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과연 좋기만 할까?

어제 애플의 개발자 회의 WWDC가 있었죠. 아이폰으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애플을 대하는 언론의 반응도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잡스의 키노트를 보지 않아도 언론 기사만 봐도 WWDC에 대해서 잘 정리해놨더군요.

맥OS의 업데이트도 있었고, iOS의 업데이트도 있었지만 이번 WWDC의 메인은 사실 iCloud 라고 할 수 있습니다. iCloud는 단순한 저장공간 그 이상으로 온갖 컨텐츠가 iCloud에 모여들어 사용자는 어디서나 쉽게 iCloud에 접속하여 컨텐츠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PostPC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PC에 연결해야만 하는 아이패드 제품군의 약점도 iCloud를 통해 어느정도는 극복이 된 느낌입니다.
앞서서는 구글도 크롬OS라는 오직 클라우드 환경에서 밖엔 쓸 수 없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지요. 구글과 애플 이 두 거물이 클라우드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우리나라 업계와 언론도 클라우드 찬양을 하고 있습니다. KT에서는 이미 유클라우드라는 것을 서비스하고 있었고, SKT도 심플싱크라는 것을 준비중이지요. 다음도 비슷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클라우드는 요즘 IT 업계의 대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대세에 거스르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본래 구름 너머의 컴퓨팅이라는 말에서 출발했습니다. 저기 너머의 컴퓨터 자원을 대신 사용한다는 개념만 있을 뿐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야한다는 구체적인 대안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성장이 정체되버린 PC 업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만 존재하는 말 그대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했었죠.
그러나 서서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구글이 제공하는 Web App이나 Dropbox 같은 싱크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이 제공하는 iCloud도 사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그 이전의 클라우드 선구자들이 미리 만들어놨던 개념을 좀 더 편리하게 포장하고 만든 것에 불과하지요.
클라우드 컴퓨팅은 편리합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있다면 쉽게 정보를 동기화하고 내가 가진 컨텐츠를 열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하에서는 모든 자원은 원격지의 서버에서 제공 되므로 내가 갖고 있는 장치는 그렇게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든 타블렛이든 PC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장치를 사용해도 쉽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편리한 클라우드 컴퓨팅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시각이 바로 자유소프트웨어 재단의 수장이자 GNU의 창시자인 리처드 스톨만입니다. 리처드 스톨만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독점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이 만든 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편리함에 빠져들다보면 결국 사용자는 완전히 정보의 통제권을 잃게되고 이러한 회사들에게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약간은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이 문제는 확실히 생각해볼만합니다. 가령 문서를 제 하드에 저장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이 문서와 관련된 주체는 사용자와 컴퓨터 정도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문서를 구글 문서 도구에 저장하는 순간 이 문서와 관련된 주체는 사용자와 컴퓨터, 그리고 구글이라는 대기업으로 늘어납니다. 그렇다고 구글이 이 문서를 마음대로 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단 “편리함”을 이유로 정보의 주체가 늘어나게 된 것은 확실하지요.
정보의 안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닙니다. 클라우드 초기에는 서버가 다운되거나 심한 경우 갑자기 날아가기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사용자의 하드에 저장되어있는 것보다 구글 서버에 저장되어있는 것이 날아갈 확률은 더 적습니다. 정보의 안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정보와 관련된 주체가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죠.
사용자는 구글에 문서만 저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블로그 RSS 구독 정보(구글 리더), 즐겨찾기 정보(구글 크롬), 일정 정보(구글 달력), 지인들의 연락처(구글 연락처), 신용카드 정보(구글 지갑) 등 매우 중요한 개인정보를 자발적으로 구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이러한 정보를 암호화하여 저장해놓는다고 하지만 구글은 이미 이 정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글리더나 G메일에서 글을 읽을 때 그 글과 관련된 광고가 옆에 뜨고 있지요.
구글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로 오면 더욱 심각하죠. 바로 옆에 있는 타인에겐 소름끼칠정도로 무심한 사람들이 넷상에서 얼굴도 한번도 못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상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서버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페이스북은 한술 더떠 “나 이 물건 마음에 들어” 하는 정보까지 캐치하여 바로 사용자에게 광고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포스퀘어로 오면 더 심각하죠. 일부러 사람들에게 위치추적기를 심지 않아도 사람들은 고맙게도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포스퀘어의 서버에 올려줍니다. 그것도 꽤 부지런히 말이죠.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리처드 스톨만의 경고처럼 클라우드 컴퓨팅은 결국 사용자가 갖고 있는 정보의 통제권을 스스로 잃게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클라우드라고 하기엔 묘한 경계에 있지만 스팀(Steam)을 예로 들어보죠. 스팀은 사용자 계정에 등록된 키 정보를 바탕으로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게임 같은 고성능은 클라우드상에서 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게임은 사용자의 하드에 저장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DRM으로 암호화되어있어서 스팀에 로그인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가 돈주고 산 게임이고, 사용자의 하드에 분명 게임이 저장되어있지만 사용자는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이번 WWDC에서 원모어띵으로 나온 아이튠즈 매치는 어떨까요? 1년에 25달러 정도로 사용자 하드에 있는 노래 정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에 애플의 컨텐츠를 자동으로 채워줍니다. 사용자 하드에는 계속 mp3 형태로 노래가 남아있을 수 있겠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mp3 파일을 일일이 넣는 것보다 클라우드에 있는 애플 컨텐츠를 듣는게 더 편할 것입니다. 이 경우는 사용자가 갖고 있던 음악 파일이 애플이 갖고 있는 컨텐츠로 ‘대체’되버린 것이죠.
스팀이나 아이튠즈 매치 모두 무분별한 불법복제를 막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불법복제를 방조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유로 사용자의 정보 통제권을 제한하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이것은 사용자들의 양심의 문제이지 정보 통제권 박탈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죠. 이런 이유들을 토대로 사용자가 정보를 점점 제한받게 된다면 정말 리처드 스톨만의 말대로 통제권을 아예 상실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리처드 스톨만의 일갈 덕분인지 대다수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응은 하되, 좀 더 재밌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파이어폭스 같은 경우 Firefox Sync라고 하여 크롬처럼 싱크를 제공하긴 하지만 반드시 싱크 서버를 모질라 서버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서버를 싱크 서버로 지정할 수 있지요. 오픈소스 SNS 서비스인

디아스포라

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중앙에서 서버로 운영되는 방식과 동시에 디아스포라를 사용자의 서버에 직접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모든 정보는 사용자 서버의 로컬 하드에 저장되지요. 주로 인디게임을 유통하고 있는 스팀의 오픈소스 버전인 Desura는 스팀과 기능이 동일하지만 사용자 하드에 저장되는 게임은 DRM이 걸려있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께는 이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의 접근법이 불편하고 미련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을 이유로 잃게되는 가치들이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의 대처 방법은 분명 나름의 대안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나 SNS를 이런 이유 때문에 아예 쓰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클라우드와 관련 없이 살기엔 우린 너무 미래를 살고 있지요. 그렇다고 모두가 개인 서버를 만들어서 쓸수도 없구요. 저도 누구보다 트위터를 열심히 쓰고 있고, Dropbox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싫습니다. -_-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인식하고 쓰는 것과 의식하지 않고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겠지요. 클라우드를 이용하되 최소한의 경계심을 갖고 쓰신다면, 그리고 이런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또 하나의 대안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신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