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싸이월드가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눈높이는 잘 맞추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은 맞추지 못했다. 당시 미니홈피는 외국에서 보았을 때 황당한 UI였기에 미국에 진출하면서 전체 페이지로 만들어야 했으며, 미국 사용자에게 액티브X로 도배 되어 끊임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 할 수 없었기 때문에 ActiveX를 모두 버리고 표준 기술로 개발해야 했다. 사실상 새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미국판으로 모두 새로 개발했을 때는 이미 마이스페이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을 때이고, 이 인기는 싸이월드가 아니라 페이스북으로 넘어 갔다.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만족 할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은 매우 결과론적인 글이다. 차라리 글 중간에 나오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인맥이 없어서 글로벌 기업이 되지 못했다"라는 의견이 더 발전적인 의견으로 보인다. 누구나 결과에 대해서 이유를 찾는 것은 쉽다.
글의 결론은 결국 국내 기업이 "서비스나 제품을 못 만들어서 그렇다"라는 의견이다. 네이버는 구글처럼 열린 검색을 하지 못했고 싸이월드는 당시 외국인이 보기에 황당한 UI를 고치지 못했기 때문에 망했다고 한다. 결국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처럼 "현지화"를 하지 않아서 글로벌 기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나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한국에서 현지화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도 없다. 왜 우리는 현지화를 해야하는데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안해도 되나?
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이 미국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미국이란 곳은 시장의 크기로 봤을 때 매우 큰 곳이다. 인구수가 더 많은 나라는 많이 있지만 IT 시장의 구매력으로 볼 때 미국을 따라갈 수 있는 곳은 없다. 만약 어떤 기업이 미국에서 성공했고, 미국에서 검증 받았다면 그 기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반정도는 경쟁력을 얻은거나 다름 없다.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하던 노키아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하다가 결국은 인수당했다.
만약 네이버나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가 미국에서 출발했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겠지만 성공했다면 난 충분히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네이버나 싸이월드는 국내 사용자들이 원하는대로 발전해왔고 국내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서비스 되었다. 그리고 그게 미국으로 진출하려고 했을 때는 먹히지 않았다. 당연히 미국인과 한국인은 다르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출발한 기업은 그런 차이를 무시할만한 자본력과 문화 컨텐츠를 갖추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원래 그러니까” “구글은 원래 그러니까” 같이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기반하고 있는 시장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한국 시장을 외면해도 상관 없지만, 국내 기업은 미국 시장을 외면하고는 글로벌 진출이 불가능하기 떄문이다.
이런 시장과 외부적인 환경에서 요소를 찾지 못하고 국내 기업들이 잘 못해서 그렇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진단이다. “구글은 검색을 오픈해서 성공했고 네이버는 닫힌 검색을 해서 망했다"라는 진단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건 "왜? 그런 차이가 생겼을까"이다.
물론 모든 원인을 시장의 크기와 환경적인 요소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요소는 무시할 수 없다.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인맥이나 투자자를 찾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글로벌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면 시작점을 미국으로 잡는 것이 낫다. 한국을 목표로 서비스한다면 글로벌 진출은 애초에 힘들다. 우린 지금 그러한 결과를 "카톡과 라인"이라는 사례로 다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제품 자체만으로 "카톡은 못만들었고 라인은 잘 만들었다"고 하긴 힘들다. 둘의 지향점은 달랐고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달라졌다. 글로벌 진출을 원한다면 국내에서 성공할 생각은 버리는게 차라리 좋다. 외국에서 성공하고 돌아오면 그 때는 국내에서도 반겨줄 것이다. 우리가 성공한 교포를 한국인이라고 환영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