다. 사용자는 그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또 하나, 이렇게 경쟁을 통해 우분투는 더욱 Unity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분투할 것입니다. 그렇게 Unity도 GNOME3이나 KDE4에 못지 않게 멋진 데스크탑 리눅스 인터페이스로 자리잡아 갈 수 있겠지요. 또한 뼈속까지 DRI인 Wayland를 사용한다면 Unity의 퍼포먼스 문제도 분명히 해결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우분투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었겠지요.리눅스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이 훌륭하게 발현된 일이고 그것은 곧 우분투의 경쟁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는 이번 일로 우분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게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이런 리눅스만의 강점을 우분투가 계속 잊지 않고 추구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좀 안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우분투라면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우리가 있다면 분명히 걱정은 없을 것이라 전 믿고 있습니다. 🙂 (간증?!)덧. 전 앞으로도 계속 10.04에 머무르면서 곧 나올 우분투 12.04 LTS를 기다릴 예정입니다ㅋㅋ Compiz 없이는 컴퓨터를 쓸 수 없는 저로서는 창 관리자를 바꿀 수 없는 GNOME3도 참 마음에 안드네요.덧2. 실로 오랜만의 포스팅은 역시 힘드네요. 퇴근하고 와서 포스팅 한번하고나니 자야될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