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구독 모델을 선보인 뉴트로지나 LED 마스크 이야기

이번엔 제 블로그에는 안어울리지만 요즘 유행하고 있는 미용용품 기기인 LED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LED 마스크는 정확하게 피부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통적으로 피부에 강한 LED 빛을 쬐어주어 피부를 좋게 만들어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형태가 마스크처럼 생겼기 때문에 LED 마스크로 불리고 있죠.

근데 문제는 이 LED 마스크의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단순히 빨간색 LED를 박은 거라면 광고업체에서 사용하는 전광판과 비슷할 것 같은데도 실제 가격은 50~100만원까지 나갑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LG에서 나온 마스크의 가격도 현재 최저가 기준 60만원 정도 하네요. 물론 LED 마스크의 LED는 일반 LED가 아니라 미용을 위한 의료용 LED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가격도 비싸죠.그런데 영어 발음 좋은 광고 모델을 기용하기로 유명한 화장품 회사 뉴트로지나에서 LED 마스크를 하나 출시했는데 이 가격이 매우 혜자롭습니다. 오픈마켓에서 잘 사면 10만원 이하로 살 수 있죠. 가격이 매우 혜자로운데다 아무래도 유명한 화장품 회사 뉴트로지나이니 비슷한 가격 대의 중국산 마스크보다는 더 신뢰가 간다는 장점도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근데 이 마스크가 생각보다 재밌는데요, 바로 이 재밌는 점이 제가 갑자기 이 블로그에서 미용용품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입니다. 바로 이 마스크는 일종의 “구독형 하드웨어”이기 떄문입니다.

LED 마스크는 보통 마스크와 마스크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이 케이블로 연결되어있는 구조입니다. 이 리모컨에 배터리를 포함한 조작부가 다 있죠. 뉴트로지나 LED 마스크는 이 부분을 “액티베이터”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액티베이터에 30회 사용 횟수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30회가 지나면 사용할 수 없죠. 하루에 한번씩 쓴다고 생각해보면 한달 주기로 새로운 액티베이터로 교체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마치 이건 넷플릭스나 오피스365 같은 구독형 비즈니스 같아 보이죠.신문이나 우유처럼 무언가 정기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을 “구독(Subscription)”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것은 바로 우유 배달이죠. 매월마다 일정량의 이용료를 내면 매일 아침마다 집까지 우유가 배달되는 것이죠. 소비자는 정기적으로 우유를 구매함과 동시에 신선함이 생명인 우유를 매일 아침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같이 구매하는 것입니다.우유나 신문 같은 전통적인 영역에 있던 “구독” 모델이 최근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거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죠. 넷플릭스는 매일 우유 대신 자기들이 서비스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무제한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면서 정기적을 월 이용료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포토샵이나 오피스 같은 대형 소프트웨어도 이런 구독형 모델로 돌아섰죠. 월 기간동안 특정 비용을 내면 포토샵이나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소프트웨어를 일반 재화처럼 판매한다면 개발사는 새로운 버전이 많이 팔리지 않으면 수익이 불안정해지고, 또 구버전의 유지보수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구독형 모델로 전환해서 월 마다 이용료를 받는다면?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매출이 가능진다는 장점이 생깁니다.뉴트로지나는 이런 구독형 비즈니스를 하드웨어에 도입하려는 실험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뉴트로지나가 판매하는 화장품이라는 제품은 특성상 거의 매일 써야하고 다 떨어지면 주기적으로 새 제품을 사야하는데 LED 마스크는 배터리만 잘 교환할 수 있다면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죠. 그래서 초기 구매 비용은 크게 낮추고 월 구독 비용처럼 액티베이터를 한달에 한번씩 사야하는 소모품 성격으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뉴트로지나는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사용자들이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액티베이터의 비용은 2만원 ~ 3만원으로 5개월만 쓰면 본체의 값을 초과해버리는데다, 30회만 쓰고 버리기에는 액티베이터의 상태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죠. 화장품이 다 떨어지니 = 새로 산다는 등식은 소비자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었지만 액티베이터를 30회 이상 썼으니 = 새로 산다는 등식은 아무리 전자 기기를 모른다고 해도 너무 이상한 방식이었습니다.그래서 사용자들은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결국 내부를 해킹(?)하기에 이릅니다. 구독형 기기 치고 내부 설계는 허접해서 사용자들은 금방 방법을 찾았습니다. 액티베이터 내부에 스위치 회로를 분리하고 기기 전원과 하드웨어 케이블을 바로 이어주는 방식으로 해킹하기 시작한 것이죠. 납땜과 테이프 등 이 마스크 사용자들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결국 해킹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방법이 널리 퍼진다면 하드웨어에 구독형 모델을 도입해보겠다는 뉴트로지나의 꿈은 물거품이 되겠죠.이런 사례를 보면서 최근의 저는 구독형 모델과 소유의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돈주고 사는 것은 소유의 개념이 되겠지만 구독형 모델에서는 그 어떤 것도 사용자는 소유하지 않습니다. 애플 뮤직 라이브러리에 노래가 추가된다고 해도 그건 완전히 사용자의 소유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주고 산 아이폰은 중고 거래가 가능하며 원할 경우 뜯어서 직접 고칠 수도 있습니다.이것은 주로 구독형 모델이 “서비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서비스를 소유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주로 구독형 비즈니스는 소유하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이용해야하는 것들에 주로 도입됩니다.(음원 서비스가 가장 대표적이겠죠.)뉴트로지나 마스크 사례에서 뉴트로지나가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것은 구독형 모델을 소유가 본질인 하드웨어에 도입하려고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해킹을 통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쉽게 무력화되었죠. 뉴트로지나는 결국 사물이 갖고 있는 소유라는 본질을 거슬러 무리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려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예전 스팀 펑크 전시전에 갔을 때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일리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역은 “열 줄도 고칠 줄도 모른다면”이라고 번역했지만 사실 원래 의미는 “열 수도 고칠 수도 없다면”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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